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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다함께 회원들이 미군의 폭격으로 부상당한 이라크 어린이 사진을 들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다함께 회원들이 미군의 폭격으로 부상당한 이라크 어린이 사진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가족과 함께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
가족과 함께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장] 미국이 진정한 한반도 긴장원인 / 김호중 PD

4월 12일 국제반전평화행동의 날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행진하려던 시위대를 가로막은 경찰은 다음과 같이 방송했다.

"폭력 시위를 자제하고 해산해주십시오. 경찰은 여러분의 평화시위를 보장하겠습니다. 기자 여러분들, 다칠 우려가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정작 병원에 실려나간 것은 시위 참가자들이었다. 한 대학생은 경찰 방패에 맞아 앞니 두 개가 부러졌고, 다른 대학생 역시 경찰 방패에 맞은 왼쪽 눈썹 부위가 부어올랐다. 40대 남성 참가자는 곤봉에 맞아 머리에 피를 흘렸다. 이들은 응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에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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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과 국가 인권위 건물 사이 길에서 벌어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최근 반전시위에서 보기 드물게 격렬했다. 국회 앞 파병저지 시위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거의 매주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반전시위에서 경찰은 순순히 차도를 내주었다.

이 날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몸싸움이 특히 격렬했던 것은 양 옆 인도. 왼쪽 인도에서는 경찰이 휴대용 소화기로 분말과 연기를 연신 뿌려댔고, 나중에는 아예 중형 소화기로 소화 분말을 퍼부었다. 시위대열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최루탄이라고 생각하고 공포에 질린 학생들도 있었다.

오른쪽 차도는 다행히 피해가 적었다. 시위대는 주먹을 쓰지 않고 손을 올린 채 경찰을 밀었다. 그러나 경찰의 소화기 공격은 오른쪽 차도에서도 계속됐다.

행진을 시도하는 반전시위대와 경찰이 서울시청부근에서 충돌하고 있다. 버스위에 올라간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버스에 설치된 안전망을 떼내고 있다.
행진을 시도하는 반전시위대와 경찰이 서울시청부근에서 충돌하고 있다. 버스위에 올라간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버스에 설치된 안전망을 떼내고 있다. ⓒ 시민의 신문 양계탁
차도에서는 경찰 버스가 길을 가로막고 차가 주차되어 그나마 마찰이 적었다. 그러나 버스에 오르려던 참가자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그저 시위대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기만 했던 경찰은 이 날 버스에 오르는 참가자의 손을 발로 밟고 머리를 손으로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시위대의 머리를 향해 발길질을 하거나 휴대용 소화기를 뿌리는 경찰도 있었다.

흥분한 시위대는 경찰 버스의 철창을 떼어내고 깃대 등으로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그러자 경찰도 버스 위에서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깨어진 창문 사이로 곤봉을 넣어 시위대를 찌르기도 했다.

결국 시위대는 차도 행진을 포기하고 오후 7시 10분경 인도를 통해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평화적으로 인도를 통해 행진하라"던 방송과 달리 경찰은 광화문 사거리 인도도 막고 있었고 시위대는 한 줄로 느리게 광화문 차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라크 국민에 대한 학살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는 '다함께' 회원들.
이라크 국민에 대한 학살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는 '다함께' 회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2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심히 전쟁한 부시, 뿌린대로 거두리라"
'전범' 복장 학생부터 국회의원까지 다양


행사장 주변에서 반전평홭팀원인 은국씨가 붉은색 물감을 온몸에 바른 채 'STOP THE WAR'를 부르고 있다.
행사장 주변에서 반전평홭팀원인 은국씨가 붉은색 물감을 온몸에 바른 채 'STOP THE WAR'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행진에 앞서 시위대는 오후 4시 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했다. 지난 2월 15일과 3월 15일에 이어 세 번째에 열린 이 날 집회에는 3000여명의 시민과 대학생이 참가했다.

