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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덤핑(dumping)

 

.. 이제, 우리 사진인들은 더 이상 덤핑인생을 살지 말아야 한다 ..  《이명동-사진은 사진이어야 한다》(사진예술사,1999) 391쪽

 

'더 이상(以上)'은 '더는'으로 다듬고, "인생(人生)을 살지 말아야"는 "살지 말아야"나 "삶을 꾸리지"로 다듬어 줍니다.

 

 ┌ 덤핑(dumping)

 │   (1) 채산을 무시한 싼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일

 │     ‘헐값 판매’, ‘헐값 팔기’, ‘막 팔기’로 순화

 │    - 덤핑 판매 / 그 업체는 재고가 많이 쌓여 물건을 덤핑으로 넘겼다

 │   (2) 국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국내 판매 가격이나 생산비보다 싼

 │       가격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일.

 │    - 덤핑 판정을 받다 / 외국으로 수출하던 자동차가 덤핑 혐의를 받고 있다

 │

 ├ 덤핑인생을 살지 말아야 한다

 │→ 싸구려 삶을 살지 말아야 한다

 │→ 싸구려로(헐값으로) 살지 말아야 한다

 │→ 값싸게 살지 말아야 한다

 │→ 덤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

 └ …

 

끼워 주는 선물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덤처럼 얹어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모두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제 입에 풀칠하기 힘겹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제 길을 못 걷고 이리 끼워지고 저리 휘둘리게 됩니다. 제 몸값을 있는 그대로 받지 못하는 가운데 자꾸자꾸 제 몸값을 깎다가, 어느새 싸구려로 이리 팔리고 저리 팔리게 됩니다.

 

 ┌ 덤핑 판매 → 헐값 팔기

 ├ 물건을 덤핑으로 넘겼다 → 물건을 싸구려로 넘겼다

 └ 덤핑 판정을 받다 → 너무 싸게 팔았다는 소리를 듣다

 

그러나, 아무리 제 삶이 힘겹다고 하여도, 제 밥벌이 때문에 제 몸값을 마구 깎아서 돈벌이를 하게 되면, 자기 뒤를 잇는 사람들은 고스란히 괴로움을 물려받습니다. 싸워서 모두가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어야지, 지금 내 밥그릇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이웃 일꾼이 쫓겨나거나 밀려날 때 팔짱을 끼고 있다면, 이 몫은 고스란히 자기한테나, 또는 자기 딸아들한테나 이어집니다.

 

받아야 할 값을 제대로 받지 않고 싸게만 팔면, 이웃 가게도 똑같이 더 싸게 팔려고 나설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어느 누구도 못 살고 모두 다 죽게 됩니다.

 

 ┌ 덤핑인생

 │

 │→ 싸구려 삶

 │→ 헐값 삶

 │→ 마구잡이 삶

 │→ 막 굴리는 삶

 └ …

 

자기 삶을 사랑하는 가운데 이웃 삶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 일을 아끼는 가운데 이웃 일을 아껴야 합니다. 자기 몸을 돌보는 가운데 이웃 몸을 돌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따로따로가 아닙니다. 한 동아리 한 마을 한 나라 한 삶입니다.

 

 

ㄴ.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 캠프 개회식 및 오리엔테이션 ..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06년 여름호 27쪽

 

잠깐 대학교에 몸담았을 때, '새터'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이름이 가리키는 행사를 알았는데, '새내기 새로 배움터'라는 이름으로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온 후배들한테 학교에서 지내는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자리였습니다. 처음에는 'OT(오리엔테이션을 줄인 말)'라는 말을 흔히들 썼다가 '새터'라는 말로 금세 옮겨 갔고, 나중에는 다시 '오티'로 돌아갔지 싶어요. 참 잘 지은 말이며, 많은 이들이 좋은 이름이라며 반겨 했지만, 학생회가 바뀌고 새로 들어오는 학생도 나날이 바뀌는 가운데, 예전에 쓰던 좋은 이름도 어느 결엔가 사라지더군요.

 

 ┌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 신입 사원이나 신입생 등 새로운 환경에 놓인

 │   사람들에 대한 환경 적응을 위한 교육. '안내', '안내 교육', '예비

 │   교육'으로 순화

 │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학교나 학업 과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

 └ 새내기 새로 배움터 / 배움마당

 

'새내기 새로 배움터'라는 말이 좀 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터'로 줄여서 씁니다. '새로 배움터'라고도 할 수 있고 '배움마당'처럼 써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행사를 치르는 쪽에서 이것저것 알릴 것들만 이야기한다면 '알림마당'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어느 말을 쓰든, 또 어떤 새말을 빚어내어 쓰든, 우리 삶에 곧바로 와닿을 수 있는 쉬운 우리 말로 써야 좋습니다.

 

"캠프 개회식 및 오리엔테이션"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독서캠프'에서 벌이는 맨 첫 시간 이름이라고 합니다. 뭐, 요새는 '영어캠프'니 무슨 캠프니 하여 '캠프'를 서양말로 여기는 아이들도 얼마 없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오리엔테이션'이라는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는지 모르고, 나중에는 '오티'라고 줄여 말하는 버릇까지 들일 수 있으며, 이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간다고 해도, 또는 어떤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할는지 모릅니다.

 

다른 자리라면 모르겠지만, 아이들한테 책다운 책 하나 읽히려는 마음에서 벌이는 ‘책읽기 잔치(독서캠프)’라 한다면, 이런 잔치판, 어우러짐판, 놀이마당에서 쓰는 말은 차근차근 헤아리고 살피고 보듬고 토닥거리고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태그:#영어, #우리말, #우리 말, #외국어, #서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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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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