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참석자 박채영씨가 출연한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도 소개됐다.
필름다빈
패널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단일한 배경으로 섭식장애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박채영(31)씨는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마르고 예쁜 여성이 되려고 섭식장애가 시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외치면서 기존의 통념이 잘못됐음을 반박했다. 이선민(30)씨는 여기에 "섭식장애가 보통 자해 행위로 해석되기 쉬운 것 같은데, 그보다는 나를 완벽히 통제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라고 말했다.
곽예인(29)씨도 "다양한 원인이 겹쳐서 섭식장애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아이돌 연습생 당시의 경험이 시작이었다. 아름다워지고 싶거나 사랑받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다가 섭식장애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으니 여성의 외모가 자본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굶기를 선택한 여성들이 있다는 걸 놓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전시하고 호기심으로만 대하는 언론에 관해서도 성토했다. 박채영씨는 "대부분 기자들은 내가 증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를 원했고, 몇 킬로까지 빠졌는지, 무슨 약을 먹었는지, 하루에 몇 번 토해봤는지를 물으며 내가 나를 얼마나 가혹하게 대해봤는지를 알고 싶어한다"라며 "비슷한 말을 반복하다가 1~2시간이 지나가고 그 외에 다른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귀신 씌였다고 굿... 가족들에겐 영원한 환자"
섭식장애 질환자들은 가족과 의료진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진솔(31)씨는 "중학생 때부터 먹고 토했기에 일찍 발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가족들이 귀신에 씌였다면서 굿도 했다"라며 "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 집을 떠나 섭식장애 당사자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병원 치료와 상담을 받고 동료들도 만나면서 나아갔는데, 집으로 돌아가면 저는 여전히 '먹고 토하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부모님은 '네가 10년 넘게 먹고 토했는데 쉽게 나을리 없다'라면서, 잘 먹을 땐 '먹고 토할 거지?'라는 물음을, 안 먹을 땐 섭식장애 재발을 의심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의 역할은 감시자가 아니고 섭식장애 당사자인 자녀가 영원히 낫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