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책 <10살까지는 아이의 감성에 집중하라>
ⓒ 랜덤하우스 중앙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 열풍을 보면 과외며 학원이며, 조기 영어 교육 등 '지식 교육' 측면에만 치중하는 이상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최근 이런 그릇된 풍토를 바꿔보자는 부모들이 늘면서 아이의 감성과 인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본 또한 이러한 경향은 마찬가지여서 학교 내 '왕따'(집단 따돌림) 문제나 과도한 지식 교육 열풍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책 <10살까지는 아이의 감성에 집중하라>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시행했던 감성과 인성 중심 교육에 대한 실천 사례를 조목조목 전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을 쓴 가나모리 선생님은 일본 내에서도 올바른 인성 교육을 통해 마음이 밝고 건강한 아이들을 많이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교육은 '자연스러운 방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건전하고 밝은 사고를 갖게 만든다. 억지로 '바른 어린이가 되자'고 백날 얘기해 봤자 하나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의 방법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바른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그가 학급 내의 집단 따돌림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따돌림당하는 아이를 대신하여 따돌리고 있는 아이를 혼내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이런 처방은 아무런 효과도 없거니와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가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실화 사건이 바탕이 된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 아이가 왜 자살했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게 한다. 아이들은 제각기 자기 생각을 풀어 놓았고 선생님은 조용히 귀 기울여 준다. 다음엔 그 아이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옳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살 대신 어떤 방법을 써야 했는지, 그리고 따돌림 당하는 아이를 위해 주변의 친구들은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불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거나 시킨 적이 있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가나모리 선생님은 반 아이들 모두가 다른 친구들 앞에서 한 마디라도 발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준다."


이런 노력들 하나하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생활 태도를 바꾼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아이의 인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언어 습관 길들이기, 타인을 용서하는 법 익히기, 땀을 흘리고 스스로 느끼며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기 등 선생님의 수업은 진정한 인성과 감성 교육을 토대로 하고 있다.

가나모리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교실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아이의 올바른 품성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며 돈을 벌어 오는지 강조하기보다는 부모가 일하는 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 보여주는 것. 아이들은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통해 부모와 자신 사이에 연결된 끈을 발견하고 건전한 자아 개념을 만들 수 있다.

선생님의 교육 방식 중 대안학교에서 흔히 쓰이는 것도 있다. 주변의 여러 사물과 자연 속에서 교육적 가치를 발견하고 생활 속에서 여러 지식과 감수성, 인성을 얻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부엌, 아파트 놀이터, 할머니 댁, 동네 공원 등은 모두가 아이에게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유명한 학원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비싼 장난감이나 교재를 사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활의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좋은 교재와 학습 자료들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비싼 교재보다 더 훌륭한 장난감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7개월이 된 우리 아가에게 사준 값비싼 장난감보다 다 마신 생수 병이나 과자 통을 더 좋아하는 걸 보면 가나모리 선생님의 방법은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로 하여금 생활 속에서 배움을 얻고 적극적으로 뛰어 놀면서 바른 사고를 키워가도록 만들어 주는 것. 쉬우면서도 주변 엄마들의 과도한 교육열에 휩쓸려 잊기 쉬운 생각이다.

선생님이 지적하는 것 중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은 바로 '어른의 지시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에 대한 언급이다. 흔히 어른의 말에 순종하는 아이를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사고이다. 어른에게 순종하기를 강요하다 보면 아이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짓누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잘못 가르칠 경우 오히려 삐뚤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반항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몫이란 '아이의 개성을 잘 파악하여 그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한 욕심으로 자신의 아이를 '내가 원하는 모습의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나라 엄마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과연 행복한 마음으로 즐거운 인생을 꾸릴 수 있을까? 아이들은 엄마 인생의 장식품이 아니라,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갈 존재들임을 명심해야겠다.

10살까지는 아이의 감성에 집중하라

가나모리 도시로 지음, 이경옥 옮김, 문용린 감수, 랜덤하우스코리아(2006)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