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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일주일째를 맞이하는 생명선교연대 목회자 중에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직접 고통을 받았던 목사들이 있다. 조정현 송현샘교회 목사의 사연이다.

▲ 생명선교연대 조정현(송현샘교회) 목사
ⓒ 김종수
“95년 11월 새벽에 들이닥친 사람들이 '묵비권'을 고지하고 저를 차에 태워 수원경찰서을 거쳐 경기도 보안수사대로 끌고 갔습니다. 물론 92년에 벌어졌던 '애국동맹사건'이 마무리되는 일이었지요.

세상에는 '남한조선노동당사건'으로 크게 포장되었던 사건이고 저 자신은 이 조직에 맨 밑바닥에 있던 한 조직원-가입원서도 없는-이었기 때문에 92년도에 불어 닥친 검거의 폭풍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수배를 받기는 하였지만 안기부와의 협의 하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아무런 활동이 없었습니다. 95년까지 신학공부를 마치고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보안수사대에 의해 저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습니다.

보안법 구속자는 20일을 경찰 수사를 받고 20일간 검찰 조사를 받습니다. 모든 조사가 끝난 시기는 아마 12월 말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목록을 주고 읽은 책을 체크하고, 그 책을 다시 읽으며 독후감을 쓰고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모든 유인물과 기독교민중선교단체인 '한국민중교회운동연합'의 정관까지도 북의 통일전선전술에 따른 이적행위가 되어져 나오고 이를 동의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들이 준비된 프로그램처럼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지인들의 과거전력을 들이대며 같은 유(類)라는, 그리고 같은 한국기독교장로회 민중교회운동연합에 속해있는 목회자들도 사상적 의심이 가능한, 아니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아직 체포되지 않은 범법자라는 것이 그들의 사고였습니다. 그들 앞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보안법 위반의 굴레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지금은 기억할 수 없지만 이적표현물 소지, 책자 모두가 읽어서도 보아서도 안되는 것이었고, 이는 한 쪽 뇌를 막아버리는, 한 쪽 가슴을 절제하라는 그들의 요구였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너는 범법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존재를 가능케 하였던 법-국가보안법이었습니다.

이 땅에 존재가치가 없는 마약과 같은 존재-국보법 위반자, 그 법 앞에서는 사상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이러한 모든 원칙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네 마음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구속사유입니다.

6개월의 기간을 잘 마치고 구치소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도 TV에 북의 이야기가 나오거나, 신문에서 그쪽 기사를 보면 외면합니다. 핵문제도, 용천의 폭발도, 장거리미사일도, 개성공단도 저에게는 금기의 기사이며 금기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그것을 보고 관심을 갖는 순간, 저는 전과자로서 예전에 가진 사상을 아직도 추구하는 재범자가 되어버립니다.

저는 이미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새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대해서 애써 오른쪽 눈으로만 봐야 되는 후천적 본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유함을 잃어버린 그리고 애써 그것을 찾아야 하는 온전치 못한 자가 되었습니다. 육체적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땅에서 국가보안법이 만들어 낸 사상적, 양심적 환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법무부 장관 명의의 사면장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내 활동에 대한 족쇄는 풀렸지만 전 여전히 그 이전의 자유함이 아니라 '이건 걸리는 거지'라는 브레이크 걸린 생을 살아갑니다.

국보법이 폐지된다고 이 왜곡되어진 나의 사유와 자유함이 회복이 되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저는 무엇인가 바꾸어 돌아가기에는 너무 긴 시간을 그 두려움에 갇혀 있었으니까요.

이런 닫힘이 내 어린 아이들에게 또 주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슬픕니다.

저는 환자입니다. 피해자가 아닌 그 병에 걸려 아직 그 바이러스를 떨쳐내지 못하고 아픔을 고 살아갑니다.

근대성을 넘어서지 못한 이 세상에, 근대성을 넘어보려는 그 경계인의 삶이 공감되는 이유도 내가 그 자리에 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 지난달 29일 금식기도를 시작한 생명선교연대 목회자들
ⓒ 김종수

8일째를 맞이한 생명선교연대 금식기도단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침묵으로 걸으며, 끝내 생명을 담보로 금식기도를 하고 있는 생명선교연대 목회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몸과 영혼과 살림에 상처를 주었는지, 그리고 그 상처를 즐기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고한 수많은 이들을 차가운 감옥과 치욕스런 고문으로 고통을 주었는지에 대하여 하늘을 향해 탄원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하며 받았던 고통과, 자녀들에게 다시는 국가보안법의 굴레로 한 쪽 뇌와 한 쪽 가슴과 한쪽 날개가 절제당하는 아픔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다시 또 한 주 금식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 12월 3일 금식기도단을 방문 격려하는 통일연대의장 한상렬 목사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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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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