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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나의 휴식처

 

.. 기차와 비행기가 나의 휴식처이다 ..  <미혼의 당신에게>(다나까 미찌꼬/김희은 옮김, 백산서당,1983) 108쪽

 

 ‘휴식처(休息處)’는 “휴식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휴식하다’는 ‘쉬다’로 고쳐 줄 수 있는 만큼 ‘쉬는 곳’이나 ‘쉼터’로 적어 봅니다. 쉬니까 “쉬는 곳”입니다. “쉬는 곳”이니 ‘쉼터’라 해도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는 곳-잠터”라든지 “노는 곳-놀이터”라든지 “일하는 곳-일터”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 기차와 비행기가 나의 휴식처

 │

 │→ 기차와 비행기가 내가 쉬는 곳

 │→ 기차와 비행기는 내 쉼터

 └ …

 

 한때 “나의 살던 고향은”을 “내가 살던 고향은”으로 고쳐써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잠깐 반짝 하다가 스러졌는데, 그나마 우리가 얄궂게 쓰는 말을 고치거나 바로잡아야 한다는 움직임을 찾아보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기 일쑤이고, 잘못 쓴다 한들 무슨 대수냐 하는 흐름입니다.

 

 어쩌면, 정치도 사회운동도, 또 시민운동이나 환경운동도 어느 한때 반짝 하고 끝나기만 하고,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하는 우리 형편이니, 날마다 쓰는 말과 글이지만 올바르게 쓰도록 마음 기울이는 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매무새가 늘 반짝 하다가 끝인데, 알맞는 말씀씀이를 익히려는 몸가짐을 어디에서 익힐 수 있을까요.

 

ㄴ. 나의 개

 

.. 빨간목깃털 메추라기는 순종을, 나의 개 빙고는 성실을, 솜꼬리토끼 빅센과 몰리는 모성애를 … 사람들은 나의 아내 그레이스 갤러틴 톰슨 시튼이 이 책들을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고 있다 ..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어니스트 톰슨 시이튼/장석봉 옮김, 지호, 2002) 8∼10쪽

 

“많은 기여(寄與)를 했다”는 “많이 도움이 됐다”나 “많이 도와줬다”로 고쳐 주고, “…는 사실(事實)을 제대로 평가(評價)해 주지”는 “…는 대목을 제대로 알아 주지”나 “…는 대목을 제대로 헤아려 주지”로 고칩니다.

 

 ┌ 나의 개 → 내 개 / 우리 개

 └ 나의 아내 → 우리 아내

 

 번역책에서도 보지만 창작책에서도 보는 “나의 (무엇)”이라는 말투가 있습니다. 식구들을 가리킬 때는, “우리 형-우리 언니-우리 아빠-우리 아내-우리 할아버지”처럼 적어야 올바르지만, “나의 형-나의 언니-나의 아빠-나의 아내-나의 할아버지”처럼 적는 분이 차츰차츰 늘어납니다.

 

 자기 책이라고 할 때는 “내 책”이고, 자기 가방이라고 할 때는 “내 가방”입니다. “나의 책”과 “나의 가방”이 아니지요.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면 “우리 개” 또는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이고, 내가 기르는 개면 “내 개” 또는 “내가 기르는 개” 또는 “나와 함께 사는 개”입니다.

 

ㄷ. 나의 최초의 슬픔

 

.. 내 자식이 아니라면 정말 불쾌해서 참을 수 없는 아이, 이것이 아내가 얘기했던 ‘걱정’의 의미였고, 부족한 아버지인 나의 최초의 슬픔이었다 ..  <아들아 너는 세상 모든 것을 시로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라>(스나가 시게오, 가서원, 1988) 33쪽

 

 ‘정(正)말’은 ‘참말’이나 ‘무척’으로 다듬습니다. ‘불쾌(不快)해서’는 ‘기분이 나빠서’나 ‘못마땅해서’로 다듬고요. ‘부족(不足)한’은 ‘모자란’으로 손질하고 ‘최초(最初)의’는 ‘첫’으로 손질합니다.

 

 ┌ 나의 최초의 슬픔

 │

 │→ 내 첫 슬픔

 │→ 나한테는 첫 슬픔

 │→ 내게는 첫 슬픔

 │→ 나로서는 첫 슬픔

 │→ 내가 겪은 첫 슬픔

 └ …

 

 이 자리에서는 임자말을 덜고, “모자란 아버지로서 느끼는 첫 슬픔이었다”나 “어리숙한 아버지로서 처음 겪는 슬픔이었다”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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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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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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