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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반전평화 행사를 두고 주최측인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측과 경찰은 각기 다른 행사명으로 부르고 있다.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공동대표 최열 환경연합 대표)는 전세계 반전단체들의 4월 12일 '국제 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에 맞추어 전국 동시다발 행사를 추진하여 왔다.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는 지난 4월 3일 각계 대표 150명이 참석하여 만든 단체다.

이날 행사 주최측은 순수 문화행사임을 주장하며 지난 4월 9일 경찰측에는 교통통제를, 서울시에는 장소 사용에 관한 협조요청서를 접수시켰다.

시청광장에는 콰테말라대사관 등이 근접하여 있어 집시법상 절대 집회 금지구역이다. 결국 같은 일을 두고 두 가지 행사명이 정해진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여하튼 행사 자체는 별다른 마찰없이 성사되어 현재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행사를 중계하는 인터넷 매체는 집회라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주최측이 충분한 정보를 참여자에게 공지하였는지는 의문이다.

행사이름 하나가 무슨 문제냐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혹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번 행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인식이자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집회라고 규정하고 주최측이 그렇게 알린다면 집시법에 의해서 정당하게 이루어진 집회로 참여자는 인식할 것이고, 행사 진행자가 '미 대사관까지 행진할려고 하는데 경찰이 우리의 정당한 시위를 가로막고 있다'라고 언급한다면 지난해 12월 14일과 12월 31일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두 집회도 신고된 집회가 아니라 문화행사란 이름으로 개최되었다.

반전평화행사 이외의 목적을 가진 단체나 일부 참여자가 지난해 연말처럼 광화문 사거리로 진출하고 미대사관쪽으로 접근하기위해 태평로 일대를 점거하고 행진을 한다면 이는 주최측의 의도와는 달리 평화로운 반전문화행사의 범주를 넘어서게 된다.

이런 사태에 대한 경찰의 우려로 현재 글쓴이의 주위에 있는 무전기에서는 갖가지 고민들이 웅웅거리며 요란하다. 주최측도 주최측의 의도는 순수한 문화행사이지만 사회 각 단체가 연대형식으로 참여하는 행사라 완벽하게 통제하지는 못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경찰은 행사전에 수차례의 회의를 가지며 오늘 문화행사와 촛불행사가 불상사없이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행사장 주변에는 여경, 교통경찰관을 배치하여 혼잡경비 차원에서 행사장 주위의 교통통제와 참여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각지에서 참여하는 단체 일부가 시청광장에 근접한 도로 일부를 점거하고 행사장으로 들어왔지만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경찰력은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문화행사장에서 참여자중 일부가 광화문 촛불행사에 참여할 것을 예상하여 인도와 시청 뒷쪽의 무교로 일대를 이동 경로로 지정하였다. 집단 행진이 아닌 삼삼오오 평화적으로 촛불행사장으로 가는 시민들은 막지 않기로 하였다.

법과 현실의 거리를 어떻게든 좁혀볼려는 경찰의 노력이 역력하다.

오후 6시를 조금 넘어가는 이 시간, 문화행사는 종료되는 듯하다. 행사 참여 단체간에 태평로의 차로를 점거하고 촛불행사장에 합류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평화적으로 해산 또는 촛불행사에 참여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후 6시 20분을 넘어서면서 태평로쪽 진출을 저지하고 있던 교통경찰관의 폴리스 라인에 근접한 행사참여자들이 무교동쪽으로 방향을 틀기시작하였다.

4천 5백명(주최측 주장 1만영)으로 추산된 행사참여자들 중 일부는 지하철 등을 이용하여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약 3000명 가량의 참여자들이 무교로로 집단이동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렸다.

인식과 개념의 차이는 여지없이 충돌을 불러왔다. 집단행진을 막는 경찰, 그리고 왜 정당하게 이동하는 시민들을 막느냐고 항의하는 학생들과 시민들. 글쓴이는 순간 착잡한 심정에 휩싸여버렸다.

차벽을 설치하여 집단행진을 막고 있다는 경찰. 이렇게까지 막을 필요가 있냐는 행사참여자로부터의 전화. 그 행사참여자는 시위현장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분이다. 그분은 오늘 행사가 그저 신고된 정당한 집회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 집회를 마치고 다음 집회인 촛불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되냐고 따졌다. 문제... 경찰관인 나로서는 문제가 되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협상을 통해서 삼삼오오 흩어져서 촛불행사에 자연스럽게 참석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연되는 동안 종로 1가에는 부지런히 경찰관들이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하고 있었다. 현재의 경찰력으로서는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식되어 있다.

무교로에서 차단 당한 시위대(이 시점이 행사참여자에서 시위대로 이름이 바뀌는 순간이다)는 천 명 정도가 경찰버스를 흔들면서 곧바로 돌파를 시도하였고, 나머지 학생들은 다시 시청광장으로 되돌아 나와 일부는 을지로를 따라 우회하여 종로 1가 행사장으로 진입하고, 일부는 잠시 태평로로 나와 차량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태평로에서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고착되었다. 그 시간 대부분의 시위대는 종로 1가 교보빌딩 옆 전차선을 점거하고 촛불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찰은 광화문 사거리쪽 끝단을 차벽으로 막고 대비경력을 배치시켰다. 잠시 몸싸움이 있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저녁 9시를 조금 넘어서는 시간. 촛불행사 참여자들이 해산하기 시작하였다. 미 대사관을 향한 진격투쟁같은 것은 없었다. 경희대에서 열리는 학생들 행사에 참석하기위해 참여자들은 빠른 속도로 해산되었다.

어제 밤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준비했던 '반전평화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 또는 '반전평화' 문화행사가 끝났다. 저지선으로 배치된 경찰버스의 유리창이 깨지고 대원 3명이 부상당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타박상과 찰과상으로 그리 심각하진 않는 것 같다. 시위대쪽의 부상자는 아직 신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일부 학생들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뜨고 있다.

하루가 지나갔다. 토요일 밤 10시다. 내일도 도시철도노조 등의 집회시위가 여러 건 신고되어 있다. 신고되지 않은 채 불시에 집결하여 시위하는 단체들도 많다. 문화제, 추모행사, 촛불행사, 옥외에서의 기자회견 등등의 이름으로 하는 시위가 많아지고 있다. 집회시위에관한법률을 늘 옆에 두고 적법절차에 충실해 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글쓴이에게 요즘 들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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