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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겊책을 가지고 노는 아기의 모습
ⓒ 강지이
생후 한두 달까지는 가만히 누워 멀뚱멀뚱 천정만 바라보는 것 같았던 우리 아가. 이제 5개월로 접어드는 이 아이에게 세상은 하루하루가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이 즈음의 아기는 행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시야가 매우 넓어져 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자기 스스로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해보려는 자율 의지도 왕성하다. 엎어 놓으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앞에 놓인 사물을 붙잡으려고 버둥거린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증가하여 소파에 기대어 앉혀 놓으면 손에 잡히는 물건을 들여다보고 입으로 가져가기에 바쁘다.

아가의 행동이 다양해지면서 집안은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물건으로 가득 차게 된다. 기존에 있던 화장실의 거울, 현관에 놓인 신발들, 화병 가득 꽂아놓은 조화, 싱크대 위에 놓인 각양각색의 양념통은 모두 아기의 호기심에 접수되는 대상들이다.

물론 기존의 사물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아기의 발달 단계와 인지 능력에 맞는 적절한 장난감은 오랜 기간 아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비싼 가격에도 아기 장난감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가가 한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는 시간은 기껏해야 20분 정도로 매우 짧다.

이런 아가에게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책을 주면 굉장히 좋아한다. 처음 책을 접하는 아가에게 딱딱한 모양의 종이책은 무리이다. 특히나 한창 손에 잡히는 물건을 물고 빨려는 구순기(프로이드 심리학에 의하면 이 시기의 아가들은 모든 사물을 입으로 빨면서 확인하려는 심리가 있다)의 아이에게 뻣뻣한 종이로 만든 책은 날카로워 위험할 수 있다.

모양새는 책과 닮아 몇 장의 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간단한 스토리가 담긴 헝겊책은 별 무리 없이 아이와 책을 친하게 만드는 좋은 장난감이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책들은 대부분 화려한 원색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아이의 시선을 끌기에 좋다. 좀 더 기능적으로 제작된 책들은 딸랑이 소리가 난다거나 부스럭거리는 재질을 선택하여 얼핏 장난감처럼 보인다. 아기는 ‘책’이라는 개념을 알기도 전에 이미 놀이 도구로서 이 대상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명 아동용품 업체에서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헝겊책이 나오고 있다. 옛날 엄마들이 아가를 위해 무얼 해줄까 고민하던 것과는 달리 요즘 엄마들은 손쉽게 아가를 위한 교육용 교재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아기가 좋아할 만한 내용과 모양의 것을 선택하여 보여 주면 된다.

아기를 위한 헝겊책의 종류를 찾아 보니 아쉽게도 한국에서 개발된 것들은 드물고 해외의 유명 완구업체에서 제작한 것들이 많다. 라마즈, 케이즈키즈 등 유명 외국 완구업체에서 자체 개발하여 내놓은 헝겊책들은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면 더욱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일단 몇 개를 구입하여 보여 준다.

시중에 판매되는 헝겊책들은 모두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어 아기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로봇 모양으로 만들어져 인형같이 보이나 펼치면 한 권의 책이 되는 로봇 책(케이즈키즈 제품). 이 제품은 로봇이 공, 목마, 곰 인형과 같은 아기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 친구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마토와 배춧잎을 먹고서 한숨 잤더니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다는 애벌레 이야기가 담긴 책은 이제 막 5개월이 된 우리 아가가 꾸준히 가지고 노는 헝겊책이다. 애벌레 모양의 인형이 책장의 구멍으로 하나하나 통과하다가 부스럭거리는 날개를 가진 나비로 변하는 모양이 재미있나 보다.

아기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면 모든 사물은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좋은 교재이다. 꼭 비싼 가격을 주고 외국 회사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는 펠트 책 또한 아기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이 펠트 책 재료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엄마의 손길로 만든 예쁜 책을 물고 빨면서 아가는 세상에 대한 반짝이는 호기심을 열어갈 것이다.

직접 만들지는 못하고 시판되는 헝겊책을 아기에게 보여주면서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교재가 드물다 보니 영어로 적힌 글을 읽어 줘야 한다는 것. 영어 문구들은 리듬감 있게 구성되어 아가가 좋아할 만한 운율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한글로 번역하여 말해 주자니 기존의 리듬감이 사라져 버린다.

우리도 이제 어린이를 위한 좋은 교재를 많이 개발하여 한글의 아름다운 리듬감을 아기가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며 이미 개발되고 검증된 외국 교재에만 얽매일 것인가. 노래처럼 이야기를 읽어줄 수 있는 좋은 한글 헝겊책이 다양하게 나올 때에 비로소 아기들은 우리 언어가 가진 리듬에 맞춰 책장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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