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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영국경찰 파트너는 검찰

얼마 전 영국의 런던경찰이 유학생 진효정, 송인혜 씨 살인사건을 두고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하여 우리나라 경찰 아닌 검찰을 상대로 각종 정황증거라든가 범인 재판에서 필요한 증거를 확보 혹은 확인하기 위한 협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검찰이 영국경찰에게 무슨 근거로 어떤 측면들을 협력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경찰이 항의 한마디하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로 지나갔다는 것은 경찰 제자리세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기에 족하였다.

뿐만 아니라 영국경찰은 지금 한일 양국 공동개최로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하여 훌리건의 원조격인 자신들이 나서서 한일 양국 경찰에 대하여 훌리건 예방 및 진압기술을 한 수 가르쳐주고 있다고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100% 자치경찰제를 운용하고 있는 영국의 경찰은 한편으로는 사법처리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검찰이 하는 일도 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질서 유지라는 우리나라 경찰 역할도 모두 도맡아 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 경찰은 고도의 경제사범에 대한 수사능력에 있어서 지금까지 커다란 역할을 해오지 못하고 있다. 일반 강력사건에 대한 단속과 수사는 잘하고 있는 진 몰라도 적어도 경제사범 처리는 경찰이 거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고도의 수사기법이 요구되는 경제사범 수사는 수사할 권한도 수사기법을 발전시킬 기회도 전혀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경찰의 현실이다.

한때 신용카드 밀린 대금 관계로 신용카드 회사에서 경찰을 부리는 일로 인해 경찰인력이 여기에 빼앗겨 불만이 많기도 했었다. 우리나라 경찰이 고도의 수사기법과 계좌추적 등 각종 수사 관련 권한이 필요한 사건들을 포함하여 대통령 아들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를 담당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찰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이 이들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인력을 크게 확충하면서 수사권독립을 바라는 경찰의 열망을 무색케 만들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수사에 관한 한 수사경찰이 전혀 없어지고 말 날이 성큼 다가올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경찰은 마침내 그 경찰의 이름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노파심만은 아닐 것이다.

그때 가서는 범죄수사를 담당할 실무인력까지도 충분히 갖춘 검찰이 경찰수사권 독립에 대해 아무런 이견을 말하지 않고도 묵묵히 그리고 실질적으로 수사를 독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 경찰이 할 일은 무엇일까?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검찰은 경찰의 도움은 전혀 필요 없으며 경검관계가 현재와 같은 노예-주인과 같은 상명하복 관계 아닌 상호협력 관계로 개선해야 한다는 말조차도 필요 없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자치경찰과 수사권독립

그럼 우리나라 경찰이 계속해서 경찰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찰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민들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떻게 국민들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익명의 국민들은 말이 없다.

현실적인 방법은 자치경찰을 원하는 광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들의 힘을 빌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치경찰로 가도록 하면서 수사권 독립 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경찰 제자리 바로 세우기를 원하는 정당도 시민단체도 없다는 얘기인가? 현 국민의 정부 초창기 자치경찰 하자는 멍석을 깔아줬을 때에도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간에 경찰 이를 스스로 접어두고 말았다.

경찰 스스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이룰 수는 없다면 자치경찰을 통한 우회적 수사권 독립 방안을 추진할 법도 했는데 우리나라 경찰은 이 점을 외면하다시피 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검찰 기소권 독점 폐지나 검찰 존폐 문제 그 자체와 직결되어 있기도 핟. 즉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 법원은 재판, 이렇게 분권화를 통한 국민에 대한 서비스 강화와 효율성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법구조를 근원적으로 뒤바꾸는 문제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는 결코 경찰 혼자 힘만으로는 그 해결의 실마리조차 풀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처럼 근본적인 사법개혁과 맞물려 경찰수사권 독립을 이룩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친일파 잔재조차 척결하지 못한 보다 큰 민족사의 비극이라는 시각 속에서만 경찰수사권 독립 문제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미군의 점령시대(1945-48) 지금의 군수사기관처럼 그나마 경찰도 수사권 독립을 일정 정도 누리다가 경검 및 이승만 정권 전면에 친일파가 복귀 혹은 득세하면서 우리나라 사법개혁도 그 출발점이 틀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정치적 민주주의는 지금 어느 정도 꽃피우고 있으나(좌파 정당 없는 불구의 형태로나마), 사법민주화에 대해서는 지금은 관심조차 기울이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지금 지방선거 국면에 있어서조차도 어찌 되었든 간에 어느 정당도 어느 지방선거 후보도 공약으로나마 자치경찰을 내세우고 있지 않다. 지방분권을 내세우는 시민단체나 학계조차도 이 점에 대해서 누구 하나 나서서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다.

