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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사랑아버지모임의 아버지들이 자녀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딸사랑아버지모임의 아버지들이 자녀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 우먼타임스 장철영
아버지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대부터 40대까지의 아내들은 남편을 비롯한 남성들의 모습에서 ‘변화의 조짐’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대별로 변화의 폭이 크게 차이가 나며 부분적인 변화에 그치는 등 여전히 한계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뿌리깊은 가부장문화 바꿔보자” 의식 확산

은행에서 근무하는 강성희(28)씨는 결혼한 지 1년이 됐다. 위로 누나만 넷이 있는 남편은 결혼 뒤에 아버지가 물려준 유통업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넉넉한 집안의 외아들은 결혼 후 아내에게 어떤 모습일까. 강씨는 “남편이 그다지 고루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아내가 변해야 남편도 변하고 아버지문화도 변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일수록 ‘가사분담‘의 문제가 중요할 터. 강씨는 ‘성격’과 ‘취향’에 따라 남편과 가사를 분담하고 있다. 강씨는 “나는 꾸미는 걸 좋아하고 남편은 치우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가사분담이 이루어진다”면서 “요즘 젊은 부부들은 대개 우리처럼 가사를 분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씨의 회사에도 변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씨는 “직위와 성별에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간혹 그런 문화를 깨는 남자들은 ‘꼴통’ 대접을 받기 쉽다”면서 웃었다. 하지만 “좀더 직장생활을 하고 싶지만 시댁에서 출산을 요구해 갈등이 있다”고 말하는 강씨의 목소리는 우울했다.

이처럼 20대 젊은 가정은 ‘성격’과 ‘취향’에 따라 가사를 분담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를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등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계를 노출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세대별 ‘변화’ 큰 격차

정목초 5학년생들은 슈퍼맨 아버지부터 돈만 생각하시는 아버지 등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정목초 5학년생들은 슈퍼맨 아버지부터 돈만 생각하시는 아버지 등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 우먼타임스
30대의 모습은 어떨까.
생명보험회사에 재직중인 김현주(35)씨의 경우는 아버지문화의 급격한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대단히 보수적인 시아버지 밑에서 자란 남편은 결혼 전에 물 한 컵 스스로 떠먹은 적이 없는 ‘옛날남자’ 그 자체였다.

1996년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한동안 남편은 그랬다. 김씨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 싫어 외면하고 포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변화는 몇 년 전 찾아왔다. 남편이 (자세하게 밝히기 곤란한) 큰 잘못을 저지른 뒤 “미안하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김씨는 “말로 끝내지 말고 직접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그 뒤부터 남편은 가사를 분담하고 경제권을 김씨에게 맡기는 등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변화 때문에 보수적인 시댁 식구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40대 아내는 20∼30대 아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폐해를 온몸으로 견뎌낸 결과일까. 결혼 후 줄곧 전업주부였던 정윤숙(48)씨가 남자를 바라보는 태도는 매우 공격적이었다. 정씨는 “대학졸업 후 곧바로 결혼한 뒤 애오라지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아들 둘을 키워냈지만 남은 게 무엇이냐”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큰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자신의 일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공무원인 남편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정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때 남편이 ‘것 봐라’라며 보였던 비웃음을 잊을 수 없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정씨는 옛 아버지문화를 끌어안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우리 세대가 지켜왔던 모든 가치를 부정하려 든다”고 운을 뗀 정씨는 “현모양처로 살아가는 여자들의 신념과, 조금 고루하고 위압적이라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들의 희생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 지나면 ‘발전된 아버지상’ 나올 것” 기대

“위압적인 아버지문화도 지켜야 한다”는 40대 정윤숙씨의 항변에 가까운 말과,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 싫어 가부장적인 남편을 외면했다”는 30대 김현주씨의 실토, 그리고 “아내가 변해야 남편도 변하고 아버지문화도 변한다”는 20대 강성희씨의 일갈이 섞인 채로 이 시대 아버지문화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위의 사례만으로 아버지문화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사례를 통해 아버지문화의 단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예전에 비해서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좋은 아빠, 남편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상담을 청하는 남성들을 자주 접한다. 최근에는 젊은 학생들 중심으로 가족학에 대한 관심도 증가되고 있어 미래에는 보다 발전된 아버지 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모양처 원하는 남성 싫다” 38%
20대 남녀 100명 설문

여성포탈 젝시인러브(www.xyinlove.co.kr)가 우먼타임스의 의뢰로 지난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남녀회원 100명을 상대로 “이런 남성 정말 싫어요”라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38%의 응답자가 “여자는 말 잘 듣고 살림, 아이 양육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가장 싫다”고 답변해 가부장적인 남성문화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어 “남성에게 술자리는 필수라며 밤문화를 당당하게 여기는 남성”(28%)이라는 응답이 2위를 차지했고, “휴일 날 잠만 자고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 생활은 거부하는 남성”(18%), “명절 때 가사분담 절대 안하고 잔소리만 하는 얄미운 남성”(10%), “평소에는 마초맨, 필요할 때는 자상맨”(5%) 순으로 꼽았다.

또 우먼타임스가 같은 기간에 MSN 메신저를 이용 20대 여성 50명에게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와 비슷한 의견들이 수렴됐다.

대화명 evekim인 한 여성은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이지만 회사에서는 여직원들에게 군림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정말 꼴불견”이라고 답변했다.

또 대화명 ‘화이트 스노우’인 여성은 “주변에서 보면 룸살롱, 단란주점 아가씨들과 친한 관계를 과시하며 자랑하는 남성들이 많은데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실망스럽다”고 응답했다. / 우먼타임스 이재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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