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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은 규칙적인 간격으로 피라미드 주위를 돌고 있었다. 둘은 그 간격을 잘 파악하여 공안이 옆으로 돌 때마다 조금씩 피라미드 위쪽으로 올라갔다. 거의 반쯤 올라갔을 때였다. 가까이서 거친 숨소리가 들리며 시커먼 물체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세퍼트 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 경장이 얼른 배낭에서 정육점에서 구입한 고깃덩어리를 꺼내들었다. 그걸 개에게 던지자, 개가 그쪽으로 달려갔다. 개가 정신 없이 고기를 뜯어먹고 있는 사이, 둘은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마침내 맨 위쪽으로 올라가자 평평한 공간이 나타났다. 고구려의 장군총처럼 피라미드는 위쪽이 평평한 사각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올랐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했다. 이 피라미드 곳곳을 뒤질 형편도 못되거니와, 이 피라미드 안에 유물이 있을 확률은 3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채유정이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

"이제 어떡하죠?"

"이 피라미드 곳곳을 샅샅이 살펴야죠."

"그랬다간 소리가 나는 바람에 공안에게 발각되고 말 겁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앉아 있기만 할 순 없잖아요."

그러면서 김 경장은 위쪽에서 흙바닥을 손으로 더듬어 내려갔다. 하지만 파헤친 흔적은 여간해서 찾기 힘들었다. 한여름이라 무성하게 잡초까지 자라있어 손을 더듬어 가기도 어려웠다. 한동안 김 경장을 지켜보던 채유정도 그 옆에서 같이 바닥을 헤집기 시작했다.

한 시간을 넘게 주위를 살폈지만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살펴본 것은 전체 피라미드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밑으로 내려올수록 공안과 경비견에 가까이 가게 되어 둘의 불안은 더욱 커져갔다. 그나마 그믐달이 되어 주위가 어두운 것이 다행이었다.

땀으로 옷이 살갗에 달라 붙은 것을 떼어내며 채유정이 그만 작은 바위에 주저 앉아버렸다. 김 경장도 호미를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얼굴이며 두 손이 풀물과 흙덩이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김 경장은 높자란 풀들에 뒤엉키면서 나동그라졌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으나 그만 들고 있던 호미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호미가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며 작은 바위에 부딪히더니 이내 툭, 하고 소리가 났다.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들린 소리라 무척 크게 들렸다. 김 경장과 채유정은 서로 마주 보며 고개짓을 주고받더니 뒤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더니 곧장 피라미드에서 내려와 언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호각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키고 서 있던 공안이 밑으로 떨어진 호미를 발견한 게 분명했다. 누군가 침입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일대가 난리가 났다. 곳곳에 불이 밝혀지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개짓는 소리와 함께 들려 고요한 정적을 일시에 깨뜨리고 있었다.

둘은 있는 힘을 다해 언덕으로 뛰어갔다. 마침 재빨리 빠져나온 덕분에 아직 둘의 존재는 발각되지 않았다. 공안들이 피라미드 일대를 살피는 동안 둘은 이미 그 옆의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숨이 턱에까지 차 오르고 심장이 터질 듯이 압박해 왔다. 팔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지쳐가자 바위와 나무줄기를 잡고 겨우 올라갔다. 언덕이 낮은 덕분에 금세 위로 오를 수 있었다.

둘은 숨을 돌리면서 피라미드 쪽을 바라보았다. 플래시로 보이는 불빛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호각을 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비견을 풀어 놓아 여기저기서 개 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어쩌면 그 개들이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쫓아올 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기라고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둘은 언덕을 오르자말자 곧장 왼쪽으로 꺾어 발전소 방향으로 달려갔다. 오르는 것 못지 않게 내려가는 것도 힘들었다. 채유정이 발을 헛디뎌 그만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아앗-."

그녀는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겨우 참았다. 김 경장이 얼른 달려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걸을 수 있겠어요?"

채유정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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