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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이 대전 은평공원에 세워진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와 관련 대전시로 하여금 '임의 수거'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휘호비를 세운 대전애국지사숭모회에게 '휘호비를 철거하고 그 부지를 대전시에 인도하라'는 1심 판결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대전고등법원 제 1민사부(재판장 김인욱)는 24일 원고인 대전시와 피고인 대전애국지사숭모회에 보낸 조정결정문을 통해 은평공원(대전시 월평동)에 세워진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와 관련 "대전시가 휘호비를 임의 수거해가고 휘호비를 세운 애국지사숭모회는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안을 내놓았다.

 

또 "원고(대전시)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고 소송 총비용 및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한다"는 조정안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 1심 재판부(제 11민사부, 재판장 이태수)는 휘호비를 세운 대전애국지사숭모회로 하여금 "휘호비를 철거하고 그 부지를 (대전시에) 인도하라"며 "이를 가집행 할 수 있다"고 판결했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결이유에 대해 "대전애국지사숭모회가 (대전시로부터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를 세운다며 사업비를 받아다) 사업계획서상 없던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관련 부분을 추가해 휘호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즉 1심 재판부는 휘호비를 철거해야 할 주체를 비를 잘못 세운 대전애국지사숭모회로 판단한 반면 2심 재판부는 대전시로 다르게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용어 자체도 '철거'에서 '임의 수거'로 변경됐다. 소송비용과 관련해서도 1심 재판부는 대전애국지사숭모회에 부담하도록 한 반면 2심 재판부는 각자 부담하게 했다. 특히 잘못된 비문을 세워 수년 동안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고 수정된 새 비문을 세울 경우 추가 비용 발생이 예측됨에도 2심 재판부는 '대전시가 손해배상청구 등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라고 조정했다.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1심 판결에 비해 크게 후퇴..매우 유감"

 

이에 대해 이규봉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장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 재판부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관련법을 어기고 역사왜곡 위험이 있는 잘못된 비문을 세운 대전애국지사숭모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국고를 낭비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애국지사숭모회로 부터 잘못 사용된 국고지원금을 회수해 비문을 제대로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고 측인 대전시는 조정안의 수용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논의를 거쳐 수용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2심 재판부의 조정안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문'으로 이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한편 대전애국지사숭모회는 지난 2000년 은평공원(대전 서구 월평동)에 대전지역 대표적 항일운동가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와 생애비를 건립하기로 하고 대전시로부터 95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단체는 생애비와 휘호비 앞면에 당초 계획에 없던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의 조부를 '독립운동가'로 새겨 놓고 정작 주인공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은 '뒷면'에 새겼다. 게다가 이 단체는 독립운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인구 명예회장 조부의 생애비에 '독립운동가'라고 새겨 넣었다. 대전시가 제기한 이번 소송은 대전애국지사숭모회에 당초 사업계획에 없던 계룡건설 이 명예회장 조부의 생애비문과 휘호비문을 철거 또는 삭제하라는 소송이다.


태그:#은평공원, #대전고등법원, #계룡건설, #김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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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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