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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홈페이지
정보와 오락을 함께 갖춘 프로그램들이 대세다. <스폰지>, <솔로몬의 선택>, <체험 삶의 현장> 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재미와 정보를 함께 전하겠다는 프로그램들이다. KBS 2TV의 <경제 비타민> 또한 경제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좀 더 오락적으로 즐겁게 풀어나가겠다며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돈버는 정보'를 쉽게 알려주겠다는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연예인들의 돈 번 이야기로 화제를 모아왔다. 윤정수씨의 20억집 이야기, 조영구씨의 30억 모은 이야기, 이혁재씨의 17억 짜리 집 등이 세간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일반인들의 생활과 다른 연예인들의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사고 난후 <경제비타민>은 일단 몇십억 자산가 연예인 얘기는 사라졌다.

약한 정보, 지나친 오락성

지난 4월 30일 방영된 24회 주제는 '2007부동산 대예측'이었다. '부동산예측이 난무하는 2007년, 위기인지 기회인지 알려드린다'로 프로그램은 시작되었다. 1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으로 부동산 대예측이 가능할지 궁금했는데, 프로그램을 보아도 이에 대한 정보는 짚어보기 힘들었다.

우선 연예인의 경험 사례 3가지가 먼저 소개되었는데 이지희씨가 이사 날짜를 정확히 잡지 못한 실수, 김숙씨의 수십 번 이사 다닌 사연, 장동민씨의 대출을 하지 못해 계약금을 날린 사연 등이다. 이어 부동산 전문가는 내집 마련 전략으로 청약관련 저축을 들 것, 비수기의 급매물을 노릴 것, 경매와 공매를 활용할 것 등을 추천하였다.

연예인들의 실수 경험담이나 부동산 전문가의 이야기가 모두 2007년 부동산 전망을 예측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고, 그들의 에피소드에서 시청자는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또한 부동산 전문가가 말한 경매나 공매 물건을 사는 것이 내집마련 전략이라는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지식이 부족한 서민들에겐 위험한 정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여러모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내집 마련을 하라는 쪽으로 이야기를 몰아간다는 것은 현실 경제와 거리가 있다. 새로운 정보가 담긴 것도 아니고 자칫 혼란을 가져올 점들이 있어 과연 '비타민'이 될 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연예인을 내세운 지나친 시선 끌기도 불편하다. 3월 26일자 방송에서는 한 여성연예인이 카드빚으로 인해 누드사진을 찍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는데 교양프로그램으로서는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카드빚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려주기 위해 꼭 이런 사례가 필요했을까?

성공사례 소개, 여러 가지 우려할 만한 점들

또 한 가지의 위험성은 자칫 경제 프로그램이 연예인 사업가의 홍보프로그램이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것이다. 4월 30일 24회에는 임학래씨의 자장면집 성공 스토리가, 5월 7일 25회에서는 김창렬씨 본인의 사업과 아내의 쇼핑몰 이야기가 나왔다.

나름대로의 비결을 내세웠고, 알뜰하게 살며 노력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지만 그 사람만의 독특한 성공비결이라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점이 그다지 많지 않다. 자칫 개인의 사업이 공영방송을 통해 홍보된다는 점이 우려된다.

25회의 경우 화장품 세일즈로 150억 매출을 올리는 박형미씨 이야기, 1000억 청소기 판매를 자랑하는 한경희씨, 70억매출을 올리는 생선 인터넷 쇼핑몰사장 김영경씨 사례가 소개되었다. 이미 자리잡은 기업가의 성공사례를 굳이 경제 정보 프로그램에서 다뤄야할 필요가 있을까? 세일즈 여왕 스토리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보프로그램에서 다룰 주제로 식상하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돈'에 대한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고 '10억만들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관심사가 되고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 부유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제대로된 경제교육이 모두에게 필요하고 좋은 정보가 절실하다.

한국방송의 <경제비타민>은 이러한 사회분위기에 맞춰 나온 프로그램일 듯하다. 공영방송의 프로그램다운 경제프로그램이려면 오락 보다는 정보가 잘 갖춰졌으면 한다. 그리고 그 정보는 제대로 된 비타민이 되는 정보여야겠다.

경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부자만들기'에 연연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답지 못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10억 만들기'를 프로그램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타이틀을 '부자로 가는 길 제 1장, 2장…' 해서 지금까지 10장까지 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부자로 가는 길을 발견할 수 없으며, 연예오락 프로그램과 구별하기도 어렵다. 갈짓자 행보를 수없이 해온 <경제비타민>의 다음 주는 또 어떨지 걱정스럽다.

주변의 권유대로 무작정 보험에 이것 저것 들었다가 매달 곤란을 겪는 사람들, 펀드와 적금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이들, 사채광고를 믿고 덜컥 돈을 빌렸다가 궁지에 몰리는 사람들, 이런 경제 문외한들을 위한 유익한 정보들을 담는 경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프로그램이야말로 경제 비타민이라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경제비타민, #돈버는 정보, #부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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