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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사격장. 미군사격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불로 인해 우수한 산림자원이 훼손되고 있다.
ⓒ 박신용철
북방한계선에서 1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폭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사격훈련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 펄럭인다. 이 일대는 미군사격훈련으로 인한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임진강 건너 민간인 통제구역에 있는 미군실사격훈련장 '스토리사격장'. 지난 2월 한달동안 미군 사격으로 세차례나 산불이 발생, 최소한 5000ha이상의 우수한 산림생태계가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정부는 생태계의 보고 '비무장지대'와 배후지역인 민통선 일대에 대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 중이지만 미군사격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불에 대해서는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세차례의 산불, 하지만 대책이 없다

지난 2월 1일, 23일, 25일 세차례에 걸친 산불의 원인은 미군의 실사격훈련이었다. 파주시 관계자는 "산불의 원인은 미군부대 사격이었다"며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어서 2월 23일과 25일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5005ha로 추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스토리사격장에서 산불을 자주 낸다. 오전에 불이 나면 오후에나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미측에 피해요구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파주소방서 한 관계자는 "2월 1일에도 산불이 났다"며 다음과 같이 현장 접근 자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스토리사격장을 위시한 민통선 지역은 소방대도 맘대로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다. 대한민국 땅이라고 해도 군인이 통과시켜 줘야 하는 지역이다. 당시 한국군에서 산 자체가 지뢰밭이고 훈련장이라 못들어오게 했고 25사단 육군 대위가 '군용헬기로 진화작업을 벌이겠다고 했다'며 돌아가라 했다."

경기도 2청사 관계자도 "미군과의 상설협의부서인 군관협력계를 통해 미군사격장 산불 문제에 대한 안건을 자주 냈고 미측도 건조기에 사격훈련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사격장에 물탱크, 소방차 등 수방시설을 사전에 확보하기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군과의 협의내용은 구두상, 업무협의로 진행되었지 문서로 작성한 것은 없다"며 "미군과는 사전 협의가 잘 안된다. 일반적인 사항도 끌려 다니는데 사전예방조치가 잘 되겠느냐? 국가차원에서 진행하면 모르겠지만 자자체에서 협의해서는 추진하기에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스토리사격장 관할 한국군 부대인 25사단 정훈공보부 한 관계자는 "경기도와 미2사단이 산불예방관련해 협의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토리사격장 산불피해 현장을 둘러본 결과, 미군공여지뿐 아니라 외곽지역까지 번져 울창했던 산림이 훼손되어 있었다. 비록 완전히 타지 않은 나무라 해도 '불에 맞으면' 생육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통상 산불 진화현장에서는 베어 버려 피해면적은 지자체에서 파악한 것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주민 ㅅ씨는 "스토리사격장에서 미군헬기 4~5대와 미군소방대 911까지 동원될 정도로 산불이 크게 났다"며 "건조기에 미군사격훈련은 연일 계속되었는데 산불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방지책인 물탱크나 소방차량을 준비해 놓고 훈련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방한계선에서 1km에 인접한 스토리사격장 일대는 우수한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매년 미군사격훈련으로 인해 상당한 면적의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며 "미군이 한국땅에 들어와 마음대로 훈련을 하면서 산불을 내면 한국군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내법인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산림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산불 예방 및 진화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신불의 효율적 예방과 진화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위험이 높은 기간을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산불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해 지자체 장과 지방산림청장에게 통지하고 이에 따라 관할지역의 산불방지대책을 수립,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타인의 산림을 방화(미수범 포함)하면 7년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자기 소유의 산림에 방화한 자도 10년 이사의 지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이다.

