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즈 브렉퍼스트와 구스 아일랜드의 협업으로 탄생한 'Be Sweet 라거' 맥주.
Goose Island
"Be sweet to me, baby I wanna believe in you, I wanna believe. (내게 달콤해줘 그대, 나는 너를 믿고 싶어. 너를 믿고 싶어)" - 'Be Sweet' 중
얼마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미국의 유명 수제 맥주 브루어리인 '구스 아일랜드(Goose Island)와 협업해 맥주를 만들었다. < Jubilee >의 수록곡인 'Be Sweet'의 이름을 따 만든 'Be Sweet 라거'다. 감이 앨범의 중요한 모티브로 쓰였기 때문에, 맥주에도 달콤한 감 향이 곁들여졌다.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과 구스 아일랜드 탭룸 등에서 한정적으로 판매되었다. 이 맥주의 수익은 경제적인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시아계 미국인 노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Heart Of Dinner In New York'에 기부되었다. 아티스트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기부다.
뮤지션과 맥주가 협업한 경우는 이외에도 많이 있었다. 데프톤즈와 벨칭비버의 컬래버레이션 역시 흥미로웠다. 특히 데프톤즈의 보컬인 치노 모레노가 직접 맥주의 주 재료인 홉(Hop) 선정에 참여했기에, 컬래버레이션의 정통성이 더욱 짙어졌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이즈를 공존시키는 포스트록 밴드 모과이(Mogwai) 역시 시그니쳐 브루어리와 협업해, '모그와이 비어 사탄'을 내놓았다. 모과이의 대표곡인 'Mogwai Fear Satan'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 맥주는, 고추를 부재료로 첨가한 IPA다. 16분 짜리 대곡인 'Mogwai Fear Satan'의 극적인 구성을 맛으로 구현하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국내에도 뮤지션과의 협업을 이뤄낸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힙합 레이블 'AOMG'와 협업해, QR 코드를 통해 AOMG 소속 아티스트의 공간과 플레이리스트를 만날 수 있도록 한 'AOMG 아워 에일'은 흥미로운 시도였다. 그러나 기존의 '아워 에일'에서 바뀐 점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쎄를라잇 브루잉이 만들어 공급한 '오열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룹 바이브의 윤민수가 오열하듯 노래하는 창법에 착안했다고 했지만, 이렇다 할 접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지난 5월 16일,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는 '제주라거' 런칭 행사에서 "마케팅에서 메가 트렌드였던 컬래버 굿즈 열풍이 맥주 캔으로 넘어왔고 크게 흥행했다. 고객들은 이런 재미있는 굿즈 맥주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 속에 출시된 맥주 신제품은 맥주와 무관한 브랜드의 굿즈로 도배되기 시작해 맥주의 본질은 사라졌고 굿즈 맥주만 남았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역시 'MBTI 맥주', '베이프 맥주', '금성 맥주' 등 굿즈 맥주를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지적은 자기 반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맥주와 유관한 브랜드라 하면 무엇일까?
바로 음악이다. 우리는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가 피아노 위에 하이네켄 맥주병을 올려놓고 노래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2010년대의 알앤비 흐름을 주도한 '피비 알앤비' 역시 힙스터들이 즐겨 마시는 팹스트 블루 리본 맥주에 기인한 이름이었다.
맥주와 음악의 관계는 언제나 돈독했다. 음악을 들으며 '혼술'을 하는 이들은 물론, 공연장에서도 음악과 맥주는 함께 한다. 맥주에 있어 음악은, 그 어떤 제품보다 컬래버레이션의 상대로 적합하다. 그러나 맥주의 맛이 아티스트의 색깔, 콘텐츠의 스토리와 어우러져야 한다. 그 때 더욱 공감각적인 체험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음악스러운' 맥주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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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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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색깔 담아... 뮤지션의 삶을 수제맥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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