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오라리조트 카페에서 반계초등 학생들에게 ‘기자 피디 유튜버 되기 쉽다’는 주제로 강연하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정대수
글쓰기 강연은 내가 제주 키아오라리조트에 미디어리터러시스쿨을 설립한 목적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한글과 영어 문맹률이 대단히 낮아졌지만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환경에서 '미디어 문맹률'은 오히려 급등했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은 미디어 바로 보기와 듣기, 글쓰기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과 매체비평 능력을 길러준다.
이 과정에서 인문사회 교양교육에 힘을 쏟는 이유는 교양이야말로 비판의식과 역사의식, 윤리의식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교양에 바탕을 두고 본 대로 느낀 대로 쓰게 하면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우리 언론이 '기레기 천국'이 된 것은 전국의 언론학과와 언론기관들이 교양교육을 소홀히 하고 우선 써먹기 좋은 기능 교육에 치중한 탓이라고 나는 진단한다.
초등학생 글에 눈시울을 붉히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경험과 교양이 부족한 탓이지만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를 잘못 가르친 탓도 크다.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글쓰기가 아니라 글짓기 교육에 주력해왔다.
교과목 이름도 지을 '작' 자를 붙인 '작문'(作文)이고 대회 이름도 '글짓기대회'였다. 소설가나 시인을 꿈꾸지 않는 한 일반인은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를 평생 해야 하는 사람이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본 대로 들은 대로 '쓰지' 않고 머리 속에서 기사를 '짓기' 때문에 언론 신뢰도가 세계 꼴찌를 헤맨다.
오래 전 KBS 토크쇼에 출연해 "우리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성씨가 뭔지 아느냐"고 농담한 적이 있다. 답은 '관' 씨다. 이름은 '계자'. '관계자'라는 익명 뒤에 기자들이 자기 주관을 집어넣고 객관을 무시한다. 자신이 또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 일련의 서사를 쓰면 왜곡할 필요도 없고 쓰기도 쉽다. 학교에서 배운 틀에 맞추려고 머리를 쥐어짜지만 자신도 감동하지 못하는 글을 남이 공감할 리 없다.
어린이들은 원래 쉽게 글 쓰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글은 말과 다르다고 배운다. 말하고 싶은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면 쉬운데 어른 흉내를 내라고 하니까 글쓰기가 어렵고 싫어진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나 MBC 저널리즘스쿨에서 내가 한 일은 이런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봉인해제' 해주는 거였다.
명문대 출신 학생이 그런 과정을 더 어려워한 사례도 많다. 잘못된 글쓰기 지도일지라도 범생이들은 금과옥조로 여겨 나쁜 버릇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남의 글을 인용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기만의 서사를 풀어내는 데는 미숙하다. 때로는 모방이 필요하지만 자기 이야기가 들어가야 창조적 모방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명문대 출신 필자가 쓴 글에는 감동한 적이 드물지만 초등학생이 쓴 글에는 감동해 눈시울을 붉힌 적이 많다. 이번 강연에서도 '쉬운 글이 좋은 글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아래 PPT 강연자료들은 초등 고학년을 위해 편집한 55개 슬라이드에서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