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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교실중간에 분단의 선이 생겼다.
ⓒ 안서순
충남 홍성군 홍남초등학교 6학년 2반(담임 김미연) 교실. 어제까지 친구들과 함께 재잘거리고 공부하던 교실이 반으로 갈렸다. 교실 중간에 느닷없이 줄이 처지고 남과 북으로 갈린 것이다. 교실이 분단되면서 엄격한 법도 생겼다.

"남과 북의 친구들 간 일체의 대화를 금지한다. 남북간 학생들은 서로 학습용구를 빌리지 못 한다. 또한 쉬는 시간에는 물론 점심시간에도 서로 만나지 못하고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을 금지한다.

남쪽 학생은 앞쪽 출입문을 북쪽 학생은 뒤쪽 출입문만 사용할 수 있다. 남쪽 학생은 북쪽 사물함에 있는 개인 사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북쪽 학생들은 남쪽에 있는 학습기자재를 사용할 수 없다. 남북 분단선은 어떠한 경우에도 넘을 수가 없다."


이런 '분단상황'은 6ㆍ15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학생들이 스스로 분단을 체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일종의 체험학습으로 15, 16일 이틀 동안 진행됐다.

이 반은 우선 분단체험을 위해 15일 오전 9시 10분부터 교실 중간에 줄을 치고 남북으로 나누었다. 그 시간부터 학급학생들은 정해진 법을 지켜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미술시간이 됐는데도 남쪽 학생들은 북쪽 사물함에 있는 그림물감과 스케치북을 꺼내올 수 없었다. 물론 북쪽 학생들도 미술용품을 남쪽 학생들에게 전달해 줄 수 없었다. 또한 가장 친한 친구 사이여도 남과 북으로 갈라져 말 한마디 나눌 수 없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분단을 장난처럼 재미있게 즐겼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불편해 했다. 결국 참다 못해 하루하고도 3시간이 더 지난 16일 오전 11시 남과 북의 학생들은 각각 3명의 협상단을 선발해 교실 밖 복도에서 분단극복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 교실이 남북으로 분단된 가운데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 안서순
협상 초기에 학생들은 "북쪽이 더 많이 양보해라", "남쪽이 양보해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렸다. 당연히 협상에 진척은 없었다. 참다 못한 한 학생이 "불편한 모든 점들을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자주 만나 친해지고 분단의 장벽을 없앤다"

결국 협상단은 "한 교실을 가지고 남북으로 나눠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친한 친구들이 이유 없이 멀어지게 됐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이를 바탕으로 협상단은 40여분 논의 끝에 아래와 같은 협상안을 만들었다.

"쉬는 기간에 앞(남)분단과 뒷(북)분단을 섞어 놀게 한다. 협동작품을 만들어 서로 친해진다. 분단 대표들이 자주 만난다. 자주 만나 친해지고 분단의 장벽을 없앤다."

학생들은 분단체험 후 한반도기에 통일을 기원하는 소원 적기와 그림 그리기, 그리고 북한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를 했다.

백선이 학생은 북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반에서도 남과 북처럼 앞분단 ,뒷분단이 남북으로 나뉘었거든? 이번 경험을 통해 빨리 평화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라고 썼다.

수업을 진행한 김미연 담임교사는 "우리는 통일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경제적인 면을 내세우는데 진정한 통일을 꿈꾼다면 원래 하나였던 민족을 강조해야 한다"며 "전쟁의 참상과 이산의 아픔을 모르는 어린 세대에게는 남북의 화해가 왜 필요한지 차근차근 가르쳐 통일시대를 준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협상을 벌이는 남북대표학생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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