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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2001년 7월 1일부터 일정한 타입의 마약의 소지 혹은 사용을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으로 하는 비범죄화 조치의 시행에 들어갔다. 물론 마약 거래 행위는 계속해서 범죄로 다뤄지게 된다. 포르투갈에서 마약 소비행위가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소지자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하루 10알 이하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사람의 경우 체포하지 않도록 했으며 법원에 출두할 필요도 없고 물론 감옥에도 가지 않아도 되게끔 바뀐 것이다.

대신 이들은 경찰서에 가서 신상을 기록하며 특별히 포르투갈의 18개 지역별로 설치된 '위원회' 중 한 곳에 출석해야 한다. 이 위원회에서는 이들이 중독된 게 밝혀지면 치료기관에 보낼 수도 있고,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으며, 단순한 훈방 조치로 풀려날 수도 있게 된다.

포르투갈이 이렇게 대마에서 헤로인에 이르는 모든 여가용 마약의 사용을 비범죄화하는 급진적 조치를 취한 2001년 7월 이후,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마약을 소량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감옥에 가지 않게 되었으며, 이와 같은 마약정책의 일대 개혁조치는 경찰이 공급자나 밀매자 단속에 역량을 보다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포르투갈의 마약정책 부처의 비탈리노 카나스 장관은 포르투갈 국민들 대다수가 점점 더 마약 사용에 대한 해법이 감옥에 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는 EU 회원국 중 다른 나라들이 포르투갈 사례를 따르더라도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이를 이어 받아 영국되 최근 대마에 대한 사실상의 비범죄화 조치를 취했다.

포르투갈에서 대마를 소지하고 있다가 붙잡힌 사람들은 법원에 보내지는 대신, 생활방식을 바꾸도록 설득하고 도와줄 위원회 소속의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를 만나야만 한다. 헤로인 사용자 역시 같은 측면에서 처리되게 되었지만 이 경우엔 강제로 치료를 받도록 처분 받게 된다. '리스본 독물 위원회' 소속의 의사 알메이다 산토스 여사는 이들을 도와 다른 좋은 생활방식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마약 비범죄화

새로운 마약 관련 법제도를 시행하는 포르투갈의 일선 담당자들은 아직 성과를 가늠하기는 너무 이르지만 시행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로 지방의 알가아브 지역 마약위원회 위원장인 엘리사벳 아제베도 씨는 "마약중독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그 대신 그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중독자 및 그 가족들에게 치료 쪽을 선택하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 정책이 도대체 잘못된 신호를 보낼 따름이라고 지적한다.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는 대학교수인 조아오 케자르 네베스 씨는 "마약이 범죄로 간주된다고 하는 사실이야말로 젊은이들이 마약에 빠지는 걸 막아온 매우 중요한 억지수단이지요. 그들은 전에는 마약이 용인되지 않았으나 이제 정상적이며 보통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중독자들을 다루는 직원들의 경우 새로운 법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마약중독자들이 이제 더 이상 범죄자로 취급되지 않고 단지 자신들 습관성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환자로 다뤄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알가아브 지역의 '올하오 마약중독자 치료지원센터' 소장인 의사 알바로 페레이라 씨는 "과거 마약 중독자들은 감옥으로 간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유는 자신들이 사용하기 위하여 소량의 헤로인을 휴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들은 환자이며, 그 마약이란 그들의 안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죠"라고 지적했다.

포르투갈 마약정보과 조아오 피구에이라 경감은 합성 마약이야말로 큰 골칫거리며, 포르투갈에 유입되는 헤로인의 양이 증가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경찰 측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정부의 새로운 급진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포르투갈이 영국과 미국 같은 '관용제로' 정책으로는 마약을 저지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사회주의 정권은 마약 사용자들을 이제부터는 결코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앞으로는 예컨대 열흘 치 마약공급 혐의로 붙잡힌 '소비자'는 사회복지사, 의사, 심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법정에서 재판을 받도록 조치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습관성이 없는 여가용 마약의 사용자들은 가벼운 경고만 받고 피해갈 수 있게 된다. 다만 고질적인 위반 사범은 단지 2백 파운드 정도의 벌금을 물고 운전면허 취소 정도와 같은 제재를 받게 된다.

