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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열린우리당과의 부동산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권오규 경제부총리.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재정경제부가 아파트 원가공개에 대해서는 그토록 외면하면서 뜬금없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원가공개를 추진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재경부가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한 4일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재경부가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해왔는데, 그렇다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공개는 친(親)시장적이라는 것인가"라며 재경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BRI@재경부는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시민단체의 원가공개 확대 요구에도 공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혀 왔습니다.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기업의 이익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원가공개를 반대하는 재경부 측 주장의 근거입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당정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서서 원가공개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도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시도해 볼 만하지만, 분양원가 공개는 기업의 이익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시장논리 앞세워 원가공개 어렵다더니...

그러나 재경부가 '올해 경제운용방향'에서 밝힌 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공개 추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원가공개 문제를 대하는 재경부의 자가당착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재경부가 분양원가 반대를 주장할 때마다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시장 만능주의'는 오간 데 없고 이번엔 '시장 경쟁원리를 역행하더라도…'란 논리가 불쑥 튀어나옵니다.

재경부는 이날 "시장 경쟁원리에 다소 반하더라도 서민·영세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용카드사에 지급하는 가맹점들의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중립적 기관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 원가분석 표준안을 만들어 카드업계가 수수료율 결정체계를 자발적으로 개선토록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분양원가는 시장과 기업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미공개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카드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카드 수수료 원가공개가 '시장 경쟁원리를 역행하더라도' 서민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돼야 한다면 아파트 분양원가 역시 이 논리를 적용받아야 합니다. 이 시대 우리 서민들이 안고 있는 부담 가운데 '집 없는 설움'보다 더 큰 부담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재경부가 카드 수수료 원가공개를 추진하려는 논리대로 아파트 분양원가 문제도 중립적인 기관을 통해 원가를 산정·평가해 건설업계가 아파트 분양가를 내리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습니다.

집없는 설움보다 더 큰 서민부담이 어딨나

정부가 진정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마음이 있다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도 공개해야 하고 아파트 분양원가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계속해서 기업들의 이익훼손을 앞세워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한다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다음주 열리는 고위당정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최종 결론을 짓는다고 합니다. 재경부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얘기에 귀기울여보면 현재로선 재경부가 원가공개 반대 고집을 꺾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나는 박(병원) 차관의 '고집스런' 발언에서 시장만능주의자의 전형을 본다, 나는 박 차관의 '꿋꿋한' 발언에서 관료패권주의자의 전횡을 본다"고 꼬집었을까요.

폭리구조로 보나, 전국민적 바람으로 보나 당장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더 시급합니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 CBS >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14.8%에 불과했습니다. 이번만이라도 재경부가 고집을 버리고 국민들 말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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