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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야, 저거 봐!”

신기한 마음에 바리가 백호를 불렀습니다.

“우물신이 오시는거야!”

백호가 아직도 중심을 잡지 못해 허우적대며 대답했습니다.

그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던 공기 방울들이 바리 바로 앞에 공처럼 모여섰습니다. 그리고는 분수처럼 솟아올랐습니다.

서울에 있는 분수처럼 아래에서 위로만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위로 아래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아무 곳으로나 아름답게 솟는 그 분수는 여러 모양으로 모습을 바꾸더니 천천히 사람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공기 방울들이 모여 만든 그 사람은 여자였습니다.

그 물 속에서 하얀 빛으로 빛나고 있는 그 여자는 진달래나 도라지 선녀가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진달래 언니의 옷이 화려한 색상으로 빛나고 있었다면 이 물 속의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은 그저 환하게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흰색은 세상의 모든 색깔을 한데 모아 만들어도 어림 없을만큼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제비원에서 본 그 구름 색깔 같기도 하고, 냉장고에서 갓 꺼내 담은 아이스크림 색 같기도 하고, 첫 눈이 오던 날 아빠와 운동장에서 만들던 새하얀 눈사람 같기도 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밝은 미소와 즐거움이 가득 담긴 것 같은 그런 하얀색이었습니다.

그 옷색깔처럼 하얀 여자의 얼굴에는 물방울처럼 맑은 눈동자가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우와…”

바리에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백호는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서서 그 선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바리도 인사를 드리고자 했지만,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힘들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드린 바리는 그 여자를 바라보면서 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바리에요. 그리고 이쪽은 제 친구 백호에요. 아주머니는 우물신이신가요?”

그 하얀 색의 여자가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냥 이 땅의 우물을 지키고 있답니다. 우물신은 아니랍니다. 전 바리가 만난 다른 가신들과는 달라요. 이 물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용궁에 들어갈 수 있지요. 용궁의 용왕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물을 주관하고 계시지만, 저는 단지 사람들이 마시는 물을 맑게 하고 있어요.”

바리가 말했습니다.

“저희는 호종단을 만나러 가야해요. 그 호종단이 그 사람이 기르는 개를 찾으러 가려면 우물신께서 주시는 맑은 샘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왔어요. 그러니까 저희에게 빨리 맑은 물을 주세요, 아니…. 호종단이랑 나쁜 산오뚝이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이 땅에 맑은 물을 많이 흘려 보내 주세요.”

우물신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바리와 백호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어요. 우물 밖에 있던 나무를 어떻게 잠재우고 들어왔어요? 참 대단하군요.”

바리는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측간신이 이전에 주신 선물로 나무를 꽁꽁 묶고 들어왔어요. 그 나무 계속 그렇게 있으면 많이 피곤할 텐데…. 우물신님이 나중에 잘 풀어 주세요, 그런데 그 나무는 그렇게 벌을 받아도 싸요. 무서워서 죽는지 알았잖아요.”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처럼 맑은 목소리로 그 우물신이 말했습니다.

“그 나무는 나쁜 나무가 아네요. 이곳에 나쁜 산오뚝이들과 호종단이 들어올까 봐 이 곳을 지키고 있는 나무에요. 그 나무를 잠재우고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바리와 백호처럼 특별한 선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측간신께서 아마 이곳에 올 것이라고 미리 알고 주셨나 봐요, 나중에 측간신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겠네요.”

우물신의 하얀 입술에는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공기 방울을 긴 빗자루처럼 흩뿌리면서 우물신은 백호와 바리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여기서 맑은 샘물을 가지고 가면 나쁜 산오뚝이들과 호종단의 개가 바로 바리를 찾아올 거에요. 무섭지 않아요?”

바리가 대답했습니다.

“무섭지 않아요, 제 옆엔 저렇게 씩씩한 백호도 있고, 천문신장님이 주신 천주떡도 있고, 그리고 다른 가신들이 제가 어려움에 빠져있을 때 도와주시겠다고 약속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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