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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던 물호랑이 백호가 말했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맑은 샘물을 어떻게 하면 가지고 나갈 수 있겠습니까? 어서 가지고 나가서 호종단을 만나야합니다. 그래서 조왕신님을 만나서 얼른 일월궁전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동성군님의 구름차를 빼앗은 호랑이들이 언제 일월궁전으로 올라갈지 모릅니다.”

“호랑이들은 아직 일월궁전으로 올라가지 못해요. 설마 그 구름차를 몰 수 있는 주문을 알았다 해도 하늘길이 열리지 않아서 아무도 일월궁전에 올라가지 못한답니다. 호랑이들이 구름차를 빼앗아간 것을 알고 하늘길을 일부러 닫아 놓았을 거에요.”

백호가 말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지 공기방울이 길게 위로 보글보글 올라갔습니다.

“참 다행이네요. 하지만 우리가 올라가면 그 길을 따라 호랑이들이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잠시 말이 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우물신이 말을 이었습니다.

“바리 아가씨, 저는 아씨가 찾고 있는 맑은 샘물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예, 뭐라구요?”

그런 우물신의 말에 바리는 뭐라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바리의 낯빛이 변하는 것을 본 우물신이 조심스러운듯 말했습니다.

“아가씨가 찾고 있는 맑은 샘물은 바로 아가씨 안에 있답니다.”

바리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뭐라구요? 제 몸 속에 그 맑은 샘물이 있다구요?”

백호도 믿지기 않는 듯 바리를 쳐다보았습니다. 다시 바리가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그 누구도 저에게 맑은 샘물을 준 적은 없어요. 전 그냥….. 그 분들이 만들어 주시는 것을 받고, 그분들의 기를 여의주에 받았을 뿐인데요…. 제 속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우물신이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바리 안에는 바리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숨어있어요.”

바리는 더욱 의아해지기만 했습니다. 우물신이 물었습니다.

“바리 속에는 뭐가 들어 있죠?”

이런 이상한 우물신의 질문에 바리가 대답했습니다.

“제 속에는… 제 속에는……”

바리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바리 속에는 온통 한가지만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엄마와 아빠를 보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지리천문신장님의 집에 갔을 때나, 삼신할머니의 집에 갔을 때나 화완포를 만드는 서천꽃밭에 갔을 때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볼 때마다 바리의 가슴 속에서 커다란 폭포수처럼 요동을 치는 것은 오직 엄마 아빠와 이 곳에 오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었습니다.

생각에 잠겨있던 바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요……”

우물신은 잠시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바리 아가씨의 엄마 아빠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바리는 잠시 할말을 잃었습니다.

엄마 아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것이 언제였는지 모릅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저를 아주 사랑하시는 분들이었어요.”

“그리고요…..”

우물신이 잔잔히 물었습니다.

“음…. 제 생일날이었어요, 부모님들과 동물원에 갔던 날인데…. 그때 호랑이들에게 잡혀가 버리고 말았어요. 그때 엄마는 꽃무늬가 있는 하얀 블라우스에 병아리처럼 노란 바지를 입고 있었어요, 아빠는.. 그날 늦게 일어나셔서 면도를 못 하셔서 수염이 까칠까칠하게 나있었구요…. 짙은 남색 청바지에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계셨었어요.”

그때였습니다.

바리 앞에 커다란 공기방울이 불룩 나타났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의 미소가 얼룩져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한명이 아니었습니다.

하나 둘 셋……

노란 바지를 입은 사람…. 남색 청바지를 입은 사람……. 바로 엄마 아빠와 바리 세 명이었습니다.

“그래요. 우리 엄마 아빠에요.”

바리는 너무 반가워서 소리를 지르며 우물신과 백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백호도 우물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엔 나무들도 있고 건물도 보였습니다.

바리는 그 물 속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리는 이미 엄마와 아빠가 있는 그 공기방울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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