지난 반전시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날 시위에서도 독특한 의상과 피켓을 든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한양대 철학과 학생들은 파, 병, Fe(철의 원소기호), (생선)회가 각각 그려진 피켓 4개를 나란히 들었다. 붙여서 보면 '파병철회'가 되는 셈이다. '열심히 전쟁한 부시, 제발 떠나라. 지구 밖으로'라는 피켓이나 '뿌린대로 거두리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죄수복을 입고 '전범'이라는 피켓을 든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두 명의 남자. 서울대 총연극회 학생들은 "경제적인 이익으로 인해 전쟁에 참여하는 현실이 너무 슬퍼서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라크 상황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그는 "미국은 해방군이 아니다"라며 "이라크의 독재 밑바탕에는 미국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홍신 의원, 김근태 의원, 김성호 의원, 김영환 의원 등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 국회의원도 시민들과 함께 시청 앞에 나섰다. 김영환 의원은 "전쟁이 조기에 끝나 이라크인의 희생이 줄어드는 것은 다행이지만 미국 강경파가 득세하고 한반도 전쟁위기가 높아지는 것은 안타깝다"며 "더 적극적으로 반전평화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강대국 이라크'는 미국이 만든 허상"
리영희 교수, 즉석 강연서 주장


미군의 폭격으로 발목아래쪽이 잘려나간 어린이를 그린 그림 앞에서 강연하는 리영희 교수.
미군의 폭격으로 발목아래쪽이 잘려나간 어린이를 그린 그림 앞에서 강연하는 리영희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무대에 선 발언자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추운 날씨에 두꺼운 점퍼를 입고 올라온 리 교수는 의자에 앉은 채 '이라크 조기 침공'을 주제로 짧은 강연을 펼쳤다.

리영희 교수는 "이라크가 왜 이렇게 간단하게 패망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침략이 2주만에 끝날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라크가 군사강국이라는 생각은 미국이 매스컴을 통해 퍼뜨린 허위 조작이라는 것이 리 교수의 주장. 리 교수는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샅샅이 뒤져도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아버지 부시의 전쟁(걸프전)과 경제 제재로 이라크에서는 이미 모든 무기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리영희 교수는 미국의 주도로 무너진 칠레의 민주정권 아옌데 정부를 사례로 들며 "미국은 민주정부를 무너뜨릴 뿐이며, 미국이 원조하고 보호한 정권 치고 민주적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오후 6시 10분경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했으며,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가진 뒤 저녁 8시 45분경 해산했다.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집회에서는 폭격으로 희생당한 이라크 국민들의 모습을 담은 피켓이 많이 등장했다.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집회에서는 폭격으로 희생당한 이라크 국민들의 모습을 담은 피켓이 많이 등장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사모 "평화돼지 분양으로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 노사모 회원들이 평화돼지를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최유진 기자
노사모 역시 오후 4시 반전집회를 가졌다. 노사모 소속 반전평화네트워크 동호회 사람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평화돼지 분양에 나섰다. 이라크 전쟁 발발 후 전쟁 반대를 외쳐오던 이들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이라크 난민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은 모금운동을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회원 차현수씨는 "외부에선 노사모들은 파병에 찬성한다고 생각하지만, 국익보다는 인류애가 더 소중하다"며 "솔직히 노 대통령에게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동호회 회원인 이민화씨는 평화돼지 분양사업에 일가족이 모두 참여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배경을 묻는 질문에 그는 "평화를 배우면서 자란 아이들과 전쟁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다르다"면서 "평화를 모르고 전쟁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전쟁을 단지 게임으로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평화가 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로 얻은 모든 수익금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을 통해서 이라크 난민들에게 전달된다.

다함께 역시 '국제반전행동의 날' 집회에 앞서 오후 2시 명동 국민은행 앞에서 반전집회를 가졌다. '펑키짱', '네바다51' 등 인디밴드의 공연으로 시작한 집회는 300여명이 참석했고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지켜봤다. 외국인 활동가도 무대에 올라 "이라크 침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더욱 강력한 반전운동을 전개해야 앞으로의 학살을 멈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최유진·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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