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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적으로, 모든 일의 원칙이나 규정에 따라 가장 모범이 되는 것을 가리켜 종종 '교과서'라는 표현을 쓴다. 그 정도로 '교과서'는, 그 사회가 지향하는 교육적 가치를 공정하게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내용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수업 중에 학생들이 학습할 지식과 기술 등을 학문과 문화의 영역에 맞춰서 조직해 놓은 것인 만큼, 교과서에 대한 검정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교과서 왜곡 문제는 주로 일본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내용이 한국사에 대한 왜곡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고 여전히 한일간의 쟁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가 공정성 시비로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하니,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원칙이고 기준이 되어야 하는 만큼,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거나 특정인을 폄하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검정원칙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고교 2-3학년이 사용하게 될 보통교과의 심화선택 과목이 이 검정원칙을 벗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교과서 집필 내용 중 '국민의 정부'인 현 김대중 대통령과 이전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을 비교하며 재임 기간 동안의 치적을 다룬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 하여 예상치 못한 교과서 소용돌이 속에, 교육부는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교과서라 함은, 명실공히 대통령의 치적뿐만 아니라, 모든 집필 내용에 있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표준렌즈와 같은 공평한 관점에서 집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즉, 심사기준이나 검정과정의 원칙이 배제된 금번의 사태는 추후에도 없어야 할 것이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역사 교과서 바로 쓰기의 방안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역사교과서는, 빛의 굴절현상을 관찰하는 렌즈처럼 볼록렌즈로, 혹은 오목렌즈로 작용되어서는 안될 것은 동일한 빛일지라도 어떤 렌즈의 중심 축을 지나느냐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볼록렌즈는 물체의 위치에 따라 실상과 확대된 허상이 생기지만, 오목렌즈는 물체의 위치에 관계없이 언제나 축소된 정립 허상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최소한 역사 교과서 집필자나 검정위원들은 오목렌즈나 볼록렌즈가 아닌, 표준렌즈의 관점으로 검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표준렌즈는 모든 사람이 보는 시각이라 할 수 있고, 물체의 정확성을 유사하게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사실에 근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국 근현대사를 장식한 전·현직 대통령의 치적을 기록함에 있어 전직 대통령에 대하여는 오목렌즈를, 현직 대통령에게는 확대경격인 볼록렌즈를 사용한다는 것이, 이미 교과서 집필과 검정원칙을 무시한 처사이다.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검증 사실에 입각하여 집필해야 함은 교과서를 이용한 특정시기나 특정인을 확대시키려는 편향된 역사왜곡 의도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한 정당 대변인은 교과서 검정파문과 관련된 성명을 내고 '교육부총리의 경질'을 요구하고, 역사를 왜곡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책임자를 처벌하고 교육부총리를 경질하는 식의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교과서 검정 제도방안을 수립하여 수정·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서에 대한 검정 기본방향으로 합목적성, 공정성, 효율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공정성에 대하여서는, '검정 결과에 대한 이해 관계자의 민원 제기를 방지할 수 있도록 검정 규정과 원칙에 비추어 교과용 도서 선별을 공정 무사하게 처리한다'고 했는데 이번 일은 공정성의 방향조차 상실한 결과라고 하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검정탈락 출판사에 보낸 부적격 이유에서 밝힌 바 있는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의 결여'가 진정 어떠한 것이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인지를 밝혀 보여줄 계기를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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