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맥주
GS25
뮤지션 박재범과 손을 잡고 증류식 소주 '원소주 스피릿'을 흥행시킨 GS25는 프리미엄 주류 전략을 맥주로도 확장켰다. 블랑제리뵈르 버터맥주 4종이 그 결과물이다. 한 캔에 6500원, 4캔 세트는 24000원이다. '가심비'를 즐기는 MZ 세대를 공략했다는 설명이 뒤를 잇는다. 이미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등 반응은 뜨겁다.
그러나 맛에서는 다른 맥주와 차별화가 되지 않는데, 버터나 헤이즐넛 등의 향을 내는 착향료가 더해진 정도다. 임페리얼 스타우트, 뉴잉글랜드 IPA 등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되는 수제 맥주도 적지 않다. 이것을 '프리미엄 맥주'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한국 수제 맥주 시장의 풍경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기형적이다. 수제 맥주 시장의 자생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편의점이 시장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4캔 11000원 할인은 '맥덕(맥주 마니아)'에게나, 일반 소비자에게나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언제까지 편의점이 종착지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수제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편의점의 콜라보 맥주 난립이 반갑지 않게 여겨진다. 오히려 '수제 맥주는 독특한 패키지에 특별할 것 없는 맛 맥주'라는 편견을 우려한다.
효력 다한 '굿즈 맥주', 그 다음은?
지난 5월, 코스닥 상장 1주년을 맞아 '브루잉 데이'를 연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는 "마케팅에서 메가 트렌드였던 콜라보 굿즈 열풍이 맥주 캔으로 넘어왔고 크게 흥행했다. 고객들은 이런 재미있는 굿즈 맥주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 속에 출시된 맥주 신제품은 맥주와 무관한 브랜드의 굿즈로 도배되기 시작해 맥주의 본질은 사라졌고 굿즈 맥주만 남았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역시 '굿즈'와 다름없는 콜라보 맥주를 여럿 출시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그의 진단은 한국 맥주 시장의 문제점을 관통하고 있었다.
굿즈 맥주의 성공은 한국 수제 맥주 시장의 성공이 아니다. 마케팅에 종속된 맥주를 마신 고객들이, 그 다음 단계인 편의점 바깥 수제 맥주로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고객들과 호흡하며,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맥주의 흐름을 연구한 양조장들은 국내에 많이 있다. 양조장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수제 맥주 몇 종이 일정한 가격(6900원)으로 편의점에 입점되기도 했지만, 아직 '굿즈 맥주'에 비해 화제성과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이미 소비자들은 콜라보 맥주, 굿즈 맥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MZ 세대 마케팅, '인싸' 마케팅 등의 단어를 공염불처럼 외는 것도 효력을 다 했다. 결국 본질은 맛이다. 더 나아가, 어떻게 편의점 바깥에 있는 맥주들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더욱 많은 오프라인 펍과 식당, 그리고 축제 등을 통해 맥주의 경험치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온라인 배송으로 수제 맥주를 받아볼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야 한다. 맥주의 다양성을 알릴 수 있는 창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곰표 맥주 출시로부터 2년이 넘게 지난 지금, 업계에는 또다른 과제가 주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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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 맥주' 성공 이후... 종류는 많은데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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