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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공동선언 6주년 기념 '남북공동수업'이 열린 동대전중학교 1학년 6반 교실의 수업장면.
ⓒ 오마이뉴스장재완
- 북한하면 생각나는 것은?
"빨간색, 김정일, 공산주의, 굶는 어린이, 군대, 기계체조, 한복 입은 예쁜 언니들…."

- 우리나라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과 남북통일, 어느 것이 더 기쁠까?
"우승!"

-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월드컵에 나간다면?
"반대, 북한은 축구를 못하니까…."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솔직한 대답이다. 어른들이 보면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만 같은 이산가족 상봉장면에도 냉랭하고, 남과 북 정상이 평양공항에서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에도 담담하다. 하지만 월드컵 대표의 경기장면에는 곧 바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6·15 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전교조 대전지부는 15일 6·15 공동선언 남북교육자 공동 실천 방안의 일환으로 '남북이 함께하는 6·15 공동수업'을 진행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진행된 이번 공동수업에서 동대전중학교 1학년 6반 담임인 박선형 선생님은 이날 7교시 자신의 '사회' 수업시간을 이용해 6·15 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이를 공개했다.

"몇 십 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

이날 수업은 <더 자두>의 '김밥' 노래 부르기로 시작됐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수십년을 다른 생각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남과 북이 이제 대화를 시작한 만큼 서로의 이해를 넓혀가자는 의미다.

이어 4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6·15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장면과 이후의 남북교류 등이 담긴 프리젠테이션이 상영됐고, 박 교사의 남북공동선언의 내용, 의미, 통일의 필요성, 경제협력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남북 공동선언'과 '통일'은 남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 같았다. 남북 정상의 만남,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 등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영상에 담겨있었지만 학생들의 가슴에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듯 했다. 금새 탄성이 터져 나오는 장면은 역시 월드컵 경기 장면, 짧은 순간에도 아이들의 눈빛이 빛났다.

이어 한반도가 그려진 '단일기'에 학생들의 소망을 적는 시간이 이어졌다. 통일의 바람과 북한 어린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간혹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월드컵대표팀의 4강 기원, 프랑스전 승리 등이 주를 이뤘다.

박 선생님은 이러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구입한 '통일사탕'을 나누어 줬다. 수익금은 북한어린이 교육기자재 구입 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역시 학생들 반응은 최고다.

마지막 순서로는 배포된 '학습지'의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보고 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으로 공동수업은 마무리됐다.

▲ 학생들이 한반도가 그려진 '단일기'에 소망을 적고 있다.
ⓒ 오마이뉴스장재완
수업을 마친 백용란 학생은 "솔직히 통일되는 게 싫었는데, 오늘 수업을 통해 통일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송채리 학생은 "우리는 북한에 많은 것을 주는데 북한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안 주는 것 같아 북한이 싫었는데, 오늘 왜 우리가 북한에 주어야 하는지, 통일이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박선형 교사는 "학생들 대부분이 북한과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북한에 대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또 "이러한 통일에 관한 학습기회가 더 많아져서 북한과의 거리를 줄여가는 것이 바로 통일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교조 대전지부는 12일부터 17일까지를 6·15 공동교육주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신청을 받아 3곳에서 공개 공동수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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