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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오늘(2일) 아침 또다시 사고를 쳤다. 여전히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 의장과 이미경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분양원가 공개에 여전히 동의한다.

나는 박 차관의 '고집스런' 발언에서 시장만능주의자의 전형을 본다. 나는 박 차관의 '꿋꿋한' 발언에서 관료패권주의자의 전횡을 본다.

박 차관의 말대로라면 우리 사회에는 공적 영역은 존재할 여지가 없다. 오로지 시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박 차관의 입장에서 이미 '시장은 곧 신(神)'이요, '시장은 곧 국가'다. 그리고 '국가는 곧 기업'이다. 부동산 정책의 치욕스런 실패를 맛보고도 '와신상담'할 줄 모르는 박 차관의 모습에서 '강남 부동산의 불패신화'를 본다.

우리 헌법은 다른 나라 헌법과는 달리 경제질서에 대한 별도의 장을 두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사실상 명문화했다. 박 차관의 발언은 반헌법적이다.

관료제의 핵심 중 하나는 '국민주권에 대한 철저한 종속성'이다. 주권은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대통령과 의회에 위임된다. 대통령과 의회는 정부와 정책을 임기 동안 책임지고, 선거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부담한다.

관료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공무원제'의 우산 속에서 전문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고 주권을 위임받은 정치세력에 종속된다. 관료가 이 기본적 개념과 구조를 벗어나는 한 이는 관료의 '기술독점'을 넘어 '관료독재'라는 망국의 길을 들어서는 것이다. '관료패권'이라는 유혹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관료가 관료가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반헌법적 권력기구로 자리잡게 된다. 어떠한 정치적 책임능력도 갖지 못하는 관료가 헌법의 권한을 넘어서는 초헌법적 기구로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발언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절감하다

나는 박 차관의 발언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절감한다. '시장만능주의'와 '관료독재주의'가 결합되었을 때의 위험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를 '시장사회'로 오인한다. '기술독점'을 '관료독재'로 착각한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시민사회영역, 공적 영역은 철저히 파괴된다. 국민주권주의와 공화주의는 사라지고, 국가와 시민사회는 적대적 관계에 처하게 되며, 고대 원시사회의 '정글의 법칙'만이 판을 치게 된다.

나는 박 차관이 당장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한 관료집단의 최소한의 제의(祭儀)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차관 같은 인물이 후임 산업자원부 장관이나 국무조정실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당나라의 시성 두보는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라고 했다. 이를 빗대 <동아일보> 조헌주 기자는 지난 2003년 이미 "국파(國破) 관료재(官僚在)"라고 했다. 당나라는 망했어도 중국의 산천은 의구했으며, IMF가 터졌어도 대한민국의 경제관료들은 여전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과 관료들을 꾸짖는 좋은 말이 있다.

官無常貴, 而民無終賤(관무상귀, 이민무종천)

"벼슬자리에 있다고 해서 항상 귀한 경우는 없고, 일반 백성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비천한 경우는 없다."(墨子 尙賢 上)

덧붙이는 글 | 최재천 기자는 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태그:#박병원, #재정경제부, #분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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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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