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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에는 두 명의 교육감이 있다'거나 '이 모 교육위원이 북부교육감 행세를 하고 있다.' '교육장이 되려면 교육감 선거 때 공신이거나 몇 천 만원의 뇌물이 필요하다'

그동안 믿고 싶지 않은 이같은 풍문이 충남 교육계에 떠돌았다. 또 교장 등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정년 퇴임을 1년 앞둔 분이 교육장으로 발령된 데는 또 다른 거래가 있을 것이라거나, 다음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인사라는 식의 뒷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설마 교육계 인사에 돈 거래까지야' 또는 '그래도 평생 교육계에 종사하신 분들인데'하는 심정으로 그런 말을 근거 없는 풍문으로 애써 무시해 왔다. 그런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 일이 사실로 드러나고야 말았다.

교육감은 당선을 위해 다른 후보자에게 인사권을 위임한다는 밀약 각서를 써줬고, 교육위원인 그 후보자는 위임받은 인사권을 이용해 수 천 만원의 뇌물을 받고 교육장, 학무과장 자리를 팔았다가 검찰에 구속되었다.

게다가 교육감 선거에서 떨어진 교육위원이 교육장을 시켜주겠다며 수 천 만원을 받아 구속되었을 때 이미 인사권 위임의 밀약 각서가 있다는 것이 움직일 수 없는 전제가 되었는데도 충남 교육계의 수장인 강 교육감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얼버무리려 하다가 막상 각서가 발견되자 입을 닫아버렸다.

마치 자신은 관계없는 것처럼 '현직 교육위원과 전직 교육장, 교장의 인사관련 사건에 대해 침통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객관적 자세로 논평을 냈던 교육감이 자신이 그 모든 사태의 원인제공자였고 범행 당사자였음을 증명하는 '인사권 밀약각서'가 드러난 지금에는 무어라 변명할 지가 궁금하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사실 앞에 할 말을 잃는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백 번 천 번 사죄할 뿐이다. 학부모님들께 부끄럽고 송구스러울 뿐이다. 그러면서 '강 교육감도 선거에서 당선되고 싶은 순간적 욕심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고 지금 많이 괴로워하고 부끄러워하고 있겠지'하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 즉시 충남 교육계의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교직원들 앞에 사실을 모두 밝히고 사죄한 뒤 교육감 직을 물러나는 용기를 보여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그것만이 엄청난 상처를 입은 충남교육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하면서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고쳐야 할 몇 가지를 지적해 두고 싶다.

첫째,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 교육감을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선거권을 가진 전 주민 직접 선거로 뽑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만 되면 모든 학교에서 교육감 선거권이 있는 학교운영위원선거가 치열해지는데 이는 교육감 후보들의 사전 조직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또 현행 방식인 학교 운영위원 직선을 유지해야 한다면 당연직 운영위원인 교장선출과 관련해 교장선출 보직제 도입을 검토하고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계 스스로 아이들 앞에 똑같은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자정운동을 벌여야 한다. 충남 교육계에 현실로 존재하는 특정 고등학교, 특정 대학교 출신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 학연, 지연에 근거한 인맥을 스스로 해체해야 한다. 모든 학교에서 친목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출신학교끼리의 모임을 중단하자. 그동안 대부분 학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하더라도 교육계에서 모든 학연을 떨쳐버리겠다는 결의로 함께 참여하자.

아울러 모든 공직후보는 출신지역이나 출신학교를 일체 밝히지 못하게 법제화하고 이것이 당연한 상식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셋째,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다. 후보자 매수의 증거인 각서가 드러났는데도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밀약에 의해 인사권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직권남용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전교조에 대해서는 교사 개개인의 권리이기도 한 연가를 집단으로 냈다고 해서 직접 연가를 내지 않는 지도부에 대해 교단을 떠나게 하는 엄정한 법적용을 하면서 교육계 전체를 뒤흔든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용이 형평성을 잃는다면 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충남과 대전 교육감 선거가 모두 내년에 치러진다. 선거를 치르기 전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의 선거를 눈여겨보고 배우자. 학생회장 선거에서 같은 동네 출신,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라고 찍어주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없다. 부끄러운 심정으로 보고 배우자.

그보다 강복환 교육감이 모든 잘못을 털어놓고 자진 사퇴하는 용기를 내줄 것을 간절하게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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