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이란 광고문구를 내걸고 스포츠용품 시장의 최강자가 된 나이키가 영국 축구선수 웨인 루니를 모델로 광고를 만들었다. 이 광고는 십자가를 그려 넣어 기독교 단체들한테 신성모독을 했다는 비난을 샀는데 광고주로서는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셈이다.
나이키 광고
스포츠와 자본을 연결해주는 고리는 광고다. 카타르 국적항공사인 '카타르 에어웨이'(Qatar Airways)는 바르셀로나를 후원하다가 카타르 월드컵을 후원함으로써 엄청난 광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 에미리트'(Fly Emirates) 역시 막대한 '오일머니'로 아스날 같은 명문팀을 후원해 항공사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스포츠용품 업계의 광고전은 대단히 치열하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대결은 명 광고문구를 만들어냈다. 아디다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Impossible is nothing'을 관중석 펜스 자막광고로 계속 흘려보냈는데, 어린 시절 신체 결함까지 극복한 메시 신화와 잘 어울렸다. 그러나 그 문구는 사실 나이키의 'Just do it'에 견주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문구가 등장한 뒤 나이키는 스포츠용품 시장 점유율을 1988년 18%에서 10년 만에 48%로 끌어올렸다.
명품 광고문구를 모아온 내가 보기에 가장 기발했던 것은 듀렉스(Durex) 광고였다. 축구 강국도 아닌 그리스가 '유로2004'에서 우승하자 축구 대표팀 부모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Thanks you… for not buying our products!(우리 제품을 사지 않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어느 팀이 우승할 것 같냐는 질문에 "프랑스가 최강팀이지만 승부는 해봐야 안다"고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그렇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프랑스팀이 선수단 구성에서 가장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축구 우승의 역사는 인종주의 철폐의 역사
'축구 우승의 역사는 인종주의 철폐의 역사'라고 나는 주장한다. 한때 브라질이 세계 최강일 때 펠레는 "브라질 축구 성공은 인종차별을 철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최강일 때 클린스만 감독은 게르만의 순혈주의를 청산했다.
그러나 민족주의를 자양분으로 성장해온 축구에서 인종주의는 민족주의의 왜곡된 형태로 계속 표출된다. 튀르키예 출신인 메수트 외질은 독일 국적을 가졌는데도 "이기면 독일인, 지면 외국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인스 워드와 어머니가 한국에서 인종 차별에 시달리다 못해 이민 갔다가 미식축구의 영웅이 되어 돌아오자 열렬히 환영한 일화가 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말해준다.
프랑스는 더 과감하게 인종차별을 철폐했고 결국 축구 최강국이 됐다. 지난번 월드컵에서는 엔트리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후손이었고 이번에는 25명 중 23명이 그랬다. 독일은 게르만 순혈주의를 청산했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혈통에 따라 국적을 부여하는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프랑스는 낳은 장소에 따라 국적이 정해지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다. 실은 아르헨티나도 이민의 나라다. 우승의 주역인 메시와 디마리아 선수, 스칼로니 감독은 모두 이탈리아 이민 후손이다.
프랑스가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최강팀이라고 생각한다. 결승전은 사실상 비긴 게임인 데다 후반전의 경기 내용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가 뽑은 '월드컵 베스트 11'에도 프랑스 선수는 4명이나 포함됐다. 우승국이 2명 포함된 것과 대비된다.
'톨레랑스의 나라'에도 인종주의 고개 들어
민족주의와 인종주의 측면에서 나름대로 분석기사를 써봤는데, 실은 프랑스 축구의 미래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도 다시 인종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유색인종을 빼라'고 주장해온 극우 인종차별주의자 르펜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가 그 증거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 두 선수와 슛을 막지 못한 골키퍼 요리스에게 인종차별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와 경제를 왜곡할 수 있는 축구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축구강국이지만 월드컵 같은 메가이벤트와 지나친 축구 붐은 물가폭등과 빈부격차 등 암담한 경제현실을 덮어버리고 개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키운다. 아르헨티나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100%에 육박했다.
브라질은 빈부격차가 가장 큰 나라에 속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청소년은 '축구로 성공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80%인데 '공부로 성공하겠다'는 비율이 20%밖에 안 된다. 월드컵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도 일부 기여한 듯한데, 그것이 '정치를 잘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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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 키아오라리조트 공동대표,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 원장, MBC저널리즘스쿨 교수(초대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조선일보 기자, 한겨레 경제부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초대원장(2008~2019), 한겨레/경향 시민편집인/칼럼니스트, KBS 미디어포커스/저널리즘토크쇼J 자문위원, 연합뉴스수용자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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