아이러니컬한 점은 포르투갈 경찰은 새로운 법제도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들은 마약 사용자들이 치료와 카운슬링을 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주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약 자유화 정책 및 이에 따른 경찰의 서류작업 증가 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제 경찰이 전보다 더욱 더 마약을 눈감아주는 쪽으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포르투갈의 간부경찰들도 새로운 법제도에 대해서 상당히 편안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범죄수사대 마약과장 호세 페레이라 씨는 "경찰은 통상 보수적이죠. 하지만 새로운 법제도와 이전의 관행 사이에는 그리 큰 갭이 있는 게 아니죠. 포르투갈에서 전에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단지 마약을 하다가 체포되기만 하면 감옥에 가기 마련이었는데 반하여,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라고 지적한다.

포르투갈에서 이렇게 새로운 법제도가 도입된 이후 마약 중독자 중에는 동료들의 '마약위원회' 경험담을 들어본 후 스스로 경찰에 들어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2001년 6월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의 마약관련법은 이들을 범죄자로 간주하였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마약 비범죄화 배경

포르투갈은 조그만 나라이면서도 엄청난 헤로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포르투갈 정부가 급진적 접근법을 택하게 된 배경은 미국과 같은 강력한 마약근절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찰의 단속보다는 오히려 치료를 통해서 중독자 수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비탈리노 가나스 장관은 "저는 새로운 법제도가 새로운 해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포르투갈에서 보다 나은 마약소비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며,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마약중독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라고 지적한다.

사실 포르투갈의 마약 사용은 EU 평균치를 밑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해 왔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법제도 아래에서 포르투갈 경찰은 클럽에서 마약사용을 더욱 더 잘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마약 사용자 중 건강문제의 크게 대두된 점도 마약 비범죄화 실험에 박차를 가하게 된 커다란 동기가 되었다. 이들의 건강 문제의 악화는 마약문제가 곪아터진데 기인한다는 인식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포르투갈 정부는 이 점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혁신적인 접근과 정책 방향으로 서서히 나아가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철저한 마약자유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다. 예컨대 포르투갈 정부는 이른바 마약중독자들이 일정한 통제조건 속에서 마약을 주사 맞을 수 있도록 하는 "마약주사실" 설치를 거부했다. 새로운 법제도에서 이 시설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실제 마약주사실 설치 책임은 지방자치단체나 자원봉사단체의 역할이 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자들은 정부측이 마약주사실 문제로 인한 정치적 책임 공방을 회피하면서도 마약 문제와 관련하여 무엇인가를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여지기 위한 정치적 이득 챙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포르투갈 정부관리들은 집행 측면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으로 남겨두는 정책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하나의 암스테르담?

포르투갈이 작년 7월 이후 대마와 헤로인의 비범죄화를 추진하면서 '또 하나의 암스테르담'으로 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판자들은 포르투갈이 마약 관광객이 몰려드는 새로운 메카로 돌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북유럽의 휴양객이 즐겨 찾는 포르투갈의 남부 휴양지인 알부페리아 지역이 커다란 취약점을 안고 있다. 예컨대 인민당 당수 파울로 포르타스 씨는 포르투갈이 마약을 합법화하게 되면 조만간 마약중독자들의 천국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이렇게 대마 소지에 대해 보다 자유주의적인 법제도를 도입하면서 당초 외국인들이 '마약관광' 목적으로 물밀 듯 몰려들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드높였던 사람들 예상은 빗나갔다. 그 이유를 짚어보자. 우선 포르투갈 정부관리들은 아무리 마약소지를 비범죄화했다고는 하더라도 마약소지 혐의로 일단 붙잡힌 사람들은 최소한 주말은 망치게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약위원회에 반복적으로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집에 돌아가더라도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두 번째로 붙잡히면 거의 백 퍼센트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심한 경우 규정된 회수 이상 붙잡히는 경력을 가지는 마약관광객은 감옥에 갈 각오까지 해야 한다. 포르투갈의 새로운 법제도는 여전히 범죄가 되는 대마 소지의 한계선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한계를 하루 한 정으로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그 다음 포르투갈 경찰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이후 활동반경을 더욱 넓히게 된 감이 없지 않다. 과거 포르투갈 경찰은 학생들이 클럽에서 마리화나나 엑스터시를 하더라도 눈감아주었는데, 이제는 그런 학생들조차도 확고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그런 정도 수준이면 법원에 갈 것도 없이 단지 새로 생긴 마약위원회에서 처리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경찰은 그보다는 엑스터시 같은 합성 파티 마약을 더 우려하고 있다. 엑스터시는 청소년 관광객들이 해변 휴양지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부터 인기가 있으며 알부페리아 지역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영국 측의 우려

