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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곱슬곱슬 머리띠>
ⓒ 사계절
엄마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던 아이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단체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쉽다. 이제 10개월이 된 우리 동네 아기는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 놀이방에 보냈더니 하루 종일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린이 집을 바꾸고 호흡이 잘 맞는 선생님께 아이를 맡기자 아가는 금세 적응하여 놀이방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한다.

이렇게 어린 아가도 새로운 공간과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좀더 큰 아이들은 오죽하랴. 5살이 된 조카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유치원에 빠져 보려고 애쓰는 걸 보면 아이들에게 있어 낯선 환경과 단체 생활이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새로운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곱슬곱슬 머리띠>는 엄마 말귀를 어느 정도 알아듣고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을 다닐 시기의 만 2세 이상 아동이 보면 좋을 그림책이다. 볼이 통통한 상고머리 어린 아이의 그림은 어른이 보기에도 정이 갈 정도로 귀엽다. 수입해 들어온 다른 그림책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그림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유치원에 입학하게 된 윤이는 모르는 선생님, 모르는 친구들을 만날 일이 걱정이다. 유치원에 간 첫날부터 남자 아이 줄에 서라고 하자 속이 상해버리는 윤이. 남자친구고 여자친구고 모두들 짧은 머리의 윤이를 보고 남자라고 하자 결국 윤이는 "난 남자 아니야!" 라고 외치며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만다.

"우리 예쁜 딸 보고 누가 남자래? 요렇게 예쁜데."

집에 오는 길에 엄마가 달래 주었지만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다. 남자처럼 보이는 게 걱정이 된 윤이는 엄마의 물건과 언니의 물건을 하나씩 걸쳐 보고 둘러본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곱슬곱슬한 가짜 머리카락이 달린 머리띠. 언니의 머리띠를 하고 유치원에 간 윤이는 남자라는 놀림 없이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아무도 윤이에게 남자라고 하지도 않고 저리 가라고 하지도 않아 신나게 유치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윤이의 가방에서 머리띠를 찾은 언니가 이것을 갖고 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자 윤이는 다시 또 '친구들이 남자라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고민에 빠진다.

머리띠 없이 유치원에 간 윤이는 머뭇머뭇 망설인다. 그때 친구들이 줄넘기를 하자며 아무렇지 않게 윤이를 부르고 윤이는 머리띠 걱정을 잊은 채 별 고민 없이 친구들과 신나게 논다. 그날 저녁 윤이는 그림일기를 쓰면서 친구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다가 잠이 든다.

"유치원이 좋아. 친구들이 있어서 좋아. 이유진, 정경연, 최승규, 조은영, 김준우…."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들이 놀릴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있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새 학기, 새 친구, 새 환경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복되어야 할 삶의 난관 중 하나이다.

이 그림책은 새로운 단체 생활과 친구 사귀기에서 생길 수 있는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 남자라고 놀리는 것이 싫어서 울음을 터트리지만 그걸 극복하고 금방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 된 윤이. 이 아이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네 꼬마와 같다.

처음 유치원이나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노심초사(勞心焦思)일 수밖에 없다. 엄마들은 흔히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아이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요즘은 집단 따돌림이나 과격한 말과 행동으로 한 아이의 섬세한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걱정이 되는 엄마와 새 생활에 겁이 나는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친구 사귀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그걸 극복하면 되는지도 터득하게 된다. 엄마는 엄마대로 어떤 방법을 통해 아이의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사실 단체 생활과 친구 사귀기에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쭈욱 따라오는 것들이다. 내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싶다면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겁내지 않고 새 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여 지낼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보자. 엄마의 사랑과 지지가 있다면 아이 또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곱슬곱슬 머리띠

이현영 지음, 사계절(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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