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페스트 자료사진
픽사베이
공을 들여 옥토버페스트를 소개했지만, 아직 옥토버페스트에 가 보지 못 했다. 거대한 전통과 별개로, 정작 현지 사람들은 옥토버페스트를 그렇게 달가워하지만은 않는다고 한다. 뮌헨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여자친구 역시 옥토버페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축제 시즌만 되면 거리의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지고,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 때문에 애를 먹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옥토버페스트에 가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면, 간접적으로나마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이 시기를 상징하는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옥토버페스트 비어'는 봄에 담가 가을에 마시는 맥주로 알려져 있다. 초기의 축제 맥주는 메르첸(Märzen)이라 불리는 짙은 호박색의 라거였다. 반면 오늘날의 옥토버페스트 비어는 좀 더 옅은 색깔과 높은 도수를 지향한다. 축제 기간에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술에 가깝다. 알코올 도수도 5.8%에서 6%를 오간다. 앉은 자리에서 몇 잔이고 마실 수 있을법한 맥주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파울라너 브루어리 역시 매년 옥토버페스트 비어를 출시하고 있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옥토버페스트 비어일 것이다. 황금빛의 외관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라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다르다. 첫맛은 경쾌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맥아의 단맛이 입안을 감싼다. 끈끈함이 남는 단맛과는 거리가 멀다.
바이젠(독일식 밀맥주)이나 옥토버페스트 비어 등의 스타일은 워낙 독일이 두각을 드러내는 전통의 영역인 만큼, 트렌디한 양조장들이 자주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옥토버페스트 비어는 독일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가 독일의 초기 축제 맥주를 재현한 '메르첸 라거'를 매년 내놓고 있고 있다. 수제 맥주 프랜차이즈인 생활맥주 역시 안동맥주, 크래프트브로스 등 국내 브루어리들과 함께 협업해 '페스트비어'를 판매했던 바 있다.
미국 수제 맥주의 시발점에 있는 양조장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역시 독일의 전통 있는 소규모 양조장과 협업하여 매년 옥토버페스트 비어를 내놓는다. '포터', '스타우트' 등 흑맥주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미국 파운더스 양조장에서도 독일 맥주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파운더스 옥토버페스트'를 내놓았다.
얼마 전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1876~1950)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보았다. 그 여론도 금세 바뀌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이 생존의 필수품이었다면, 지금은 밤마다 서늘한 공기가 창 사이를 밀고 들어온다. 애석하게도 가을을 즐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독일의 가을 맥주를 통해 소박한 세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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