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도 교육청 전경
충남도 교육청 전경 ⓒ 심규상
강복환 충남도 교육감이 지난 2000년 7월 7일 실시된 교육감 선거 결선투표에서 1차 투표 탈락 후보에게 자신을 지지해 주는 대가로 일부 시·군 교육청의 인사권을 위임하기로 밀약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충남도교육청 인사와 관련, 지난 6일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병학(47) 충남도 교육위원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각서'를 찾아냈다고 7일 밝혔다. 각서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당선을 목적으로 교육 관련 인사권을 흥정한 강 교육감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강 충남교육감 "다음선거 때 당선 돕겠다" 밀약



강 교육감은 또 지난 5일 밀약 의혹이 공식 제기됐음에도 6일자 보도자료를 통한 입장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면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 믿으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 끝까지 물타기를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검찰은 A4용지 1장짜리 각서안에 강 교육감이 '선거 1차투표 당시 3위로 낙선한 이 위원이 결선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면 천안·아산·연기 지역의 인사권을 위임해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밝혔으나 각서의 공개는 꺼리고 있다.

검찰은 최종 인사권자인 강 교육감이 이 각서에 따라 인사를 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시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소환 조사한 뒤 사법처리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강 교육감에게 지방교육자치법위반(후보자 매수) 혐의는 공소시효(6개월)가 지나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 하고 있다.

이번 표를 매개로 한 밀약은 검찰이 도 교육청 인사와 관련, 수천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이병학 충남도 교육위원과 이길종(63) 전 천안교육장 등 2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교육위원, 교육장 뇌물수수 혐의 구속

검찰 조사 결과 이병학 위원은 강 교육감이 당선된 직후인 같은 달 중순 천안 S중 교장으로 재직중이던 이길종(63) 전 천안교육장으로부터 당시 예산 D초등학교 현모 교장을 통해 "천안교육장으로 임용되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

또 같은 해 8월 중순에는 현 교장의 부인으로부터 "남편을 교육청 학무 과장이나 교육장으로 보내는 데 돈이 필요하다"면서 500만원을 받는 등 2001년 2월 중순까지 3차례에 걸쳐 1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교육위원은 교직원 인사 외에도 교육청 산하 학교 증축공사와 자신이 충남연맹장으로 있는 한국 해양소년단의 해외여행 주선 비리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돈을 주고받은 두 사람을 5일 전격구속하고 달아난 현 모 교장을 전국에 수배했다.

강 교육감, 특별한 입장 표명 없어

이와 관련 강 교육감은 6일 "현직 교육위원과 전직 교육장, 전직 학교장의 인사관련 사건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침통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작 당사자가 거론된 '인사권 밀약 각서'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공주에 사는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학부모(여·35·신부동)는 "각서 내용대로 인사를 했는지를 떠나 표를 사기 위해 교육 인사권까지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권의 부끄러운 야합행위와 무엇이 다르냐"고 비난했다.

'각서 밀약' 파문 일으킨 2000년 도교육감 선거?
1차 투표 2위한 강 교육감, 밀약 후 2차 투표에서 당선

▲ 강복환 충남도교육감
지난 200년 7월 5일 치러진 충남교육감 선거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후 치러진 전국 최초의 선거였다. 당시 오재욱 도교육감과 현 강복환 교육감, 서우선 교장, 오완영 교장, 이병학 학교운영위 위원장, 한원희 총무교육원장 등 6명이 경합을 벌였다.

5일 1차 투표에서는 6명이 모두 유효 득표의 과반수에 이르지 못해 이틀 뒤인 7일 최다 득표자인 오 후보와 차점자인 강 후보가 결선투표에 들어갔다. 7일 결선 투표에선 1차 투표 때 차점득표를 한 강 교육감이 3436표(51.68%)를 얻었고, 1차 투표 최다 득표를 한 오재욱 당시 교육감은 3213표(48.32%)를 기록, 강 교육감이 223표차로 당선됐다.

지역별로는 강 후보가 천안 등 8개 지역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특히 1차 투표 때 218표를 얻었던 천안지역에서 무려 503표를 얻었다. 현상적으로는 1차 투표에서 3위로 낙선한 이병학 후보와의 밀약이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검찰은 강 교육감이 당선 이후 이 후보와의 밀약대로 인사권을 행사했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심규상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