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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에인은 강장수와 함께 정복지 탐색 길에 올랐다. 사마라는 촌락이 컸지만 번창한 도시들과 거리가 너무 멀어 일단 그들 관심에서 배제되었다. 다음 그들은 에슈눈나와 카파제(바그다드 근처)를 돌아보았다. 그곳은 디얄라 강 하나만 끼고 있어 목축업 외에는 달리 발전할 근거가 없어보였다.

에인은 티그리스 강을 건너 내륙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티그리스보다 유프라테스 강을 낀 도시가 더 번창했던 것이 생각났고 자신도 그쪽이 더 마음이 끌렸다.

아래로 2백리쯤 더 내려가자 메소포타미아 중부지점 시파르였다. 시파르는 이미 도시화가 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막 도시화가 시작되고 있는 키슈와 젬데트 나스르가 서로 이웃하고 있었다. 시파르로 들어설 때 에인이 말했다.

"얘기했던가요? 시파르에는 환족 용병들이 있다고?"
"그래요? 몇 명이나 있답디까?"
"그 숫자는 정확히 모르는데 시파르는 다른 종족의 용병들도 많다더군요."
"그럼 장군께서는 환족 용병들은 만나보셨습니까?"
"아니오, 두두와 여행할 때 녀석이 그들을 만나러 가자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지요. 그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오."

"그랬을 테지요. 하지만 어쨌거나 용병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면 세력이 막강한 도시겠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고, 그럼 어떻소? 강장수라도 그 사람들을 만나보시겠소?"
"우린 얼굴도 모르지 않습니까? 더욱이 이곳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들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잘못하다간 오해만 사게 되지요."
"그렇구려. 군사들이 많다면 말을 탄 우리들 모습조차 예사로 보진 않을 테니 오늘은 그만 도시 초입만 훑어보고 지나쳐가는 것으로 합시다."
"그러지요."

두 사람은 멀리 성이 보이는 지점에서 바로 돌아섰다. 지금은 그저 사전 답사일 뿐, 군영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침략 장소로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두 도시를 돌아보고 대충 윤곽만 파악한 뒤 곧 젬데트 나스르로 향했다. 그곳은 열 가호 정도의 환족 마을이 있고, 그들은 오래 전에 딜문에서 내려와 정착한 사람들이라고 두두가 말했지만 그땐 시간이 없어 지나쳤던 곳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마을을 가로질러갔다. 키슈처럼 여신이 마을 입구를 가로막고 있지도 않았고 또 중심지의 인구 밀도는 크지 않아서인지 긴장도 불편한 기분도 들지 않았다. 빨래가 널린 한 마을 앞을 지날 때 에인이 강장수에게 말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군주나 수장이 없답니다."
"그럼 누가 도시를 이끌어갑니까?"
"각 부락의 촌장이라는데 그 또한 개명촌장이라는 겁니다."
"개명촌장이라니요?"
"가장 지혜롭거나 부자가 촌장을 맡는데, 그들 또한 공공사업을 좋아하거나 대중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큰 뜻이 있는 사람이랍디다."

"그런 제도가 있었다니, 듣느니 처음입니다. 정말 특이한 제도로군요."
"보다 더 특이한 것은 그러면서도 부락끼리 서로 협력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락들이 작은 연합체처럼 뭉쳐 있군요. 그래서 도시 전체가 한 마차의 바퀴처럼 함께 잘 굴러간다는 것인데…. 하다면 부락마다 같은 종족이랍디까?"
"아니오. 종족이 각각 다르답니다. 그래서 아마 그런 제도가 지켜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여기 산다는 환족에게도 촌장이 있겠군요."
"그럴 테지요. 그럼 어디 환족 마을을 한번 찾아볼까요?"
"장군님 뜻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오늘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옳은 생각이오. 그럼 이쯤에서 돌아갑시다."

그들은 다시 말머리를 돌려서 오던 길로 되돌아섰다. 마을 초입의 큰길을 벗어났을 때 에인이 강장수의 의중을 타진해 보았다.

"어떻소? 여태까지 우린 세 개의 도시를 돌아보았는데, 그 중에도 특별히 관심이 가는 곳이라도 있었소?"

강장수는 잠깐 생각해 보더니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아무래도 군사들의 침략에는 억지 명분이라도 있는 것이 좋겠지요?"
"무슨 뜻이오?"
"군사는 대항하는 적과 맞서고 도적은 양민과 맞선다고 했듯이…."
"그러니까 키슈는 여신이 살고 젬데트 나스르엔 내노라 하는 군주도 없다…. 아, 그렇군요. 당대의 대 장수가 뜨는데 군사도 없는 양민 마을을 상대할 수는 없지요. 그럽시다. 그럼 시파르로 결정합시다!"

그들은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그 정복지를 시파르로 결정했다. 사실 젬다드 나스르는 이미 환족 마을이 있어 정복할 필요가 없었고 키슈는 수비력이 약해 우선 치고 들기에는 쉽지만 그곳을 장악하는 동안 시파르가 협공해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가장 강력한 시파르를 먼저 쳐버린다면 키슈는 자동적으로 항복해올 것이었다. 그들 세 도시는 그만큼 서로 가까이에 이웃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야영지를 물색할 일만 남았군요?"
"그렇소, 이제부터 그 장소를 찾아봅시다."

그들은 다시 북상하면서 사막이나 강변을 샅샅이 살폈다. 적당한 곳이 몇 군데 있었으나 이참에 제2, 제3의 후보지까지 봐두자는 생각으로 디얄라 강을 따라 끝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거기서 다시 지그로스 산맥까지 돌아본 뒤에야 니시루 산속으로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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