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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무진중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통일염원등을 걸고 있다.
ⓒ 김보성 기자

취재 : 이승후 기자
사진 : 김보성 기자
동영상 : 오명관 기자




6·15 선언 6주년을 맞은 15일 광주 무진중학교에서는 남북 공동수업이 열렸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남북 공동수업은 김성철 조선교육문화직업총동맹 부위원장 외 세 명의 북측 교육관계자들이 참관했다. 남북 공동수업에 북측 교육인사가 참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 의미가 한층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 공동수업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들른 광주 무진중학교 교정에는 학생들이 준비한 각종 선전물이 행사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었다. 27개 학급 600여명의 전교생들이 통일 염원을 직접 써넣은 한반도기 30여개와 통일등이 취재진을 반겼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필적이 담긴 한반도기를 찾아 나선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써 놓은 글도 살펴보는 등 공동수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 더 강해질 것"

▲ 한반도기에 새겨진 자신들의 통일염원 글을 확인하며 친구들과 밝게 웃는 학생들.
ⓒ 김보성 기자
북측 손님들을 맞는 준비에 한창인 학생들은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오혜민(16)양은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래 한겨레였으니까 당연히 통일이 돼야 한다"며 "통일이 되면 군대에 사용될 돈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게 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양은 "통일이 된다면 북측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국인(15)군 역시 "같은 민족이 하나 되는 게 당연하다"며 통일을 염원했다. 홍군은 "통일이 되면 남북의 장점이 모여 우리나라는 경제를 포함해 더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북측 친구들과 한 자리에서 수업을 같이 받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한반도기 주변에 모인 학생들은 "조만간 통일이 이뤄져 통일 고등학생이 됐으면 좋겠다"는 단체 소망을 적어 넣기도.

학생들은 남과 북 사이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법 뚜렷한 해법들을 가지고 있었다. 1학년 김슬기(14)양은 "한나라 국민이면서도 다른 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 민족의 동질성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양은 이어 "통일이 된다면 북쪽 친구들과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사시간이 다가오자 난생처음 북측 인사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되는 모습을 보인 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남북 공동수업을 받는 2학년 4반 조설준(15)군은 "북측과 같이 수업을 받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하다"며 "통일로 우리나라가 강국이 돼 미국과 동등한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 공동수업을 총괄 준비한 광주 무진중 유양식(47) 교사는 "교육자 입장에서 6·15 선언의 의미와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행사 의의를 밝혔다. 유 교사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를 '평화통일 교육주간'으로 선정해 통일기, 통일소원등, 글쓰기, 그림그리기 등 여러가지 행사를 해왔다"며 "오늘 남북 공동수업에 북측 관계자가 직접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학부모들도 참관하기를 희망했지만 사정상 허용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학부모들의 관심 역시 높았음을 전달했다. 유 교사는 "남북간 교류협력을 어떻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돼야 하는지 학생들과 같이 토론하고 지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측 중학교장 "꼭 우리 학교 애들 보는 것 같다"

▲ 사상 처음으로 북측 교육관계자가 참관한 가운데 남북 공동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권수희 교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 김보성 기자
이날 남북 공동수업은 광주 무진중 권수희 교사 지도로 2학년 4반 학생 36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3시부터 30여분간 진행됐다. 6·15 공동선언의 5개 합의 내용을 함께 낭독하고 지난 6년간 달라진 남북관계 변화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 학생은 "남과 북이 서로 미워하던 모습이 한층 줄어들었고 경제발전을 위해 개성공단에 합작공장을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각 부문별 잦은 교류 협력 사업, 이산가족 상봉, 각종 국제 체육행사 공동입장과 공동응원, 한반도 시대를 대비한 남북 철도 및 도로 복원 등 구체적 사례를 알아보며 6·15 공동선언이 이끌어 낸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 조성의 당위성에 대해 공부했다. 6·15 공동선언이 담고 있는 통일방안에 대해서도 "미합중국보다는 한단계 낮고, 유럽연합보다 한단계 높은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권수희 교사는 "평상시 학생들이 먼 산 불구경 하는 격으로 통일을 바라봤지만 수업을 할수록 (통일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따라오고 있다"며 "북측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통일이 학생들의 관심 사항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권 교사는 "내년에는 북측에서 공동수업이 진행되는데 그곳에 참석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남북 공동수업을 참관한 김영식 북측 모란봉 제1중학교장은 "꼭 우리 학교 애들을 보는 것 같다"며 남측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김 교장은 "무식은 암흑이고 지식은 광명이다"며 "조국통일을 위해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장은 "남북 공동수업이 계속 이어져 조국통일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6.15시대 주역으로 키워내자"

▲ 김철수 조선교육직업문화총동맹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이 남측 전교조와 교총 관계자들의 박수환대를 받으로 상봉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김보성 기자

남북 공동수업이 끝난 후 광주 무진중 강당에서는 '6·15 공동선언 6주년 기념 남북 교육자 상봉' 행사가 개최됐다. 상봉행사는 김철수 북측 교육직업문화총동맹 부위원장 외 7명의 북측인사와 해외동포,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 관계자 등 2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열띤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상봉행사는 윤종건 한국교총회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윤 회장은 "같은 민족이 반세기 이상 나누어진 데 대해 무한한 슬픔을 느낀다"며 "이 기회를 계기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교육을 활성화시켜 남북통일을 앞당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상철 전교조 수석 부위원장은 "6·15 선언은 교육자들이 앞장서서 현장에서 실현하고 교육해야 할 통일 이정표"라며 "앞으로 사랑하는 제자들이 6·15 시대 주역으로 힘차게 살아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차 부위원장은 "민족적 단결과 동포애의 관점에서 적극적인 통일교육을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남측 두 단체의 환영사에 대해 북측 김성철 교육문화직업총동맹 부위원장은 "우리 후대의 미래는 조국과 민족의 미래"라며 "교육자들이 역사와 민족 앞에 숭고한 사명감을 자각하고 그들을 위해 열정을 아낌없이 바치자"고 화답했다. 김 부위원장은 "교육자가 신성한 교단에서 무수한 연대의 씨앗을 뿌리고 통일조국의 거목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봉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무진중 합창단들의 '겨레하나', '통일의 꽃을 피워요' 공연을 감상한 후 행사장을 나섰다. / 이승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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