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녹색연합은 천성산 원효터널의 사갱공사로 과정에서 계곡수가 고갈되어 연못물이 말라버렸다고 주장했다.
ⓒ 녹색연합

▲ 소주리 계곡의 물이 완전 말라 버렸다. 계곡수를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파이프의 집수정 보호막만 계곡에 그대로 드러난채 노출되어 있다.(왼쪽사진) 식수로 사용하던 계곡물은 말라버린 대신 터널 내부에서 지하수맥을 건드려 지속적으로 지하수가 배출되고 있다.(오른쪽사진) 원효터널 양산시 소주리 구간의 사갱 수로에서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모습.
ⓒ 녹색연합 제공

천성산 일대 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구간 원효터널 공사로 계곡 물이 마르고 지하수가 유출된다며 공사중단과 정밀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원효터널 공사는 양산과 울산 쪽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는데, 12월 말 현재 각각 800m 정도 파고 들어간 상태다. 또 공사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터널구간 중간에서 파고 들어가는 사갱(斜坑·inclined shaft) 터널공사가 지난 3월부터 시작돼 한창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계곡 물이 완전히 말랐거나 유량이 급격히 줄어든 곳은 경남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소남리·주진리 일대 계곡인 주남천·소주천·혈수천. 이 곳은 고속철도 13-4 공구 원효터널의 사갱터널 출구 근처이다.

녹색연합은 "최근 주민들의 제보를 받아 12월 중순부터 현장조사를 벌인 뒤 그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들 계곡 물이 갑자기 말랐는데, 그 이유는 계곡 근처의 사갱공사가 지하수맥을 건드려 계곡으로 흘러야 할 물이 엉뚱하게 사갱을 통해 흘러나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주남천의 물이 마른 것은 영산대 바로 위에서부터 뚫고 있는 사갱이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주남천 본류는 거의 말라버린 상황이나 사갱에서 나오는 물은 배수로를 통해 주남천 하류에서 합류하고 있다는 것. 또 주남천 인근인 소주천과 혈수천 사이에 뚫고 있는 사갱도 두 지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주민들에 따르면 용방골(주남천)이 말랐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금은 급수시간을 조정할 정도로 수량이 줄어들었고, 소주천은 수량이 풍부해 '물탕골'이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완전히 말라붙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사갱공사 후 처음으로 갈수기에 물 말라"

이들 하천은 지난 수십년간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었는데, 올해 사갱공사 진행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갈수기에 물이 말라버렸다는 것. 녹색연합은 최근 현장 조사 결과 계곡을 흐르는 표면뿐 아니라 계곡 바위와 모래 틈 속까지 완전히 물이 고갈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천성산 구역이지만 원효터널과 사갱공사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미타암 아래 주진천의 경우 계곡이 말라붙지 않고 물이 많이 흐르고 있어 주남천·소주천·혈수천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주장했다.

함세영(지질학) 부산대 교수는 이와 관련, "지하수 유출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사갱 때문"이라면서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은 천천히 진행되는데, 사갱의 영향이 지금 나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터널공사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정부의 장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면서 즉각 공사 중단과 정밀조사를 요구했다. 녹색연합은 "주남천·소주천·혈수천은 물이 말라버렸으나 터널공사 현장에서는 물이 꽤 많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주진천은 물이 많이 흘러내리는 게 그 증거"라고 밝혔다.

녹색연합 '정밀조사' 촉구 - 공단측 '가까운 거리 아니다'

윤기돈 녹색연합 녹색도시국장은 "계곡 물이 마르자 마을 주민들이 공사업체 측에 항의까지 했다"고 전했다.

또 윤 국장은 "고속철도시설공단과 공사업체 측에서는 겨울 갈수기이기 때문에 계곡 물이 마른 것 같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사갱공사 영향이 없는 주진천의 계곡이 말라붙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갈수기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은 "현재 진행 중인 터널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계곡 물 고갈과 터널공사의 영향을 철저히 규명하는 조사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속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정확한 도면을 봐야 알겠지만, 그 지역은 터널공사 현장과 가까운 거리가 아닌 것 같다"면서 "계곡이 터널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지,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에 계곡 물이 말랐다면 지금 갈수이기 때문에 그게 주요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 한달간 중단

천성산 환경영향 민관 공동조사가 지난 11월 말부터 한 달 가량 중단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환경영향 공동조사 결과 공사가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공사를 재개한다"는 고속철도시설공단 관계자 인터뷰 내용이 <조선일보>에 보도되면서부터다.

그러자 민간위원들은 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같은 발언은 공동조사단의 역할과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판단한 뒤 공단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공식사과가 없는 한 공동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공단 측은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보도 직후 해명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공식사과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천성산 터널공사는 지난 9~11월 사이 중단된 바 있다. 환경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 그러다 환경영향 조사결과와 관계없이 당초 3개월간 현장조사가 끝나면 공사를 재개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12월 1일부터 다시 공사가 재개됐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