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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공무원들이 최근 5년 동안 시간외 수당을 부당하게 챙긴 사실이 경기도 감사결과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청 전경.
ⓒ 김한영
수원시 공무원들의 '시간외 수당 부정수급' 비리가 최근 경기도 감사결과 드러나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에 대한 수원시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번 비리사건과 관련해 정작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환수대책 등을 밝혀야 할 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김용서(65·한나라당) 시장이 줄곧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공보관이 대신 사과문을 내고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일부 수원시 공무원들의 이른바 '도화추태' 사건 당시 김 시장이 발빠르게 사과와 해명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번 비리사건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대응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원시 공무원 '시간외 수당 부정 수급' 비리 충격

수원시 공무원들의 '시간외 수당 부당 수급' 비리는 지난 1월 29일 <한겨레>가 경기도의 '수원시 초과근무수당 부당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 보도로 수원시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이 신문이 보도한 경기도의 '수원시 초과근무수당 부당 운영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시 공무원 2311명이 최근 5년 동안 초과 근무기록을 대리 기재하는 방법으로 편법 또는 부당하게 챙긴 시간외 수당은 모두 333억 4700여만원.

<한겨레>는 "이같은 액수는 수원시 공무원 한 명당 1442만여원 꼴로, 한 달에 24만원씩 챙긴 셈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수원시 공무원 24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이 이번 '수당비리' 사건에 연루됐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던졌다.

이런 사실은 경기도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동안 수원시 공무원 100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밝혀냈다. 또 경비업체로부터 지난 5년 동안 수원시청과 동사무소 관리기록을 넘겨받아 사무실이 이미 잠긴 시간에도 근무를 계속한 것처럼 거짓 기록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겨레>는 "수원시 각 부서의 서무 담당 직원 1∼2명이 초과근무 확인대장에 소속 부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모두 오전 8시와 오후 11시로 적어 1인당 초과근무 시간을 매달 평균 60시간으로 기록했다"면서 "이는 경기도내 다른 시·군 공무원들의 초과근무 시간이 매달 평균 33시간인 데 견줘 2배 가량 많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민들, 분노 폭발... 환수-처벌-시장퇴진 등 주장

▲ 수원시 공무원 '수당비리'와 관련된 <한겨레> 1월 29일자 보도기사.
ⓒ <한겨레> PDF 갈무리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수원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수원시청 홈페이지 '열린 시장실', '시민발언방', '시민게시판'에는 실명제 운영에도 불구하고 분노한 시민들의 비난 글이 연일 봇물을 이루었다.

특히 시민들은 지난해 12월 '도하추태'에 이어 또 다시 터진 수원시 비리사건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면서 부당하게 지급된 시간외 수당 환수,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한 듯 거친 표현으로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시민 이아무개씨는 "이번 수원시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취득 문제는 일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현 시장 임기(최근 5년)동안 전반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이는 선출직 시장과 임명직 공직자들간의 적절치 못한 관계를 암시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불법적인 일이 5년간 체계적 조직적으로 지속돼 온 것은 수원시 행정시스템 전반에 심대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시민 혈세의 부당 남용사건은 단순한 '환수'가 아니라, 사법적 심판의 의미를 갖는 '추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아무개씨는 "수원시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장난질하다니, 아무리 변명해도 용서가 안 된다"면서 "공무원들은 그동안 부당하게 챙겨간 수당을 모두 토해내고, 응당한 징계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들은 '수당비리'가 현 시장의 재임기간에 발생된 점에 주목해 책임론을 제기하며 퇴진과 사죄를 요구했다. 유아무개씨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오만이고 죄악"이라며 "두 번이나 뽑아 준 시민들의 등에 비수를 꽂은 시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일갈했다.

곽아무개씨는 "수원시장은 백배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한마디도 없다"면서 "수원시장은 모든 수원시민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주부 이아무개씨는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해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장은 묵묵부답... 공보관이 사과문 내고 사태수습?

그러나 이 같은 시민들의 분노와 사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 시장은 아직까지 시민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하고 있다. 수원시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시 공보관이 지난 30일 시청 홈페이지에 '수당비리'를 사과하는 내용의 팝업 창을 띄운 게 전부다.

공보관은 사과문에서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정규시간 외 초과 근무하는 공무원에 한해 지급하는 초과근무수당을 부당 운영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수원시와 시민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발생한 초과근무수당 부당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체조사를 거친 후, 잘못 집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환수 및 관련자 문책 등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수원시장이 아닌 공보관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 수원시청 홈페이지
'수당비리' 사건을 책임져야 할 수원시장·부시장·자치행정국장·감사담당관 등은 모두 빠지고, 공보관 혼자서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김용서 시장이 직접 사과해도 부족할 판에 공보관 수준에서 사과문을 내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원참여예산연대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이번 사건에 대한 시장의 안이한 인식과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책임추궁에 시장은 침묵만 지키고, 공보관이 원론적 수준의 사과문을 낸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수원경실련 관계자도 "수원시 수당비리는 도하추태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시장이 시민들 앞에 사과 한마디하지 않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과 죄의식이 없다는 증거"라며 "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무책임과 오만"...시장 측 "사과 계획은 없다"

시민 노아무개(35·인계동)씨는 "지금 수원시의 가장 큰 문제는 몇 년 사이 공직기강이 무너지면서 최근 몇 개월 동안 대형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수원시 공직자들의 도덕 재무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2일 전화통화에서 "현재 수원시 홈페이지에 공보관의 사과문이 게재돼 있다"면서 "시장의 대변인이나 마찬가지인 공보관이 사과문을 냈기 때문에 시장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도하추태' 파문 당시 신속하게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해명을 했던 시장이 그 때보다 훨씬 사안이 심각한 '수당비리'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고 전하자 그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의 직접 사과나 입장표명은 계획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수원지역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수원참여예산연대는 지난 1월29일 긴급 성명을 내고 "경기도와 수원시는 감사결과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철저하게 공개하고, 부당하게 지급된 수당 전액을 환수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번 '수당비리' 관련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철저히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뒤 "만약 경기도와 수원시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시민들과 함께 주민감사와 주민소송 등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수원참여예산연대는 수당비리 사건과 관련해 오는 5일 오전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시의 적극적인 해결대책 마련과 수원시장의 사과를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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