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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식기도단 가족들과의 만남
ⓒ 김종수
국가보안법 폐지기원 목회자 금식기도 열흘째를 맞이한 8일 밤 7시에 생명선교연대 목회자 가족들과 동역자들이 찾아와 감동 어린 상봉을 하였다. 오후 5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기원을 적어 트리에 장식하였다.

저녁 7시가 다 되어가니 작은 기도처에 40여명이 찾아와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간 웃음을 잃었던 금식기도단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져왔다.

특별히 멀리 충남 홍성 풀무고등학교에 다니는 필자의 아들 강산(고1)이 아버지에게 난생 처음 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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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아버지'라는 말이 무척이나 어색합니다. 아버지께 제대로 편지 한번 보내지 못해 본 제가 아버지께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단식하신다는 말을 듣고 쑥스럽게도 평소에 보내지 못한 편지를 보내봅니다.

사실 아버지께서 단식을 하신다는 말을 듣고, 저는 당황했습니다. 먼저 걱정이 앞섰습니다. '단식'이라 하는 것이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기보단, 그저 몸을 혹사시키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이미 제 머릿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그런 단식을 왜 하시는 걸까, 이래선 안 되지만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은, 저에게 너무 멀리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옳으셨습니다. 왜 아버지께서 단식하게 되셨나, 국가보안법이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고, 또 알아가면서 지금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어떤 일이고,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역사에 찍어져 있는 오점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진달래 노래를 부른 학교 선생님이 북한 국화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고, 초가집을 그렸던 화가가 김정일 생가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이라는 굴레에 씌여 구속이 되었던 것을 보면서, 또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불순분자로 낙인찍혔다는 것을 보고, 그리고 북한을 하나의 단체로밖에 인정하지 않는 법이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왜 이 법이 폐지되어야 했는가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왜 이런 일을 하시는지도, 많은 목사님들이 왜 이렇게 단식을 하시는지도, 또 많은 사람들이 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노력하는지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많은 사람들이 단식하시는 분들을 응원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아버지께서 전화로 '아버지 응원해 주어 고맙다'라고 했을 때 저도 무척이나 아버지께 감사했습니다.

▲ 난생 처음 아빠에게 편지를 보낸 강산(풀무고 1).
ⓒ 김종수
아버지가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몇 십년간 우리를 괴롭혀온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려는 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종교인으로서 옳지 않은 일에 나서서 바꾸시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아버지가 무척이나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고등학생이나 되어서야 아버지께서 어떤 모습을 바라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풀무에서, 아들 올림,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 이 일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무척이나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는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고 아버지는 한동안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용히 장기수였던 장의균님 글, 곡 '우리 아이들의 나라는'을 함께 불렀다.

'우리 아이들의 나라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되어
아름다운 삶을 사는 한울 나라예요
거친 땅 마다지않고
무심한 하늘 마다지않고
몸을 주신 어머니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나라'


반세기를 반민주, 반통일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폐지되지 않은 것 같다. 개혁성향의 정권이 집권했다고는 하지만 지난 며칠간 TV와 신문을 통해 본 여당의 모습은 국가보안법은 다른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협상 대상으로 삼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종교인들의 기도는 멈출 수 없으며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날 모임의 끝자리에서 단식기도에 참여한 한 목사님을 통해 아주 짧은 글을 함께 나누었다.

"밤새 열이 나고 아파서 끙끙거렸습니다. 내가 아팠는데 더 아픈 이가 계십니다. 뜨거운 이마에 찬 수건을 얹으시며, 어머니는 밤새 뜬눈으로 지내셨습니다. 나보다 더 간절히 내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기도는 내가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내 손을 치켜들고, 내 목청을 돋구고, 내 사정을 주님께 아뢰었습니다. 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기도 중에 기도하는 다른 이가 계십니다. 성령께서 말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내 안에서 기도하십니다.

주님이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전쟁이 사라지고 불의와 악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우리는 연약하여 기다리다 지치고 넘어집니다.

이럴 때, 기다림 속의 기다림이 계십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그 분이 우리의 기다림 속에서 같이 기다리십니다. 이 신비 때문에 우리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나라는 독사굴에 어린이가 손 넣어도 사자들과 어린 양이 함께 뛰노는 악의 축도 없고, 원수도 없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 가는 그런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며 그 분의 힘에 의지하여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기도의 행진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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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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