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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두컴컴하기만 할 것 같은 우물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리는 자기도 몰래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든든한 백호의 등에 업혀있었지만, 우물 밖에서 본 나무처럼 무언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것이 불쑥 튀어나올까봐 염려가 되었던 것입니다.

백호와 우물 속으로 뛰어들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바리는 곧 물 속으로 풍덩 빠졌습니다. 차가운 물기운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낀 바리는 소리를 지르다 말고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고 숨을 멈추었습니다.

이렇게 어두컴컴하고 물이 가득찬 곳에 들어오게 되다니… 이렇게 힘들고 험한 곳에 그 무서운 나무와 싸워가면서 제발로 기어들어오려고 했으니….

쓸데없이 호종단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해낸 것은 아닌지, 족히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백호를 잡고 있던 손마저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바리는 정말 난감해졌습니다. 백호의 등에 업혀있는 것도 아니고 이 우물 속에 풍덩 빠져서 어떻게 헤어나와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 백호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리야, 눈 떠도 돼. 숨 쉬어봐.”

그 소리를 듣고 바리는 눈을 살짝 떴습니다. 그러고 보니 눈은 감고 있었지만, 물 속이 완전히 어두컴컴한 암흑 속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백호가 바리 앞에서 둥둥 떠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물호랑이가 된 백호는 말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거 봐, 괜찮지?”

그렇게 말하는 백호의 코와 입주변에서 공기방울이 뽀골뽀골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바리는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입을 벌렸습니다.

입에서 커다란 공기방울이 물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전혀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풀장 속에서 잠수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숨을 쉬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공기가 어디를 통해서 몸 속으로 들어오는지 바리가 숨을 쉴때마다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새어나왔습니다. 그러나 몸은 정말 물 속에 떠있었습니다. 바리는 팔과 다리를 휘저어 백호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기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물 속이지만, 어디서 불빛이 나오는지 아주 환했습니다. 물 속에서 있지만, 아가미가 있는 물고기처럼 아무 문제 없이 숨을 쉬고 돌아다닐 수 있다니….

바리는 문득 아주 신이 났습니다. 무중력상태의 우주선 안에 있는 것처럼, 아니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된 것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돌아다녔습니다.

맑은 샘물을 가지러 우물신을 만나로 온 것을 까맣게 잊고 있는지 바리는 아주 신이 났습니다. 백호 역시 네 다리로 허우적거리면서 바리를 따라다녔습니다. 백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본 바리는 또 웃음이 터져나오려고 했습니다.

웃고 있는 바리의 입에서 나온 공기방울이 뽀글거리며 바리의 눈 앞을 지나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공기방울 속에 바리의 웃는 얼굴이 비쳤습니다.

눈과 코와 입이 방울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큰 방울이건 작은 방울이건 바리 주변을 떠돌아 디니는 방울 속에는 조그마한 얼굴이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순간 바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얼굴은 방울에 비친 바리의 얼굴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방울 속에는 할머니의 미소가 담겨있기도 했고, 어떤 방울 속에는 꼬마 아이의 미소가 담겨있기도 했고, 아주머니의 미소가 담겨있기도 했습니다.

그 방울은 계속 위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백호와 바리가 헤엄치고 있는 주변으로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공기방울들이 그렇게 작은 얼굴을 달고 모여들었습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듯한 공기방울들은 바리와 백호 주변에 모여 긴 뱀이 된 것처럼 꾸물꾸물 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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