지방경찰이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할 사무이며 지방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는 아무도 이를 내세우고 있지 않다. 이 문제가 지방선거 아닌 총선 내지 대선 공약의 대상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역시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 연대를 통해서만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작금의 지방선거 정책대결의 기형적 모습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를 한다면서도 자치경찰 실시를 아무도 주장하지 읺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 경찰의 낙후된 모습은 바로 이런 데에서 연유한다고 보는 것이 지나친 기우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영국경찰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영국에서 경찰활동 문제는 지방선거보다는 오히려 '법과 질서'라는 이름의 이슈로 총선에서 커다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영국의 순경계급에 불과한 일선 수사경찰관이 고도로 복잡한 경제사범 재판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영국은 기소권조차도 경찰이 가지고 있는 것이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영국의 자치경찰, 기소권 공유

하긴 영국에도 1985년 이후부터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에서 기소자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소국이라는 기관이 존재하며 이들이 재판에서 기소자의 역할을 다한다. 그러나 이 공공기소국은 말 그대로 크게 보아 법조 조직이지 우리나라처럼 수사나 증거 제시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형사사건이 사법처리 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에 속해 있는 경찰이 반드시 법조기관인 공공기소국에 대해 기소의 첫단계 혹은 전단계에 해당하는 고발 혹은 고소 조치를 취해야만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국경찰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영국에서 공공기소국은 오로지 경찰이 진행한 수사 및 경찰이 확보한 증거에 대해 공익의 대표자로서 기소 여부나 재판 진행 등 그 법률적 판단과 구형 등을 담당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 검찰이 영국의 이 공공기소국을 두고 검찰청으로 번역하고 있는 것은 영국도 우리나라 같은 검찰이 있다고 오도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격주간 신문인 런던경찰신문은 5월 10일자에서 영국 법조 사상 최고 액수의 배상액 몰수를 선고한 8년이라고 하는 장기간을 끌어온 팔머 사기사건 재판의 수사와 사법처리를 담당해왔던 런던 일선 경찰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영국 경찰이 고도의 경제사범 수사와 사법처리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 한 단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런던경찰신문은 매호마다 전체 경찰에게 수범사례가 되는 기사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자신의 홍보도 하면서 소속 경찰에게 분발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하는 5월 10일자 런던경찰신문 관련기사인 "마라톤 경기 우승자" 제하의 기사내용이다.

마라톤 경기 우승자

8년 전쯤 경찰관 여러분들의 업무부담은 어땠습니까? 그 동안 여러 차례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정규경찰직 고든 워커 순경과 수사경찰직 허비 프라이어 순경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1994년 이틀 동안의 근무 예정으로 시작되었던 '중대범죄 및 조직범죄 수사과' 임시근무를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기범 주범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존 팔머가 저지른 엄청난 규모의 조직적인 사기행각에 대한 사법처리 때문이었습니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리조트 콘도 분양사기사건에 대해 런던경찰청이 7년 동안에 걸쳐 수사해온 이 사건은 지금까지 영국에서 저질러진 유사사건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4월 지금까지 집행된 자산압류 중 최대 액수의 자산압류 조치를 집행하였습니다.

언론에서 '황금손가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콘도분양재벌 존 팔머에 대해 3천 3백만 파운드에 해당한 자산압류, 2백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피해 보상, 두건의 형사재판 및 자산압류 관련 심리에 소요된 34만 2,429 파운드에 이르는 재판비용 등을 내도록 판결이 났습니다.

영국의 1백대 부자에 바로 다가가 있던 팔머는 2001년 5월 자신의 '티너라이프 회사' 본지점망을 통해서 수천 명에 이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바 있었습니다. 팔머는 1985년 '티너라이프 회사'에서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팔머그룹'이라는 기치 아래 세계 도처에 있는 섬들에다가 수많은 리조트 시설을 지었습니다. 그는 당시 단기간의 일정 기간씩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이들 리조트 콘도들을 분양하였던 것입니다.

