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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목불인견 1

.. 일부 남쪽 학자들의 언행은 때로 목불인견이었다 ..  《이유진-나는 봄꽃과 다투지 않는 국화를 사랑한다》(동아일보사,2001) 241쪽

‘일부(一部)’는 ‘몇몇’으로 고쳐 줍니다. ‘언행(言行)’은 “말과 하는 짓”이나 “말과 매무새”로 손질해 줍니다.

 ┌ 목불인견이었다
 │
 │→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
 │→ 차마 봐주기 어려웠다
 │→ 볼썽사나웠다
 │→ 볼꼴사나웠다
 │→ 너무 막나갔다
 └ …

그대로 보아주기 힘든 모습이라면 ‘볼썽사납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볼꼴사납다’고 해도 잘 어울립니다.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으레 ‘막나가는’ 사람이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함부로 말하고 멋대로 삿대질이었다”처럼 풀어도 되겠지요. 그래서 보기글을 “몇몇 남쪽 학자들 말과 하는 짓을 보니, 때로는 볼썽사나웠다”처럼 다듬어 보기도 합니다.

봐주기 힘든 모습은 “봐주기 힘들다”고 하고, 못난 모습을 보인다고 하면 “못나게 군다”고 하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면 “차마 눈 뜨고 못 보겠다”고 할 때 가장 알맞고 어울리지 싶습니다. 느낌 그대로, 뜻 그대로, 생각 그대로, 꾸밈없이 쓰면 가장 알맞지 싶습니다. 소담스레, 조촐하게, 살가이 쓰면 그지없이 사랑스러우며 믿음직한 말이지 싶습니다.

ㄴ. 목불인견 2

.. 이것 먹고 저것 챙기고 요것 차고 조것 비틀어 / 목불인견 볼썽 사나와진 사람들 건강에는 / 자고로 거꾸로서기만한 게 없느니 ..  《채광석-밧줄을 타며》(풀빛,1985) 38쪽

“사람들 건강(健康)에는”은 “사람들 몸에는”으로 손질합니다. 싯말이라서 그대로 두어야 하지 않느냐 싶기도 하지만, 싯말이건 소설말이건 손질할 말은 손질해 주면서 시힘을 키우고 시맛을 살리면 한결 아름다울 수 있지 않으랴 싶습니다.

 ┌ 목불인견(目不忍見) : 눈앞에 벌어진 모습을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음
 │   - 목불인견의 참상 / 목불인견의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
 ├ 목불인견 볼썽 사나와진
 │→ 눈 뜨고 못 봐줄 만큼 볼썽 사나와진
 │→ 차마 볼 수 없이 볼썽 사나와진
 │→ 짜증나도록 볼썽 사나와진
 └ …

한자말이 아닌 한문인 ‘목불인견’을 곰곰이 뜯어 봅니다. ‘목불인견’에서 ‘목(目)’이 ‘눈’을 가리키는 줄 알자면 한자를 잘 알아야 합니다. ‘이목구비(耳目口鼻)’에서도 ‘목’이 나옵니다. 한자를 아는 분한테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테지만, 한자를 모르는 분한테는 너무 어렵거나 얄딱구리하게 다가오게 됩니다.

처음 ‘이목구비’라는 한문을 들었을 때, 중학교였나, 그무렵 학교에서 한문을 배우면서 이 낱말을 들었을 텐데, 가르쳐 주니 배우기는 배우지만, ‘눈코귀입’이라고 하면 그만일 텐데, 우리가 굳이 이런 한문을 왜 익혀야 하느냐 싶어 궁금했습니다. 못 외우면 한문 교사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두들겨팼기 때문에, 눈물콧물 질질 흘리면서 외우던 한문이었습니다만, 우리는 이런 한문을 참말 왜 외우면서 시험을 치러야 했고, 이런 말을 왜 들어야 하며, 이런 말을 구태여 써야 할 까닭은 무엇이었을지, 그때나 이제나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 이목구비가 또렷하다 (x)
 └ 눈코귀입이 또렷하다 (o)

눈도 코도 귀도 입도 또렷하니 “눈코귀입이 또렷하다”고 하면 되는데. 아기를 어르면서 노래를 불러 줄 때, 또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노래를 부를 때, “능금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입도 반짝 코도 반짝 눈도 반짝 반짝” 하는데. 이런 노래에서는 입이며 코며 눈이며 말을 하는데. 그러나 어르신들은 아기를 보면서, “고놈 참 이목구비가 또렷하네” 하고 말씀을 하시고. “고놈 참 귀도 잘 생기고 코도 잘 생기고 입도 잘 생기고 눈도 잘 생겼네” 하고 말하면 너무 길어서 그런가. “고놈 참 눈이며 입이며 코며 귀며 예쁘게 생겼네” 하고 말해도 너무 길다고 느껴지시나.

 ┌ 목불인견의 참상 → 눈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모습
 └ 목불인견의 난장판 → 차마 볼 수 없는 어지러움

한문인 ‘목불인견’은 “눈으로(目) 보아서(見) 참을 수(忍) 없다(不)”일까요. 아니면, “눈앞에(目) 참을 수 없는(不忍) 모습이 보인다(見)”일까요. 한문을 뜯어 살피기 나름일 테지만, 어쨌든, “눈앞 모습을 눈뜨고 못 보겠다”는 소리입니다.

 ┌ 차마 못 보겠어 (o)
 ├ 눈뜨고 볼 수 없구나 (o)
 │
 └ 목불인견이야 (x)

한국땅에서 한국사람과 한국말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떠한 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넣으면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냥저냥 생각없이 이 말 저 말 써도 되는지, 생각있이 이 말 저 말 찬찬히 가리면서 쓰면 좋을지, 눈을 감고 고요히 곱씹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고사성어, #한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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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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