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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우리 사회 사람들

 

.. 나는 우리 사회 사람들이 장애인을 자신보다 조금 불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  <눈 밖에 나다>(휴머니스트,2003) 17쪽

 

 이 글을 읽어 보면 군더더기 없고 매끄럽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한 말을 간추려서 적은 글인데, 입말 투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깔끔합니다.

 

 ┌ 우리 사회 사람들이 (o)

 │

 ├ 우리 사회의 사람들이 (x)

 └ 우리의 사회의 사람들이 (x)

 

 ‘우리’라는 말 뒤에는 ‘-의’를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붙이는 사람이 퍽 많아요. “우리 사회”라고 쓴 다음은 어떨까요? “우리 사회의”라고 써야 알맞아 보입니까? 아닙니다. 그냥 “우리 사회 사람”이라고 하면 됩니다.

 

 ┌ 우리 학교 아이들이 좀더 즐거우면 좋겠어

 ├ 우리 집 식구들이 더 행복하길 바란다

 ├ 네 동생 가방이 너무 무겁더라

 └ 너희 집 창가에서는 뭐가 보이니?

 

 토씨 ‘-의’를 하나도 안 넣으니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예부터 써 온 우리 말투입니다. 입으로 읊듯 글로 쓰면 이렇게 부드럽습니다. 입으로 읊는 말투가 아닌 머리로만 헤아리는 글투로 적으면 군더더기가 붙고 껄끄럽습니다.

 

 

ㄴ. 행복한 시작

 

.. 이 책은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고, 우리에겐 행복한 시작이 되었다 ..  <베네트 서프/정혜진 옮김-내멋대로 출판사 랜덤하우스>(씨앗을뿌리는사람,2004) 150쪽

 

 ‘굉장(宏壯)한’은 ‘대단한’이나 ‘엄청난’으로 손봅니다. “굉장한 성공(成功)을 거두었고”는 “엄청나게 잘 팔렸고”나 “대단히 많이 팔렸고”로 손보고요.

 

 ┌ 우리에겐 행복한 첫걸음이 되었다 (o)

 ├ 우리에겐 행복이 열렸다 (o)

 │

 └ 우리에겐 행복의 시작이 되었다 (x)

 

 글쓰는 분들은 으레 “행복의 시작”이라고 씁니다. “행복한 시작”으로 적어야 알맞는데 꼭 ‘-의’를 붙이려고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한 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시작(始作)’도 걸러내 준다면 한결 좋고, ‘행복(幸福)’도 ‘즐거움’으로 걸러내 볼 수 있습니다.

 

 

ㄷ. 한 줄기 희망

 

.. 이제까지 거대한 산업 폐기물 만들기에 전념해 온 게 아닌가 싶은 일본의 공공사업도 마침내 방향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오랜 절망 속에 한줄기 희망이 느껴진다 ..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71쪽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쓰는” 일을 ‘전념(專念)’이라고도 합니다만, 이런 말은 그냥 ‘몸바치다’나 ‘마음쓰다’나 ‘기울이다’ 같은 말로 다듬으면 어떨까요. ‘거대(巨大)한’은 ‘엄청난’으로 다듬어 줍니다.

 

 ┌ 한 줄기 희망이 느껴진다 (o)

 │

 └ 한 줄기의 희망이 느껴진다 (x)

 

 토씨 ‘-의’를 안 쓴 대목은 좋은데, 글이 좀 엉성합니다. ‘절망 속에’라는 말이 알맞지 않아요. “절망 끝에 한 줄기 희망이 느껴진다”라 해야 알맞지 않을까요. “절망 끝에 한 줄기 희망을 느낀다”고 적으면 훨씬 부드럽고요. 그렇지만 “한 줄기의 희망”이 아닌 “한 줄기 희망”으로 잘 쓴 대목 하나만으로도 반가운 글월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태그:#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우리말 다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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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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