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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자주 오니까 살판난 건 개구리뿐이네요."

 

지난 일요일(9/2) 벌초하러 선산에 간 길에 덕천강에서 주워온 다슬기를 삶아 국을 끓일 때 넣을 정구지(부추)를 뜯으러 텃밭에 나갔다가 들어오며 하는 아내의 말뜻을 퍼뜩 알아차리지 못해 쳐다보았다.

 

 “아, 다들 이제는 비가 지겹다고 하잖아요. 장마철도 아닌데 장마 때보다 더 자주 내리니 … 당신은 질리지 않아요?”

 “그런데?”

 “밭에 가는 길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연못에도 잔디밭에도 온통 개구리 천지에요.”


 그랬다. 요즘 개구리가 많이 보인다 싶었다. 사실 봄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한창 땡볕이 내리 쬐던 한 달 전보다는 훨씬 많이 보였다. 그게 비 때문이란다. 비가 자주 와서 늘어났다는 것. 말을 들은 김에 나가보았다. 역시 대청을 내려서기도 전에 몇 놈이 반긴다. 아니 두려워 피한다.

 

 우리 집에 사는(?) 개구리는 대체로 세 종류다.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참개구리. 혹 가다가 산개구리를 볼 수 있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이고. 그래도 황소개구리가 없는 것만 해도 다행 아닌가.


 내게는 개구리 하면 잊히지 않는 추억이 가재잡이다. 다른 곳에서는 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구워먹은 모양이나 나 자라던 곳에서는 개구리 뒷다리는 가재잡이의 미끼로만 쓰였다. 뒷다리를 당시 '아이스케이키' 막대에 묶어 돌 틈 사이에 넣으면 가재가 머리를 내민다. 그걸 살짝 넣었다 당겼다 하며 약을 올리면 가재가 꽉 물게 되고 그 순간 당겨 잡으면 된다.

 

 다음으로 대학교 때 방언학 시간에 개구리의 전국 방언을 조사하여 보고하는 리포트를 썼을 때의 기억이다. 그때 고작 알고 있는 거라고는‘깨구리’뿐이었는데 조사하면서 그 수의 많음에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 기억나는 것만 해도 깨고리, 깨구리, 개구락지, 깨구락지, 깨꼬락지, 깨굴딱지, 깨굴태기, 깨우락지, 게염지, 궐개비, 골개비, 고개비, 가개비, 메구리, 머구리, 멱자귀 등이다.


 연못에 가보니 길과 밭에 보이던 개구리가 물 속에선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물을 좋아해도 비가 와 세상이 온통 물 천지니 따로 물이 필요 있으랴. 그러고 보니 예부터 개구리와 비가 연결된 속담이 몇 있다는 생각이 난다.

 

‘개구리 얕게 월동하면 겨울이 따뜻하다’,‘청개구리 울면 비가 온다’,‘집에 개구리가 많이 보이면 장마진다’등. 이런 것 말고도 개구리와 관련된 속담은 많다. 문득 생각난 김에 이번 주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뜬 속담을 살펴보았더니 언뜻 봐도 ‘우물 안 개구리’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그 밖에도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말고도 ‘개구리 낯짝에 찬물 붓기’,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 등도 직접 인용하거나 약간 변형시킨 모습으로 보인다.

 

 


 개구리 속담을 이렇게 실생활에 많이 인용함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면과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개구리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주몽>에서 중요 배역의 하나인 금와왕(金蛙王)도 바로 외모가 ‘금빛 개구리 모양’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게다가 <삼국유사>에 선덕여왕이 영묘사 옥문지(玉門池)에서 겨울에 개구리가 모여들어 운다는 소문을 듣고, 여근곡(女根谷)에 적병이 침입한 것을 알아맞혔다는 설화가 나온다. 해설에 따르면 개구리는 눈이 불거진 모양이 성난 형상이니 군사의 상징이라 했다.


 시골에 살다보면 파충류와 양서류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녀석들은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주기보다는 멀게 하는 용모를 갖고 있다. 그런 중에 개구리는 그나마 가까이 해도 별 거부감이 없다.

 

 그래선지 우리 집 연못에 아예 터 잡고 사는 녀석들은 정겹기까지 하다. 간혹 늘 보이던 늙은 참개구리가 보이지 않다가 며칠 뒤 나타났을 때는 얼마나 반가운지. 어린 녀석들은 내가 가까이 가면 달아나기 바쁜데, 늙고 큰 녀석은 피하지 않는다. 혹 녀석이 내가 저를 해치지 않을 존재라는 걸 알았을까?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들이 가끔 농담삼아 이런 말을 한다.

 

 “햐 그 놈 토실토실하게 살쪘는데 … 잡아다가 뒷다리 구워 소주 한 잔 걸치면 딱이겠는데 …”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곳에 있는 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구워먹든 앞다리를 구워먹든 상관없으나 우리 집에 있는 개구리는 안 됩니다. 이미 우리 가족과 마찬가진 걸요.”


태그:#개구리,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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