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이 시대의 아버지들, 특히 40∼50대 중반까지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아버지들은 이른바 ‘낀 세대’로 통한다. 전 세대가 중동건설과 경제 드라이브로 대변되는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반면,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IMF사태를 겪었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뿐인가. 사교육비 부담과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은 갈수록 심화되고 새로운 아버지, 남편의 역할에 대한 주문은 늘어나고 있다. 아버지, 그들은 이 시대의 삶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관련
기사
이 시대 아버지 어디에 서 있는가

“슈퍼맨 돼라” 강요받는 4050세대 아빠들

과거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이전 세대와 새로운 경제모델인 벤처 세대의 중간에 끼어있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여러 면에서 ‘낀 세대’라는 말이 어울린다. 가부장주의와 양성평등주의, 국가주의(조직·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냉전세대와 공존세대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초·중·고 시절에는 박정희의 독재와 광주항쟁을 겪으며 반공교육을 받았고 전두환과 노태우 군사정권을 겪고 사회 민주화를 체험하며 혼돈을 겪은 세대다.

40대 초반의 아버지들이 정치적으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반면 40대 중반 이후의 아버지들은 보수적이고 안정희구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가정에서의 아버지 역할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성장해온 남성들이기도 하다.

그런 아버지들에게 현 시대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평등의식의 확산 등 사회적 통념이 변하고 있는 데다가 그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돈 버는 가장’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죽을 맛이죠. 상사에게는 능력 있다는 걸 끊임없이 보여줘야 하고 후배들에게는 치이지 않으려고 기를 씁니다. 업종 특성상 정년이 빠르다는 것도 있어 뭔가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J은행 전산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김현모(42)씨의 하소연이다. 저녁 8∼9시나 되어야 퇴근하는 날이 많을 정도로 일에 열심이지만 젊은 후배들의 능력을 보노라면 자리 보전을 하고 있는 게 미안할 정도다.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생활을 하면 도둑)로 표현되는 세태는 한창 일할 40대, 50대 직장인을 주눅들게 한다.

과거 조직운영 중심이던 관리자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과장, 부장급도 끊임없이 경쟁을 견뎌야만 한다. 새벽부터 영어회화, 컴퓨터 등을 배우러 다닌다지만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은 버겁다.

직장선 ‘끊임없는 경쟁’, 가정에선 ‘자상한 남편 아빠’ 요구

ⓒ 우먼타임스
직장 생활에서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도 새로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이전 세대의 아버지들이 가정 경제를 이끄는 것만으로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받았던 반면 현재의 아버지들은 이전 시대의 권위 대신 자상한 아버지이자 친밀한 남편으로서의 민주적 권위를 요구받고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형제를 키우고 있는 박인환(47·세영염직 대표)씨는 “4년 전 명예퇴직을 한 후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정을 돌보지 못해 2∼3년간 아내와 갈등이 심했고 아이들이 어떻게 크는지도 몰랐다”며 “큰애가 성적이 떨어지고 나쁜 친구들을 만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짜증만 내고 부부싸움을 벌여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박씨는 “아직 회사가 안정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욕심을 줄이고 될 수 있으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씨는 고민중이다. 시간 할애를 더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아내가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아직도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으로서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정문화 국가차원 관심 지원 필요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새로운 가정문화 형성에 필요한 국가와 사회의 관심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이 아버지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딸사랑아버지모임’이나 ‘좋은아버지가되려는사람들의모임’ 등 민간모임들이 나름대로 활동해왔지만 별다른 지원 없이 산발적으로 이뤄져오면서 한계가 나타났다는 것.

아버지 운동을 가장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부천YMCA ‘아버지교실’ 이돈화 회장은 “마음만 있지 어떻게 좋은 아버지가 될지는 모르는 남성들이 늘어간다”며 “우리 모임을 기준으로 조언하자면 가족회의를 시작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일방적 의견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토론을 통해 민주적 가정운영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이 회장은 또 “역사탐방, 환경·문화체험 등을 아이들, 아내와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해 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족 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좋은 아버지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와 가정이 다양하게 분화하면서 아버지의 역할도 과거와는 달리 탈권위와 다양성을 요구받고 있는 만큼 아버지들 스스로 과거 아버지들의 모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위주의, 체면치레, 일중독과 음주, 폭력, 유흥, 섹스문화 등 산업화 과정에서 아버지들의 일상적 문화로 자리잡은 왜곡된 문화를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는 좋은 아버지로 거듭날 수 없다는 것.

정채기 딸사랑아버지모임 대표는 “남성폭력문화를 추방하기 위해 우리 모임이 벌이고 있는 ‘하얀리본운동’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아버지운동은 결국 음지의 문화에 젖어 있는 아버지들을 구하는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자가테스트] 자식에게…아내에게 나는 몇 점?
나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일까

나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일까? 자신은 좋은 아빠, 남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이라 수 있다. ‘왕따’ 아빠와 ‘존경받는’ 아빠, 그중에 자신은 어디에 속하는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알아보자.

한국가정경영연구소가 제공한 아래의 질문에 대해 각각 답변한 후 이를 종합한 점수가 바로 당신의 ’아버지, 남편‘ 지수이다. 각 문항 당 ’매우 그렇다‘ 5점, ’약간 그렇다‘ 4점, ’글쎄요‘ 3점, ’약간 아니다‘ 2점, ’전혀 아니다‘ 1점으로 체크한다.

1. 아이 친구들과도 친하다.
2. 10초 안에 아이 친구 다섯 명의 이름을 댈 수 있다.
3. 아이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4. 아이가 최근 무슨 일로 마음이 상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5. 아이의 감정변화를 읽을 수 있다.
6. 아이의 재능과 소질을 말할 수 있다.
7. 아이의 장점을 3가지 이상 댈 수 있다.
8. 아이의 현재 고민거리를 알고 있다.
9. 아이의 친구를 손님처럼 대한다.
10. 아이의 기를 살려주는 말이 무엇인지 안다.
11. 아이와 10분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12. 친구나 동생 앞에서 자녀를 꾸짖거나 벌하지 않는다.
13. 아이들 앞에서 싸우거나 말다툼하지 않는다.
14. 아이의 담임선생님 이름을 알고 있다.
15. 아이와 식사할 때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는다.
16. 내 기분에 따라 가족의 행동을 결정하지 않는다.
17. 아내의 친구나 친척과도 친교를 갖는다.
18. 자녀 앞에서 배우자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
19.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20. 아내와 의견이 달라도 아이 앞에서는 아내를 존중한다.

@ 평가(총점기준)

* 86~100점 베스트 부모
몇 년 후 자녀가 장성한 뒤 아마 이렇게 말할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은 바로 나의 부모님이라고.

* 70~85점 괜찮은 부모
당신 정도만 돼도 대한민국에선 좋은 부모입니다. 아이도 분명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베스트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 55~69점 노력형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부족해 실천을 못하고 있군요. 조금만 더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 40~54점 보통
아이에게 한 발짝만 더 다가서십시오. 당신이 상상한 것 이상의 기쁨과 행복이 아이들로부터 밀려올 것입니다.

* 23~39점 분발 요망형
아직 실망하기 이릅니다. 이 테스트를 했다는 것 자체가 당신에게 좋은 부모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각 테스트 문항에 ?매우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그날까지, 노력하면 됩니다.

* 24점 이하
부모라 부르기 민망합니다 뭐라 말할 수 없군요. 아이를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닌데… 분발하십시오. / 우먼타임스 이재은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