간접 지배 방식을 통한 사기행각

이번 런던경찰청의 '베리크 작전'을 통해 4개 대륙에 걸친 조사 및 런던 경찰이 직접 많은 나라들을 직접 방문하여 수사를 벌여 팔머가 소유자, 개발자, 점유자 등의 지위로 있는 11개 리조트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팔머는 영국의 아일 오브 맨 및 만데이라 지역에 회사등록이 되어 있는 회사그룹 복합체를 통해서 '티너라이프 사'의 운영을 통제 장악해 왔습니다.

팔머그룹 운영의 핵심부에는 그의 여자친구 크리스티나 케틀리가 운영하는 에섹스 카운티 브렌트우드 지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일랜드 파이낸셜 서비스사'라고 불리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팔머와 크리스티나는 1997년 4얼 체포되어 사기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는 런던경찰청 사기범죄수사대 및 민간인 지원팀의 열성적인 노력이 합쳐져 이루어진 끈질기고도 면밀한 수사, 추적, 크로스체크, 확인 등의 과정을 통해서 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팔머의 영업책임자 브렌단 하논을 통해서 설립되었으며 그 목적은 고객의 시분할 콘도들을 되팔거나 임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휴가를 즐기려는 수천 명의 고객들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콘도에서 확실한 이익이 나온다는 팔머 측 영업팀의 이야기만을 믿고 시분할 재분양 사기에 말려들었습니다.

팔머 측의 사기 '갱단'은 고객들이 거래를 하도록 꼬인 후 고객들의 돈을 은행을 통해 받기만 하고 처음 분양 받은 콘도를 되팔거나 고객의 이익을 위해 임대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사기행각에 말려든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은 이미 팔머 측으로부터 환불이 불가능하게끔 만들어버린 이후였습니다. 피해자들은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들이 서명한 계약 관련 서류들 자체가 분할불입금을 금융회사에 납입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사과정에서 6명에 이르렀던 색인작성자 중 한 사람인 고든 워커 순경은 팔머 측 영업사원들이 노르웨이, 독일, 그 외 스칸디나비아 나라들 국민의 휴가객들을 속여 왔으며, 그러나 가장 많은 피해자들은 수백 만 파운드의 시분할 콘도 분양사기를 당한 영국 국민들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팔머 측 영업사원들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붙들어놓고 카드를 긁어 보게 한 후 당첨되었다고 하는 기법을 동원하였으며, 그렇게 해서 매우 교묘하게 '당첨자'들을 사기치는 수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고든 순경은 이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습니다. "팔머 측은 도발적이면서도 매우 교활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꼬여 콘도를 4천 파운드 내고 새로 사놓으면 이를 시분할로 되팔아 8천 파운드를 받아줄 수 있다고 사기를 쳤습니다."

"팔머 측은 피해자들을 당첨, 그리고 또 당첨되었습니다 하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설득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와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1997년 계속되어온 '베릭 작전'에서 공보담당 경찰관을 맡은 고든은 이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증거품들은 일선작전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아 공간에 여유가 있던 경찰서의 다섯 개 유치장과 세 개 구금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프라이어 수사순경은 이 사건을 아무런 죄도 없는 투자고객들이 팔머측 영업사원에게 가지고 있었던 신뢰감을 배반한 "매우 비열하기 짝이 없는" 사기사건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길거리 사기판매로 인해 팔머 측에게 당한 숱한 시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혔으면서도 정작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기 당한 시민들이 정말 이 사건을 푸는데 있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고를 해야 했었는가를 제대로 알고 있진 못하다고 봅니다. 제 스스로 평가해 보건대 기소 담당 변호사, 공공기소국, SO6에서 차출 받은 민간지원팀 등에게 증거를 찾아내 제시하기 위해 그토록 먼 거리를 여행해야 했던 수많은 증인들이 바로 그 엄청난 노고를 입증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증인들의 도움 없이는 이 사건에 대한 유죄평결, 보상판결, 압수명령 등은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며 이번 성과는 정말 이와 같은 팀워크에 의한 성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1994년 6월 런던 중심지에 소재한 킹스크로스 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렸으며 여기에는 문자 그대로 증거품들로 넘쳐나는 다섯 개의 감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방에 있는 증거들에 대해서는 그 하나 하나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를 해야 했으며 많은 증거들이 기소에 활용되었습니다."

