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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19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를 두고, 사람들은 '인터넷이 낳은 대통령'이라고 명명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의 힘은 막강하다.

인터넷 여론은 잘못된 행위를 한 자들에 대해서 막강한 비판의 기능을 한다. 최근 이슈가 된 지하철 오물 방치 사건, 일명 '개똥녀'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지하철에 탄 여성이 강아지의 오물을 치우지 않고, 오히려 오물을 치우라는 어른들에게 욕설을 한 사건이었다. 한 네티즌에 의해 개똥녀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해당 여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터넷 공간, '권선징악'의 시대정신

왜 네티즌들은 '오물을 방치한 채 앉아 있는 여성'의 사진 한 장에 광분했을까? 사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들이 올 초부터 계속됐다. '홍대 앞 음란파티를 즐기는 여성들', '서울대 도서관 폭행사건'등이 그것이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사진 속 주인공들의 행동이 사회 윤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잘못된 행위'였다는 데 있다.

네티즌들의 비판은 인터넷이라고 하는 새로운 공간의 '시대정신'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공동체적 관점에서 선을 권하고 악을 응징한다. 가게 앞 장애인에게 빵을 준 빵집 아가씨가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이고, 서울대 철사마나 개똥녀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권선징악의 네티즌들의 시대정신은 사이버 네트워크를 통한 '민주 시민의식의 표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 문제들에 대해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의 새로운 시대정신과 시민의식은 결과적으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잉태된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사회정의의 실현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생성된 시민의식으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네티즌의 참여는 때로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지 않다. 이번 개똥녀 사건으로 해당 여성은 얼굴과 학교 등 개인의 신상정보가 적나라하게 만천하에 알려졌다. 아마도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네티즌들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회윤리를 벗어난 행위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은 정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인의 의사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민주적 시민의식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인권 의식이 성숙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탈적 행위자에 대한 비난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네티즌들의 인터넷 공간의 새로운 시대정신과 참여정신은 그대로 살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개똥녀 사건의 경우도 사실 해당 여성의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렸더라면, 문제될 것이 없었을 것이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정의를 환기시켜 주고, 해당 여성이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는 수준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제 네티즌들은 조금 더 의식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 그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를 고발할 때, 조금만 인권이라는 문제에 대해 신경 쓰면 해결될 일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 젊은이들의 열정과 역동성은 인터넷을 통해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네티즌들의 새로운 시대정신과 참여의식을 잘 활용해 나가야 한다. 이 힘을 잘만 이어나가면 우리 사회는 하나의 온전한 공동체로서 지속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티즌 스스로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범죄자의 기본적 인권도 지켜주는 것이 민주국가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좀 더 밝고 건강한 인터넷 세상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뉴스타운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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