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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고딕건축의 상징 퀼른대성당
독일고딕건축의 상징 퀼른대성당 ⓒ 홍경선
성당의 외관은 그 명성과는 달리 괴물처럼 보였다. 다 타들어가 불에 그을린 것 같은 검은 자국이 성당의 전면을 둘러싸고 있었 딱딱한 이미지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갠 오후의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당의 규모가 워낙 엄청났기에 칙칙한 성당의 색이 풍경의 전부인 마냥 보였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있는 두 개의 첨탑은 그 웅장함에 고개를 뒤로 젓게 만든다. 이는 퀼른 시내 어느곳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채광창이 있는 첨탑의 거대한 쌍탑이 정면에 배치되어 있어서인지 성당의 본체는 마치 이 탑에 종속되는 듯이 보였다.

바라보기만해도 숨이 턱막힐 것 같은 성당의 거대함은 카메라렌즈에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제껴야 157m라는 성당의 높이를 가늠할 수 있으니 그 크기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신앙이 깃든 성당의 경건함에 고개를 숙이는 행동이 아니라 고개를 뒤로 제껴야 하는 정반대의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 144미터, 폭 86미터나 되는 성당의 내부는 검소한 독일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듯이 매우 단조로워 보였다. 화려한 모자이크와 내부장식으로 온갖 치장을 한 산피에트로나 세인트폴과는 달리 5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마기의 성전 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높은 창에 둘러싸인 단일공간의 통일을 이루고 있었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성당의 거대함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입구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보거나 관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워낙에 성당의 규모가 큰 이유도 있겠지만 내부의 건축양식 때문이기도 했다. 고딕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궁륭·입구·창 등에서 첨두형 아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첨두의 각을 넓히거나 좁혀서 넓이와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성당 안의 공간 구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십자가 모양의 성당내부는 외관만큼이나 웅장해보였다.

퀼른대성당의 뒷모습
퀼른대성당의 뒷모습 ⓒ 홍경선
입구 정면으로 십자가의 세로변 회랑을 따라 걸으며 성당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했다. 강인해보이는 딱딱한 느낌의 구조에는 왠지모를 경건함이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쉽사리 걸음이 빨라지질 않는다. 144m나 되는 길이는 무언가 발목을 붙들고 있는 듯이 쉽게 좁혀지질 않는다.

성당의 엄청난 규모에 달라붙은 시선에 붙잡힌 두 발목은 한걸음 한걸음 그저 더디기만 했다. 정면의 물결 모양의 조그만 첨두형 아치가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하자 커다란 제단이 나타났다. 제단 뒤로 은은한 조명을 받고 있는 유리상자가 놓여있었다. 그 안엔 마기의 성전이 들어 있다고 한다.

본당 뒤쪽의 성녀 마리아와 성 피터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천장에 닿을 듯이 높은 상승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후기 고딕양식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창이 높아서인지 채광이 풍부했기에 성녀 마리아와 성 피터의 삶이 더욱 간절히 다가왔다.

성당 정면 오른쪽엔 하늘로 향하는 509개의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며 엄청난 성당의 높이를 발로 재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힘겹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지막 509개째 계단을 밟고 나자 아름다운 라인강의 모습과 퀼른의 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기차 안에서 본 퀼른의 모습과는 또 다른 정상에서 맛본 감동이었다.

퀼른시내지도
퀼른시내지도 ⓒ 홍경선
고딕식 성당 건축의 일반적인 특징중의 하나인 상승감을 극대적으로 표현한 퀼른대성당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을 연상시킨다. 성당의 첩탑이 하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퀼른의 하늘이 낮아서인지 아니면 성당의 높이가 워낙 높아서인지 첨탑은 금세라도 하늘에 닿을 듯했다.

하지만 인간의 교만으로 지어진 바벨탑은 공든탑이 무너지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퀼른대성당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며 하나님에 대한 경건한 신앙 아래 독일 국민은 물론 세계각국의 많은 신자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바벨탑의 붕괴와 함께 인간들의 언어는 혼잡되어 서로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사방으로 흩어져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경건한 신앙으로 하늘에 맞닿아 있는 퀼른대성당은 하나님을 믿는 전세계의 신자들을 하나로 묶으며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하늘의 번영과 영광이 퀼른대성당을 통해 퀼른과 독일은 물론 전 유럽으로 울려퍼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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