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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고 홍덕표씨의 고향 전북 김제에서 1200여 명의 농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농민살해 규탄 호남민중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김제경찰서 앞에서 '농업말살 농민살해 7적 화형식'을 열고 대통령의 직접 사과 등을 거듭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오마이뉴스 강성관

농민 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농민에 대해 정부와 경찰청이 공식 사과했지만 호남권 농민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고있다.

특히 전남과 전북지역은 20여 일 동안 지속되고 있는 한파와 폭설로 인해 2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대책이 늦어져 호남권 농심(農心)은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지역 농민, 학생, 노동자 1200여 명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3일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을 살려내라"고 촉구하는 분노의 촛불을 전북 김제에서 밝혔다.

"살인정권 타도하자"... 대통령 직접 사과 등 거듭 요구

이날 오후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살해 규탄 전북범국민대책위'(이하 전북범대위)와 광주·전남민중연대는 지난 18일 새벽 사망한 고 홍덕표(68)씨의 고향 전북 김제 시청 사거리에서 '농민살해규탄 호남민중대회'를 열고 경찰청장 파면 등을 거듭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청장 파면' '대통령 직접 사과' '현장 책임자 사법처리' 등 만장을 들고 "열린당 해체하라", "살인정권 노무현정권 타도하자"는 연호도 외쳤다.

특히 이날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살인정권·부시·WTO·허준영 경찰청장·한나라당·열린우리당·경찰기동대 등을 '농업말살 농민살해 7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모형물을 화형하는 의식을 열며 분노를 삭혔다.

이강실 전북범대위 공동대표는 집회에서 "도망가는 노인까지 때리는 정권이 정신이 있는 것이냐"며 "죄없는 농민을 때려 죽이고도 한 달이 넘도록 말문을 닫아오다 홍덕표 농민이 죽자 형식적인 사과 한 마디 밖에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공동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농민과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한다"며 "그리고 홍덕표 농민 빈소에 와서 무릅을 꿇고 유가족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연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의장은 "폭설이 와서 축사와 하우스가 무너져도 우리 일을 제쳐놓고 여기 올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정권, 살인 정권을 깨부셔 버렸으면 좋겠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정광훈 범대위 공동대표는 "우리가 노무현 보고 대통령하라고 했지
우리 쌀을 미국에 팔아먹는 '쌀 판매과장'하라고 했느냐"며 "(농림부)장관은 쌀 소매과장이고 국회의원들은 쌀 거간꾼들"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농민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 정부냐"며 "이런 정권은 박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권영길 "대통령 사과 없다면 열린우리당 들러리 안 설 것"

강기갑 의원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임시대표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폭력경찰에 의해 학생 1명이 죽었다면 정권이 무너졌다"며 "이한열, 강경대의 피 값을 하라고 이 정권이 생긴 것인데 이것이 명색이 민주정권이냐"고 비난했다.

권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 정부는 참여정부도 민주정부도 아닌 폭압정부"라며 열린우리당의 임시국회 협조 요청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아무리 한나라당이 거리를 헤매고 있어도 대통령의 사과하지 않는다면 열린당의 들러리는 서지않겠다"고 못박았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김제시청 사거리에서 김제 경찰서 앞까지 행진을 벌이고, 고 홍덕표씨의 빈소가 마련된 새만금장례예식장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박귀열 전농 전북도연맹 사무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경찰청장 파면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당분간 홍덕표씨의 장례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유가족들은 "경찰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50대 한 농민 김아무개(김제)씨는 "정부가 농업 살려달라는 노인을 때려 죽이고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도 없다"면서 "이런 것도 억울한데 폭설때문에 죽겠는데 지원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 범대위는 지난 22일부터 시작한 청와대 앞 노숙 농성투쟁을 24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며, 오는 30일에는 서울에서 농민살해규탄 전국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홍덕표씨 사망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정부가 범대위의 대통령 직접 사과, 경찰청장과 행자부장관 파면 등 요구에 대해 향후에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범대위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 지지않을 경우 전용철씨와 홍덕표씨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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