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스승의 날'을 맞아 하늘나라에서 보낸 참스승의 제자사랑 메시지가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지난 12일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200여 명은 휴대전화에 도착한 문자 메시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흘 전 오랜 암투병 끝에 눈을 감은 이 학과 심재호 교수로부터 도착한 메시지였기 때문이었다.

"벌써 천국에 도착했네. 생각보다 가까워. 내가 가까이 있으니 너무 외로워하지들 말게…"

심 교수가 눈을 감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메시지 발송을 예약해놨던 것으로 보이는 이 메시지에는 예고된 자신의 죽음에 슬퍼할 제자들의 마음을 오히려 보듬는 참스승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이 학과 이은정(4년)씨는 "죽음의 문턱에서 마지막까지 제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떠올렸을 교수님을 생각하니 더욱 죄송스러운 맘 뿐"이라고 말했다.

작고하기 전 심 교수는 대전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충남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대전시의 대표적 복지 프로그램인 '만두레'의 이론적 토대부터 입안·실행·평가 등을 제공하며 사회복지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것은 2004년 12월로 당시 의사들의 가망이 없다 통보에도 불구하고 12차례의 항암치료와 신앙심으로 기적적인 투병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13일 교수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그는 "의사 선생님은 치료방법이 없다고 하시면서 주변 정리를 하라고 하셨습니다"며 "그러나 저는 끝까지 믿음의 끊을 놓치 않고 주님게 의지하며 승리하고자 합니다"라며 기도를 당부하기도 했다.

동료 교수인 김대호 교수는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상황에서도 신앙심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심 교수를 보면서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았다"며 "병문안 갔을 때는 오히려 몸조심하라며 어려울 때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놓으라는 말까지 전했다"고 말했다.

동료 교수들은 심 교수를 위한 모금활동도 펼쳐 병원비를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심 교수와 동료들의 이런 노력에도 결국 지난 8일 43세의 젊은 일기로 눈을 감았다.

사회복지학과 학회장 최재혁(3년)씨는 "스승의 날을 맞아 교수님이 잠들어 계시는 영락원을 학우들과 함께 찾아 카네이션을 헌화했다"며 "천국에서 이제는 제자 걱정 거두시고 편히 쉬시길 빌었다"고 말했다.

seokyee@yna.co.kr

<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