프라이어 수사순경은 공공기소국에 제출한 수사보고서는 2천 5백 페이지에 이르는 진술서 및 무려 3만 8천 페이지에 이르는 각종 자료증거들이 첨부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특수수사대 수사 총경 제임스 페리는 지난 3년 동안 베리 작전에 매진해 온 프라이서 수사순경과 워커 일반직 순경을 신속하게 포상하였습니다.

사건 경위

페리 수사 총경은 팔머를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런던경찰은 이들과 같은 유형의 사기 범죄자들을 이번 팔머 사건 수사처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황금 손가락' 팔머 측이 저지른 사기사건은 팔머가 '쿡 의원의 보고서' 상의 어느 한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이후 경찰이 팔머 측의 회계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에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팔머의 브렌트우드 사무실을 급습하여 수천 점에 이르는 파일과 문서들을 압수하였습니다. 이 수색을 마무리하는데 만도 약 3주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당시 경험 많고 숙련된 사기사건 담당 경찰 수사관들은 현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하여 은행계좌 및 회계장부들을 저인망 식으로 훑어야 하는 힘이 많이 드는 일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수사순경 프라이어에 따르면 팔머의 사업추진 방식에 있어서 회계절차나 문서기록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관계로 인해 회계 측면의 수사가 엄청나게 복잡한 수렁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경찰들은 이내 홍콩 및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중요한 팔머사의 사업 진행 책임을 맡았던 전직 팔머사 직원들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으면서 영국 에섹스 지역에 본부를 둔 신용분야 경영관리 회사에서 일했던 한 핵심 증인은 나중에 가서 기소 여부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입증된 경찰압수 파일들에 대한 증언을 확보토록 해주었습니다.

프라이어 수사순경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경찰에게 확보된 '포스트잇' 형태의 메모들 및 다른 기록들 상에는 사기 행각을 처음부터 입안하여 실행에 옮긴 것은 회사의 최상층부에서 시작한 것이며 그후 말단 직원들에게 단계적으로 위임되었다는 점을 폭로하는 온갖 형태의 지적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영업팀장 브렌단 하논 씨에 대해 런던경찰의 기나긴 추적과정이 시작되었으며, 그가 팔머사를 그만둔 이후 아랍의 두바이를 거쳐 파키스탄까지 추적했으나 찾지 못하였으며, 그러다가 마침내 모로코에서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하논은 모로코와 영국간 최초의 범인인도송환 협정의 대상자가 되어 1999년 7월 영국에 인도되었습니다. 그는 유죄를 인정하였으며 그 결과 4년 4개월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문자 그대로 수백 명에 이르는 증인들 진술 및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문서증거를 확보한 이 '베리크 작전' 수행 결과, 마침내 1999년 9월 올드 베일리(런던 중앙형사법원)에서 최초로 팔머, 크리스틴 케틀리, 5명의 다른 동업자 등을 대상으로 재판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5명의 임원 모두 사기횡령범죄를 음모하고 입안한 혐의로 2000년 6월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각각 14개월 내지 18개월에 이르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 4월 팔머가 법원에 재판 중단을 신청하여 받아들이게 된 이후 팔머와 케틀리에게 불리한 증거와 증언들을 이미 청취했던 배심원단은 배심원 직에서 해방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피고 측이 팔머 측과 연계되어 있는 어느 한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받았던 유죄평결에 대하여 대중들의 관심이 엄청나고 고조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증거

프라이어 수사순경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8개월을 끈 재판에서 최종 진술과 구형을 할 예정이었죠."

