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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처음 만나는 우리 아기 이유식>의 이유식 레서피
ⓒ 웅진닷컴
우리 아이에게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나의 안 좋은 부분은 여러 가지이다. 예민한 성격, 나쁜 시력과 고르지 못한 치아, 골골거리는 약한 체질, 하나씩 꼽으라고 하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만 같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안 좋은 것을 따지자면 바로 '알레르기'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괴롭혀 온 알레르기 증상은 예측불허이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컨디션 안 좋은 날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닭고기, 돼지고기에 대한 식품 알레르기를 비롯하여 갑자기 온도가 바뀌면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하는 온도 알레르기 등 이놈의 알레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은 것들을 생각하면 말 다했지 싶다.

심지어는 알레르기 증상 때문에 병원에 입원까지 할 정도였으니 내 아이만큼은 어릴 때부터 잘 관리해주어 이런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 주고 싶은 게 바로 엄마 욕심이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아토피다 뭐다 해서 옛날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원인 모를 특이 체질로 고생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 만나는 우리 아기 이유식>은 소아과 전문의가 쓴 이유식 이야기이다. 엄마 젖이나 분유를 먹던 아기는 생후 4~6개월이 되면서 다른 음식물의 섭취가 필요하다. 젖에 있는 철분이 부족해지고 아기의 성장을 위한 더 많은 영양분이 요구되면서 어른들이 먹는 음식으로 차차 옮겨가는 단계인 이유식.

이 이유식을 그냥 만만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잘못된 이유식은 바로 아이에게 '알레르기'의 고통을 선사해 준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시금치와 당근으로 시작하는 잘못된 이유식 바로 잡습니다'라는 명쾌한 어구로 이유식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주의해야 할 식품은 정말 엄청나다. 이유식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미비하던 시절에는 아이의 철분을 보충하기 위해 시금치죽으로 이유식을 시작하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생후 6개월 이전에 당근과 시금치를 먹이는 것은 오히려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돌 전에 먹이지 말아야 할 음식의 가짓수도 매우 많다. 알레르기가 없는 건강한 아기라도 달걀흰자, 생우유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니 먹이면 안 된다. 초콜릿, 땅콩 종류는 두세 돌이 지날 때까지도 금물이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라면 밀가루, 레몬, 오렌지, 옥수수, 새우, 랍스터, 조개, 생선, 꿀, 딸기, 토마토를 돌까지는 먹이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이유식을 쉽게 만드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우선 금지해야 할 음식은 엄마가 신중하게 기억해 두도록 한다. 메모를 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 이유식은 대체로 생후 4개월 이후에 시작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는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조심스럽게 이유식을 먹여야 좋다.

무엇보다도 모유를 먹이는 아기는 6개월 이후에 이유식을 해도 되지만 분유 수유아동은 생후 4개월 이후 천천히 이유식 단계를 밟아야 한다. 왜냐하면 분유를 먹는 아기는 모유를 먹는 아기보다 식품 알레르기 발생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처음 한 달 동안은 하루 한 번으로 충분하고 그 양은 어른 수저 한 스푼 정도가 적당하다.

가장 먼저 먹이는 것은 바로 쌀죽이다. 쌀은 여러 좋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다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좋은 식품이다. 미음을 매우 묽게 만들어 시작해 점차 다른 식품을 첨가해 가는 것이 정석. 쌀죽에 다른 식품을 첨가하는 과정은 주의를 요한다. 한 식품을 4~7일 정도 꾸준히 줘도 별 이상이 없으면 그 식품은 아기에게 안전한 것이다.

애호박, 양배추, 브로콜리, 고구마, 감자 등을 첨가하는 게 이유식 초기 단계의 과정에 해당한다. 특히 처음에는 한번에 한 식품만 쌀죽에 첨가해야 아기의 알레르기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이유식 시작 한 두 달 후부터는 두 가지 식품을 함께 첨가하고 쌀죽의 농도도 점점 진하게 하는 방법을 취한다.

이유식을 젖병 같은 데에 담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이유식은 아기에게 어른들이 먹는 음식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므로 힘들어도 숟가락을 사용해야 한다. 아기를 위한 이유식 전용 숟가락을 이용하여 음식을 먹이다 보면 처음에는 많이 흘리더라도 점차 숟가락 사용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유식을 늘려가는 시기엔 간을 하지 않은 음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옛날 어른들은 아기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된장국이나 맑은장국 국물을 떠서 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좋지 못하다.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길들이려고 한다면 돌 전에는 식품 그대로의 맛을 살려 간하지 않은 음식을 주어야 한다.

최근 '베이비 주스'라는 이름으로 과즙을 희석한 어린이 음료가 많이 시판되고 있는데 이것 또한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이다. 이유식 초반에 너무 달콤한 과즙을 주면 아기는 맛이 없는 쌀죽을 먹으려 들지 않는다. 쌀죽을 기본으로 한 이유식에 익숙해진 후 간식처럼 과즙을 주는 것은 도움이 되나 그 이전까지는 조심하는 게 좋다.

아기의 이유식 하나를 준비하는 데에도 이렇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엄마가 신중하게 신경 써서 만드는 아기의 이유식. 비록 몇 숟가락 안 되는 적은 양이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밟느냐에 따라 아기의 건강이 결정되기도 한다. 아기의 알레르기, 음식에 대한 적응이 걱정되는 엄마라면 이유식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처음 만나는 우리 아기 이유식 -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의 이유식 혁명

하정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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