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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창사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넥스트 도요타(Next Toyota)'라며 세계 언론에 관심을 모았던 현대자동차. 하지만 올 들어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이어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터져 나왔다. 일부에선 '예고된 인재'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 6년간 편법적인 문어발식 기업 확장과 1인 총수중심의 황제경영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위기의 현대차 원인과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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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현대차-상] 고삐 풀린 몸집불리기가 낳은 '예고된 인재'

빗물에 비친 현대차... 검찰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 회장이 귀국 후 첫 출근한 지난 10일 양재동 현대차그룹 건물이 빗물에 비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어요. 두고 봅시다."

10일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고위임원이 건넨 말이다. 정몽구 회장 등의 사재출연과 지배구조개선 등에 대해 "아직 (검찰) 수사도 안 끝난 마당에…"라며 "좀 (검찰 수사 등이) 정리가 된 다음에는 몰라도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검찰소환을 앞둔 그룹은 초비상상태다. 기획총괄본부를 중심으로 그룹 고위 임원들은 연일 대책회의 갖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귀국한 정 회장은 향후 검찰수사에 대비하면서, 경영공백 등에 따른 대책을 지시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소환 앞둔 현대차, 연일 대책회의

현대차의 최대 관심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의 검찰 조사에 따른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다음주로 예정돼 있는 검찰 소환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언론보도와 내부 정보망을 통해 입수한 검찰의 예상 질문 등에 대한 답변도 정리된 상태다.

현대차 쪽에선 그룹 법무실 이외에 외부의 대형 로펌 등에 검찰 압수수색 목록을 제시해주고, 법률자문 등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로펌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쪽에서 이번 검찰 수사에 자문을 요청해와 도와주고 있는 상태"라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룹 내에선 무엇보다 정몽구 회장의 구속은 막아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이번 수사 핵심인 비자금 조성 지시 여부에 대해 정 회장은 부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입국 당일인 지난 8일 정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비자금 조성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과 현대차 임원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 회장의 비자금 개입을 추궁할 경우에 대비해서도 대책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미 정씨 부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밝혀 놓은 상태다.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비리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도 세워져 있다.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가 적용된다. 또 글로비스 등 기업의 편법 인수합병(M&A)를 통해 경영권 승계 사실이 드러나면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 부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선 수사 과정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참여연대 측 "현대차 내부서도 지배구조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 참여연대의 한 회원이 11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위해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을 방문해 고발장을 들어보이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재구
정씨 부자의 검찰 소환을 앞둔 현대차의 고민은 또 있다. 이번 사건으로 크게 떨어진 회사의 대내외 이미지 회복과 함께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일부에선 정 회장의 소환을 전후로 그룹 차원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씨 부자의 사재출연, 사회공헌 확대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물론 현대차 쪽에선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 회장 등의 사재출연과 사회공헌 확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내부에선 이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쪽에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등 수습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터진 후, 그쪽 관계자로부터 향후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해왔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식적인 통로는 아니었다"면서도 "현대차 내부에서도 (지배구조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한 임원도 "현재로선 (국민들에게) 내놓을 만한 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오래가서는 회사나 국가,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그룹 차원에서 무엇인가 내놓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국민 수습 방안을 마련해, 곧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셈이다.

삼성식 해법? 지배구조 개선?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검찰소환을 앞둔 현대차그룹은 초 비상상태다. 사진은 작년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는 정 회장 일행.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동안 알려진 현대차가 내놓을 수습안은 크게 대국민 사과와 정씨 부자의 사재출연, 사회공헌 활동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른바 '삼성식 해법'이다. 지난해 X파일사건과 삼성공화국 논란 등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온 삼성그룹이 올 2월에 내놓은 대국민 수습방안이다.

또 비상장계열사 동원해 편법적인 경영승계를 주도해 온 기획총괄본부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내용도 삼성의 구조본 폐지와 비슷하다. 이밖에 기업간 양극화 해소차원에서 중소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검토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같은 내용들이 수습안에 모두 담길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들 가운데 상당부분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A그룹의 한 임원은 "현대차 쪽에서 삼성과 SK, 두산 등의 수습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고, 다만 자동차 그룹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약간 바뀔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에선 근본적인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정씨 일가의 일선 퇴진과 함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채 5%도 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적은 지분으로 87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간 순환출자식 지배구조와 비정상적인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 회장 중심의 황제식 경영과 정의선 사장으로의 편법적인 경영권 대물림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씨 부자의 일선 퇴진과 계열사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도 "현대차의 경우 정몽구 1인에 대한 집중도 너무 큰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당장 정 회장이 아웃되면 현대차가 너무 크게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지배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는 최근 몇년새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자동차 품질 등 대외경쟁력도 좋아지는 성과도 분명했다. 하지만 불투명한 의사결정구조와 지배구조, 편법적인 경영권 대물림 등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현대차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반대로 현대차가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현대차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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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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