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터의 열병합 발전소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녹색전환연구소
바이오에너지를 통한 집단 난방을 주민들이 고민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8년 경제 위기와 유가상승이다. 집집마다 개별 등유보일러로 난방을 하던 것을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열병합발전을 통한 집단 열 공급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마을의 열에너지 공급의 원칙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 '에너지 가격 안정화', '지역 부가가치 창출과 산촌마을 경제력 강화'로 정했다. 마을에 기반한 협동조합의 바이오에너지 생산과 공급의 목적을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이 원칙은 기후위기가 불러올 변화와 새로운 문제들을 주민들이 계속 고민하게 한다. 목재를 연소하여 발전하는 현재의 난방방식이 과거 탄소를 흡수한 나무를 태운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일 수는 있으나 연소를 통해 결국은 탄소를 대기에 방출하게 된다는 것을 주민들을 인식하고 있다. 탄소를 흡수하는 숲의 가치가 기후위기가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는 더 유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대안을 고민한다.
우리를 안내한 협동조합의 대표는 상트페터 마을이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난방을 바이오에너지에 의지하고 있음에도 장기적으로 난방을 전력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히트펌프와 같이 전력화되고 효율성을 개선한 설비가 기후중립 차원에서 바이오에너지보다 더 적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에 걸쳐 마을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기후위기의 문제를 고민한 마을 주민들의 전망은 우리가 이후 베를린에서 만난 정책연구소의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의 방향을 일치시키고 있었다. 2045년 탄소중립을 향해가는 독일의 목표가 정부의 계획에 그치지 않고 독일 사회가 이를 내재화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펠트하임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ESS, 수전해수소생산까지
LG화학은 2014년 독일 펠트하임에 리튬 배터리 ESS(Energy Storage System)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당시 국내 주요 언론은 국내 기업이 세계 최대 민간수익형 대규모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10여 년 전, 겨우 13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시골마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약 180억 원 규모의 설비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제는 배터리 기술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하여 그만큼의 투자비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마을은 무엇을 보고 이런 투자를 했을까 싶었다. 한국에서 37가구만 살아가는 시골마을이었다면 지역 소멸을 걱정했을 것 아닌가.
상트페터를 다녀온 후, 9월 22일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펠트하임을 방문하고 나서 주민의 숫자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이 에너지 전환의 실험과 학습을 '삶'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1994년 대학생이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1메가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5개를 건설한 것을 시작으로 20여년이 지난 현재 주로 3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기 55개, 연간 2.75GWh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풍력발전을 제안한 대학생이 마을과 성장하며 설립한 에너지 회사인 에네르기크벨레(Energiequelle GmbH)는 복원의 한계가 있는 반환된 군사부지를 매입해 2.25MWh규모의 '트래커 솔라팜'도 설치 했다. '트래커'는 태양의 이동 시간에 맞춰 태양광 패널이 종과 횡으로 움직이며 에너지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특징이 있다.
펠트하임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단 1%만 마을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모두 외부에 판매한다. 판매량이 워낙 많다 보니 날씨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의 변동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2016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배터리저장시설을 설치하여 에너지 생산과 판매과정에서 안정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