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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닐루화르의 미소>
ⓒ 큰나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더라도 특이한 내용이나 그림이 담긴 것을 보면 반갑기 그지없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명작동화야 필수적으로 읽어 주어야 할 그림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뻔한' 내용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보다 창의적인 내용과 그림을 통해 아이들은 더 넓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큰나 출판사의 <닐루화르의 미소>는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돋보이는 이란 작가의 그림책이다. 이란의 책이라는 점도 독특하지만 책의 그림과 내용 또한 매우 창조적이어서 아이들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져 비싼 가격인 그림책에 비해 얇은 공책 모양의 이 책은 간편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다. 가격 또한 그림책 치고는 꽤 저렴한 편이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은 한 여자아이가 크게 미소를 짓고 있는 단순한 모양의 크레파스화다. 실제 아동이 그린 것은 아니지만 마치 어린이가 그린 그림처럼 보이도록 하여 아이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준다. 활짝 웃고 있는 얼굴 모양은 어린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효과가 있다.

책은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보니 미소를 잃어버린 닐루화르의 놀란 모습으로 시작한다. 가방 속을 열어 보기도 하고 옷 장 안을 들여다봐도 미소를 찾을 수 없는 한 소녀. '미소를 잃어버린 얼굴이 예쁘지도 않고, 눈동자도 미소 없이는 빛나지 않는' 걸 알고는 미소 찾기에 나선다.

자신이 미소를 잘 돌봐주지 않아 화가 나서 숨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닐루화르는 그림책을 펼쳐 본다. 어쩌면 그곳에 미소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얼굴들은 한결같이 찡그리고 있었다. 닐루화르는 자기가 그린 얼굴들에 모두 미소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

아빠와 엄마 얼굴에 각각 파란 미소와 분홍 미소를, 하늘에는 더 이상 구름이 끼지 않도록 커다란 노란색 미소를, 쥐와 물고기에게 친절하라고 고양이에게 오렌지 색 미소를 그려주는 닐루화르. 아이는 심지어 굴뚝에게도 미소를 그려준다. 그러자 굴뚝 모양이 우스워졌다. 닐루화르는 자신이 고쳐 그린 그림책의 사물들이 우스워진다.

이렇게 해서 닐루화르의 미소는 다시 되돌아온다. 자신이 그린 그림책의 미소들과 함께 아이의 웃음도 찾아든 것이다. 찡그린 얼굴의 그림만 그리다 보니 자신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다는 설정은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 준다. 웃음을 간직할 수 있는 즐거운 마음을 가지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이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며 행복한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 책 <몸의 구석구석이 말하기를>
ⓒ 한림출판사
<닐루화르의 미소>가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 주는 책이라면 <몸의 구석구석이 말하기를>은 몸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일본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인 고미 타로가 글과 그림을 넣은 이 책은 매우 독창적인 사고를 담고 있다. 손가락, 입, 등, 눈, 귀가 모두 자기 목소리를 내며 말한다는 내용은 신체의 일부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느낌을 준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걷고 있는데 '어? 이게 뭐지?' 갑자기 손가락이 말합니다. '앗, 이거 저번에 받은 사탕이잖아!' 생각이 난 머리가 말합니다. '너무 더러운데… 먼지 같은 것도 붙어 있고…' 눈이 살펴보고 말합니다. '게다가 조금 녹아 있어. 이제 이 사탕은 못 먹겠는 걸.' 손가락 끝이 확인해서 말합니다."

그러나 혀가 '아주 달콤한 맛이 날 거야' 라고 말하는 바람에 사탕을 먹는 아이. 그리고는 목구멍이 '물을 조금 마시고 싶다' 고 재촉하여 물을 찾으러 공원으로 간다. 가는 길에 더워진 아이는 '햇볕도 뜨거운데 이 티셔츠 덥지 않아?'라고 불만스럽게 등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티셔츠를 벗는다.

티셔츠를 벗고 달리는 아이의 엉덩이가 갑자기 '바지도 어떻게 좀 해 봐' 라고 말해 바지를 벗게 된다. 몸의 여기저기가 아우성치는 소리에 신발도, 팬티도 벗어 던진 아이. 이런 아이의 모습에 웃음 짓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조금 뒤 살펴보니 발바닥도 아프고 고추도 부끄럽다. 몸의 여기저기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때 한 여자 아이가 등장하여 티셔츠를 몸에 둘러주자 아이는 기분이 좋아진다. 물을 마실 때 온몸 구석구석이 '와아' 하는 탄성을 동시에 지른다. 이때만큼은 온몸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만족한 아이는 '아이고, 이제 쉬자…'는 하나 된 몸의 소리를 듣고 벤치에서 달콤한 잠에 빠진다. 그리고는 몸의 여기저기서 다시 멋대로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발바닥이 아파…, 엉덩이가 가려워…, 배가 고프다…, 등이 편안해서 기분이 좋다…."

이렇게 끝나는 그림책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신체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역할과 그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 준다. 교훈적인 어조로 몸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우리 몸의 다양한 모습을 알려 주어 참신하다. 아이들은 그림책의 재미에 빠져 들면서 신체의 각 부분이 하는 일들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모두 소중하다. 그리고 그 몸과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 아이들에게 밝고 건강한 마음과 자기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주고 싶다면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어 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너무 획일적인 한 출판사나 한 작가의 책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닐루화르의 미소 (반양장)

아크람 거셈푸르 지음, 나씸 어저디 그림, 김영연 옮김, 큰나(시와시학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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