"그건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단조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는 증거를 정리하여 제시하는 데에만 해도 4주일 정도 소모했으면서도, 우리는 2000년 9월 다시 재심에 임해야 했습니다. 이번엔 존 팔머의 조카인 안드류 팔머도 기소했습니다. 그가 주된 역할은 '티너라이프 사'에서 임금지급 및 관리 등을 감독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재판 역사상 가장 오래 기간을 끌었던 사기사건 재판으로 기록된 이 사건 진행에 있어서 프라이어 수사순경은 배심원들에게 매우 상세하면서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 증거들을 제시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배심원단이 모든 심리를 마치고 평결을 내릴 때까지 걸렸던 6주간이라는 긴 시간이야말로 배심원들이 증거들을 얼마나 자세하게 검토해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프라이어 순경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법원의 분위기가 살을 에는 듯이 차갑다는 것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을 것입니다. 소환된 팔머 회사의 전직원들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언대에 나서서 교차신문을 받는데 엄청난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9개월의 재판기간을 더 보내고 나서 배심원단은 케틀리와 팔머 모두 1만 7천 여명에 육박하는 시분할 콘도 구입자들에 대해 사기행각을 벌이기로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케틀리는 33개월 형 및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으며, 반면 팔머는 8년 동안 계속해서 형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리크 작전'이 벌어지던 기간 동안에조차도 법원 판결이 모두 마무리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라이어 수사경찰에 따르면 몰수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재판 업무는 마치 그 자체가 전혀 새로운 수사작업과도 같았다고 한다. 이제 다시 이번 몰수관련 수사에서는 5천 점 이상의 문서증거들에 대하여 골치 아픈 작업을 해야 했으며 약 4천 여건의 외환거래에 대한 시점에 따라 그토록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국의 환률 계산도 해내야 했습니다.

"가장 커다란 액수의 배상청구 건의 금액은 4만 2천 파운드에 이르렀으며, 모두 406건에 걸쳐 모두 2백만 파운드 이상의 청구 건들이 있었습니다. 몰수명령을 받아내도록 하는 데는 엄청난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들은 5백 명 중에서 실제로 몇 %가 길거리 사기판매 터에서 사기를 당했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액수로 얼마씩을 날리게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들을 무작위 샘플로 뽑아 샘플로 뽑힌 피해자들의 그와 같은 기록을 일일이 기록하여 주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몰수 규모을 평가하는 과정 및 피해자들 중에서 일부를 샘플링 하는 작업은 궁극적으로는 존경하는 고든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변론하는데 활용되었습니다.

판결

고든 판사는 경찰관들이 결정한 사기 수익금 4백 7십만 파운드의 70%를 보상토록 판결하였다. 마침내 지난 4월 팔머는 기록적인 금액인 33,243,811 파운드를 몰수한다는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팔머는 이미 신원이 확인된 406명의 피해자에게 2백만 파운드 이상을 배상하고 모든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고든 판사는 팔머에게 2년 동안의 기간을 주면서 그 기간 내에 우선 2천만 파운드를, 그리고 나머지 1천 3백만 파운드에 대해서는 그 뒤 12개월 내에 내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만일 그때 가서도 팔머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그는 추가로 11년의 형을 더 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팔머는 지난 4월 23일 변호사를 통하여 유죄평결, 양형 판결, 몰수명령 등의 여러 측면들에 대하여 항소할 방침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원 판결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사총경 페리에 따르면 많은 국민들이 사기죄를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 보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취약계층에 속하거나 상당수 연로한 계층에 속하는 많은 시민들이 팔머의 시분할 콘도 분양 사기사건에 휘말려 종신연금 등을 날렸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팔머 사건에서 몰수 판결이 던져주는 가장 또렷한 의미와 메시지는 범죄를 저질러도 재산상의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그런 범죄를 통해 거둬들인 자금들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주었다는 점에 있다고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이 유념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기피해는 흔히 다른 유형의 범죄를 당해 재산피해를 입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입힙니다. 사기 피해자들의 경우 일생 동안 벌어 모았던 모든 재산을 날리게 만들며 이런 피해는 흔히 아무런 보험조차 들지 않은 상태에서 당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경찰과 같은 법집행기관이 회계 측면의 범죄를 다스릴 때 이루어낼 수 있는 탁월한 사례에 속하지요. 이것은 최근까지도 '경찰업무'가 눈에 띄게 포착해 내지 못했던 측면에 속합니다."

"회계 관련 수사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의 한가지로 인식되어 마땅합니다."

"범죄자들의 회계 근본 밑바탕에 타깃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전략적 수사 진행의 결정에 핵심이 되는 첩보와 정보들을 얻어내도록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하면 기소와 분쇄를 위한 선택 가능성도 높아지죠. 나아가 형사몰수를 뒷받침하는데 필수적인 증거확보도 가능케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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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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