특히, 과실로 인해 타인소유의 산림을 불타게 하거나 과실로 자기 소유 산림을 타게 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한미SOFA협정에도 '주둔국의 법령을 존중한다'고 되어 있어 국내법 규정만 보면, 미군 사격훈련으로 발생한 산불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미군은 한미SOFA협정에 의해, 공여지 내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고 있어 미군사격으로 발생한 산불 피해는 '공무 중'이라는 이유로 중대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수한 산림자원이 미군에 의해 소실되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산림청 산불방재팀 심 아무개씨는 "방화나 산불을 내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산불 가해자가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군부대 사격장에서의 산불예방 및 진화에 필요한 설치'와 관련한 특별한 법적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산불예방을 위한 한국의 관리감독권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미SOFA협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미군기지 내 기름유출을 비롯한 환경오염, 미군 훈련 중 발생하는 산불 등으로 한국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그동안 미군 사격장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가 계속 발생했지만 한국정부는 이를 대비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산불예방을 위한 한국정부의 관리감독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산불참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고유경 국장은 "미군사격장이라 하더라고 산림 보호를 위해 행정자치부나 산림청이 산불 방지를 위한 권고를 내야 한다"며 "만약, 우리 정부의 권고가 있음에도 산불을 다시 낸다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토리사격장폐쇄주민대책위원장 우경복씨는 "아직 스토리사격장 공사가 한창인데 임진강 건너 울창한 산림들이 공사로 인해 짓밟히고 있다"며 "한국 사람은 나무 한그루 베려고 해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미군은 불법적으로 울창한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현장 공사를 시행하는 미군측에 산림훼손에 대해 항의했지만 SOFA협정을 들이대며 '뭐가 문제냐'하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스토리사격장 215만평 중 5만5천여평에 달하는 보전임지와 산림이 우수한 지역도 포함된다. 보전임지는 산림생태계가 우수해 잘 보전, 관리하여 후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정하는 산지다. 이 지역의 산림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남아있는 비무장지대와 함께 생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주시는 민통선 일대 산림을 산림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전하고 있다.

스토리사격장 일대는 비무장지대 배후지역으로 우수한 생태계를 자랑하고 있다. 독수리(환경부 보호야수조류 22조, 천연기념물 243호),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환경부 보호야생조류 30호, 천연기념물 203호), 개리(환경부 보호야생조류 7호, 천연기념물 325호)를 비롯한 멧돼지, 고라니, 노무 등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스토리사격장은 매향리사격장 폐쇄이후 유일한 미군전용사격장으로 남게 되었다. 특히 주한미군재배치계획의 일환으로 경기북부에 설치될 '종합훈련센터'의 중요한 사격장 중 하나로 포천의 로드리게스, 파주의 다그마노스와 함께 한미공동훈련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1100여 만평의 무건리사격장이 하나의 벨트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군은 2004년 1월 2일부터 215만평에 달하는 미군전용 실사격훈련장인 '스토리사격장' 첨단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애초 2006년 12월 31일로 마무리될 계획이었지만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다.

경기북부 미 훈련장에서 벌어진 산불피해 사례

1996년 4월 23일 동두천 미2사단 사격장에서 미군 사격훈련 도중 산불이 발생, 진화작업을 벌이던 공익근무요원 등 7명의 한국인이 희생당했다. 당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미군의 늑장대응이 인명피해를 불러왔다'며 형사책임을 묻는 등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미측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스토리사격장은 2005년 1월 26일에도 미군 포사격훈련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당일 피해면적만 6000여평이었다. 미군은 소방헬기 단 1대만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다가 오후 6시경 날이 저물었다며 진화작업을 중단했다.

2006년 1월 8일 경기도 포천 소재 로드리게스(미군사격장)에서도 사격연습 도중 산불이 발생해 임야가 훼손되었다.

같은 해 3월 24일과 26일, 경기도 포천 영평사격장에서 미군 훈련으로 인한 산불이 발생했다. 당시 포천시는 첫번째 화재가 발생하자 동두천 소재 캠프 케이시 소방대에 소방헬기 출동을 십여차례 요청했지만 다음날이 되어서야 출동했다.

결국 산림청과 포천시 임차 헬기 4대, 산불진화대원, 공무원 50여 명이 동원되어 진화작업을 벌였다. 피해면적은 2.5ha였다. 그런데 미군은 산불을 내놓고 늑장 대응까지 하더니 다음날 다시 야간 사격훈련을 실시했고 산불이 다시 붙었다. 이로 인해 총 피해면적 8ha가 소실되었다.
/ 박신용철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생명은 힘이 세다(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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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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