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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들리 장갑차가 동원된 군사훈련을 펼치는 미 2사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왜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인가'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2009년에 작통권 이양 입장을 전달해놓고 있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2011~2012년보다 2~3년이 빠른 것이다.

현재 양국 정부는 작통권 환수 시점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한미군사지휘체계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국이 독자사령부를 창설하되 공동방위체계를 구성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미국 내 일각에서는 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하더라도 유엔 사령부를 강화해 유사시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의도를 따져보는 것은 작통권 환수의 파장과 득실관계를 분석하는데 핵심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실 미국은 1990년대 초반에 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할 계획이었고, 이를 한국 정부에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정부는 작통권 이양을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로 해석하면서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작통권은 전시와 평시로 이원화 되어 1994년 12월 평시 작통권만 이양받게 되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미국이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세계적 수준의 탈냉전이라는 안보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다. 이와 동시에 이른바 '쌍둥이 적자'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미국 내에서는 과도한 군비 부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주한미군을 3단계로 나누어 감축하기로 하고,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발생하고, 미국 역시 '윈-윈 전략'(한반도와 중동에서의 동시 승리 전략) 및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동아시아에 10만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주한미군 3단계 감축 및 작통권 이양 계획은 무기한 유보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작통권 환수 문제가 느닷없이 불거진 것은 아니다.

작통권 환수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 2002년 3월 경북 포항에서 실시된 한미합동군사훈련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최근 작통권 환수 문제는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을 요한다. 미국이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의 신군사전략 및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동맹 재편 전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동맹 재편 전략의 핵심은 동맹국의 능력 및 미국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미국 패권주의 힘의 원천'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봉쇄와 포위망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적인 동맹국으로 한국과 일본 및 '새로운 동반자'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를 지목하고, 이들 국가들에게 힘을 키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의 군사력 강화는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를 강화한다는 전략적 의미와 함께, 자국 무기의 수출 증대로 인한 짭짤한 수입까지도 보장해주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의 재편과 한국군의 대규모 전력증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작통권 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통권 환수는 사실상 '한국 방위의 한국화' 완성을 의미한다. 대북 억제 및 방어에서 한국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주한미군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한미간의 역할 분담이 재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근본 문제는 '그렇다면 주한미군은 앞으로 뭘 하느냐'이다. 이 문제는 올해 초에 논란이 일었다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해답이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국 군사력의 한국 유출입 및 경유를 통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목표 하에 추진돼온 한미동맹 재편의 키워드다.

즉, 한미상호방위조약 상의 주한미군 임무인 대북 억제 및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은 한국군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따라 북한에 대한 예방적·선제적 군사 행동, 중국에 대한 군사 활동, 세계 도처의 분쟁 지역에 신속한 투입 등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작통권 이양 추진 배경과는 근본적으로 맥락을 달리 하고 있다. 당시에 미국이 작통권을 이양하겠다는 배경에는 주한미군의 대폭적인 감축을 통한 상징적 규모의 주둔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주한미군은 병력은 줄어들지만 능력은 강화되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육·해·공군 할 것 없이 기동성과 유연성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통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노무현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한미동맹 문제에 접근해왔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자, 작통권 환수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작통권 환수로 회복한 군사 주권이 전략적 유연성 보장으로 '도로 아미타불'이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2009년인가?

▲ 서울 용산미군기지 1번 출입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왜 '2009년'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고 있느냐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한국군의 능력이 충분히 갖춰져 있고 앞으로도 군사력을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2009년까지 무리없이 작통권 이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09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 해이다. 110억달러를 투입해 주한미군 전력을 강화하고, 용산기지와 2사단의 평택 후방 배치가 마무리되는 등 '주한미군의 변혁'이 사실상 완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이러한 하드웨어를 갖추는 한편, 작통권이라는 소프트웨어까지 한국군에게 넘기면,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 및 방어'라는 짐은 벗어버리고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날개를 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2010년을 전후해 미일동맹 재편도 상당 부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앞서 작통권을 한국에게 이양하면, 미국은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라는 큰 틀을 통해 동아시아 전략을 구상할 수 있게 된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

작통권 환수는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총론 상의 명분과 함께, '근력은 어른 수준인데 두뇌는 어린이 수준'인 한국군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대미·대북 발언권이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분석한 것처럼, 작통권 환수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보장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작통권 환수가 일부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한미동맹의 와해나 주한미군의 철수로 인해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가속화시켜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안보 딜레마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하) 편에서는 작통권 딜레마,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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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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