포르투갈의 새로운 마약정책은 영국에도 민감한 영향을 미쳤다. 리스본 주재 영국대사관에서 파견 나온 직원인 산드라 타일러 헤이우드씨는 영국 청소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의를 환기시켰다. "물론 우리는 시민들이 포르투갈의 새로운 법제도를 휴양지에서 자유롭게 대마를 하도록 허가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대하여 몇 가지 점에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약을 가지고 있거나 사거나 파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며, 새로운 법제도는 '감옥에는 절대 가지 않는 자유로운 사용' 허가증은 아닌 것입니다."

이와 같은 포르투갈의 도박(?)이 어떤 결과를 맺게 될 것인가?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포르투갈의 전통적이며 유서 깊은 우아한 건축물들에 대하여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인가? 그렇지 않고 포르투갈이 그야말로 대마 사용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 새로운 암스테르담이 되고 말 것인가?

영국 외무부는 청소년 관광객들에게 포르투갈이 대마의 천국인 것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영국의 청소년 관광객들이 위 알가브 지역에 파티 모임을 하러 가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본 주재 영국대사관 측은 최근 포르투갈 정부가 10만 여 명에 이르는 습관성 마약 사용자들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마약 관련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대하여 포르투갈이 대마의 천국은 아니라며 관광여행에 대한 조언을 강화했다.

포르투갈이 헤로인, 크랙 코카인, 엑스터시, 대마 등을 포함한 여흥용 마약들을 모두 비범죄화 한 것과 관련하여, 리스본주재 영국대사관 산드라 타일러 헤이우드 씨는 "이번 조치는 합법화가 아닌 비범죄화일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일부 시민들이 이 새로운 법을 휴가를 자유롭게 대마를 해도 되는 허가증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대하여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리스본 주재 영국대사관 측은 이미 영국의 젊은 층들로부터 도대체 언제쯤부터 포르투갈에 가서 마야주사를 맞을 수도 있게끔 허용되는지를 문의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특별히 포르투갈 경찰은 북유럽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는 알가브 지역이 엑스터시 같은 테크노 파티 마약의 새로운 메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서 패키지 관광으로 가장 인기 있는 대상지역인 알부페이라의 거리거리마다 붙어 있는 광고물들은 엑스터시를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는 실정이다. 알부페이라 광장지역은 가족끼리 모여 저녁 식사하는 가게들로 밀집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검은 복장의 집시들은 사탕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들 사이에서 대마 덩어리들을 팔고 있다.

마약소굴 정화 추진 세력의 지지

리스본의 7개 야산 지대 중 한 야산 지대인 카잘 베토소 지역의 길고도 구불구불한 시가지들은 기왕에도 포르투갈의 '마약 슈퍼마켓'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백 명의 마약 중독자들은 이 곳에 모여 헤로인과 코카인을 사기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이 지역은 실질적으로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며 마약중독자들은 경찰이 새로이 아무리 관대하게 대해도 적으로 여긴다. 경찰은 마약 장사치들을 겁주어 쫓아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포르투갈 시민들로부터도 이 지역은 경원시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에이즈로 전염된 주사기를 휘두르는 마약중독자들의 습격을 당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해서이다.

그래서 오두막과 부서진 집들이 즐비하게 버려져 있는 것을 말끔히 정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지역의 운동가들은 이 새로운 입법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 이 지역을 재건하며 마약중독자들로 하여금 마약을 끊도록 지원하는 특별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시프리아니 돌리베라 씨는 포르투갈 정부측이 올바른 정책을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마약중독자들이 헤로인 대체제재인 메타돈으로 치료받게 된다면 더 이상 이들은 다음 번에 필요한 마약을 사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강절도 짓을 저지르지 않아도 될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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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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