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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유도거와 김달치는 허리를 숙여 양규에게 예를 갖췄다.

“내 너희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다가가려 했는데 쉬이 알아채는구나. 너희들을 긴히 찾을 일이 있었는데 막사에 머물러 있지 않아 금방 찾을 수가 없었다네.”

“송구합니다.”

양규의 뒤로 병사 두 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성벽 위 파수는 이들이 볼 것인 즉 너희들은 이만 가서 쉬거라.”

“예? 하지만 저희는 성벽위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사온데.”

양규는 더 이상 말을 끌지 않고 손짓으로 그들을 따라오라고 일렀다. 김달치가 머뭇거리자 유도거는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서둘러 양규를 따라갈 것을 재촉했다.

“이거 무슨 일이야.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양규를 뒤따라가며 김달치가 속삭이자 유도거는 더욱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못이 있다면 사람을 보내어 끌어가지 장군이 직접 나서겠나? 아마 좋은 일로 이러는 것 같으니 잠자코 따라가세.”

양규가 들어선 곳은 흥화진성의 본청이었다. 그곳에는 양규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네 명의 부장들이 양규를 마중하고 있었다.

“내가 말한 자들일세.”

네 명의 부장들은 왠지 굳은 인상이었지만 비교적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유도거와 김달치가 자신을 소개하려 하자 양규가 먼저 나서 그들을 소개했다.

“내 이자들을 진작 중히 쓰려했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네. 하지만 성을 나서 적을 치는 중한 일을 앞두고 어찌 옛 허물을 따져 사람을 쓰지 않겠는가? 궁병은 유도거가 지휘할 것이고 보병은 김달치가 지휘할 터이니 여기 남은 부장들은 전력을 다하길 바라네.”

뜻밖의 말에 유도거와 김달치는 당황해했으나 감히 양규의 말에 못하겠다는 뜻을 표할 수도 없었다. 부장들이 물러간 후 양규는 병사를 불러 유도거와 김달치에게 지위에 맞는 새 갑주와 기치를 내어주었다.

“사람을 불러 너희들을 데려오지 않고 내가 직접 너희들을 데려 온 이유를 알겠느냐?”

“예.”

대답은 했지만 유도거와 김달치는 양규의 뜻을 알 듯 말 듯 했다.

“난 선왕을 해한 강조도 싫고 선왕에게 아부하며 국정을 농단한 김치양도 싫네. 내게 중요한 것은 거란군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것뿐이네.”

양규는 양손을 뻗어 각기 유도거와 김달치의 손을 부여잡았다.

“거란군은 강동 6주를 모두 점령하는 것을 그만두고 먼저 개경을 치기 위해 남하중이네. 이를 위해 곽주만 점령해 후방을 안정시키려는 것이네. 따라서 우리가 성을 나서 해야 할 일은 곽주를 탈환하는 것이네만 거란놈들도 이를 대비해 상당한 병력을 곽주와 그 주변에 남겨 놓았을 것이라 여겨지네. 우리가 성을 비우면 어디엔가 숨어 있는 거란놈들이 성을 들이칠 지도 모를 일이네.”

양규는 잠시 말을 끊은 후 유도거와 김달치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유도거와 김달치는 그런 양규의 눈빛에 흔들림 없이 자신들은 어떤 임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아 똑바로 마주보았다.

“날이 밝으면 나와 너희 둘은 칠백명의 병사와 함께 거란놈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성문을 나설 것이야. 나머지 병력은 앞서 만난 네 명의 부장들이 다스리며 거란놈들의 침입에 대비할 것이네.”

“저희를 인정해 주셨으니 설사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든다고 해도 장군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허나 칠백명은 곽주성을 치기에 너무도 적은 병력입니다. 주제넘게 한 말씀을 올리자면 다른 성과 연통을 해서 사방으로 곽주성을 들이치는 것이 어떻겠나이까.”

김달치의 말에 양규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태그:#결전, #흥화진, #연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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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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